꿈틀거리는 ‘감산’ 기대감…삼성전자, 적자 전망에도 ‘마이웨이’?
한종희 “계획대로 추진하고 있다”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 부진 여파로 지난해 4분기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14년 만에 반도체 사업에서 적자를 거둘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는 가운데 그동안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고 했던 삼성전자의 입장이 변화할지 주목된다.
지난 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종가 기준 5만5400원까지 떨어졌던 삼성전자 주가는 현재 6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 6일 4분기 잠정 연결 영업이익(4조3000억원)이 시장 기대치보다 40% 가까이 밑돌았지만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 주가가 6만원선을 유지하고 있는 데는 감산 기대감이 깔려있다. 특히 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의 보고서가 이를 더욱 부채질했다. 지난 6일 골드막삭스는 "시장 기대치 대비 낮은 실적은 메모리 부문 둔화에 기인하고 메모리 수익성은 금융 위기 이후 저점에 근접했다"며 "삼성전자의 감산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고 평가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지난 9일 "이번에 기록한 잠정 영업이익률 6.1%는 2009년 1분기 이후 13년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감산을 거부해왔던 논리는 이제 시장의 지지를 얻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
시장이 삼성전자의 메모리반도체 감산 여부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실적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서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은 올해 1분기에도 좋지 못한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조단위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적자를 기록한 건 14년 전인 2009년 1분기(6700억원)가 마지막이다.
암울한 실적 전망이 나오는 이유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급감으로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어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직전 분기와 비교해 올해 1분기 D램 범용제품의 고정거래가격이 15~20%, 낸드플래시 가격은 10~15%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같은 시장 전망에 맞춰 경쟁사들은 이미 감산을 선언한 상태다. 업계 2위인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대비 올해 설비투자를 50% 축소하고 수익성 낮은 품목의 감산에 돌입했다. 3위인 미국의 마이크론도 지난해보다 20% 이상 생산 감축을 결정했다.
생산라인 재배치 등 통한 간접적인 감산 가능성은 존재
하지만 감산은 없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지난해 10월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인위적 감산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기본적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역시 지난 6일(현지 시각) 미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시설 투자 감축 계획에 대한 질문에 "아직까지 줄이겠다고 공식 발표한 적도 없고 계획대로 추진하고 있다"며 감산 가능성을 일축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전략은 경쟁사의 감산 효과가 나타나는 올 하반기까지 손실을 버티면서 다가올 호황기에 얻을 이익을 취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경쟁사 대비 양호한 수익성과 풍부한 현금을 기반으로 반도체 다운사이클을 견딜 수 있는 경쟁력이 있기에 공급을 유지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인 셈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인위적인 감산 대신 간접적으로 공급을 줄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하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고객사의 재고 감소 전환과 달리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재고가 증가 추세에 있지만 상반기 중에 신규 증설 지연과 생산라인 재배치를 통한 간접적인 감산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과도한 감산 기대감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공식적인 감산 결정이 나올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시장은 이미 감산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면서 "만일 삼성전자의 감산이 늦춰진다면, 주가 충격은 불가피할 것이며 감산이 공식화된다 하더라도 주가가 더 강하게 상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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