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앞 노숙자 얼굴에 ‘물대포’ 세례… 美주인 “사과하기 어렵다”
미국의 한 가게 주인이 가게 앞에 앉아 쉬고 있는 노숙자에게 물을 쏴 논란이 일고 있다. 당시 장면이 영상으로 퍼져 비난이 쏟아졌지만, 가게 주인은 사과를 거부했다.
11일(현지 시각) NBC뉴스와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같은 소동은 지난 9일 오전 6시쯤 샌프란시스코 시내 한 갤러리 앞 보도에서 발생했다. 당시 그곳에는 여성 노숙자 한 명이 가로수에 기대 앉아 쉬고 있었다. 이때 갤러리 주인은 정원용 호스를 꺼내들고 다가왔고, 이어 여성의 얼굴과 몸에 가차 없이 물을 쏘아댔다.
여성이 손을 허공으로 뻗어 허우적대며 괴로워했지만 갤러리 주인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갤러리 앞 울타리에 기대 한쪽 다리를 꼰 채 태연하게 물을 뿌렸다. 물 쏘기를 멈춘 뒤에는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키며 여성에게 가라고 소리친다.
이 모습은 인근 빵집 사장 에드손 가르시아의 휴대전화에 고스란히 담겼다. 이후 영상은 소셜미디어에서 빠르게 확산했고 많은 네티즌의 공분을 샀다. 현재 해당 갤러리 웹사이트는 “보수 중”이라며 닫힌 상태다.
가르시아는 “케이터링 주문 배달을 가는 길에 이 모습을 봤다. 갤러리 사장은 마치 나무에 물을 주듯 물을 뿌려댔다”며 “전에도 이 여성을 몇 번 본 적 있는데 늘 차분한 모습이었다. 그는 가게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길에서 잠만 잔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그날 비가 왔고 추웠기 때문에 갤러리 사장의 행동이 더 잔인해보였다”며 “여성은 ‘좋다. 움직이겠다’고 소리쳤다”고 했다.
논란이 거세졌지만 갤러리 주인은 “여성에게 사과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지역 주민들은 그 여성을 다 안다. 이전에도 방해가 돼 경찰과 사회복지서비스 쪽에 여러 번 전화했다”며 “수없이 민원을 제기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아 유감스럽다”고 했다. 이어 “내가 한 짓도 끔찍하지만 그 여성을 거리에 내버려 두는 것도 끔찍하다”며 “여성은 인근 가게의 보도와 진입로를 막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국은 여성을 보호소로 데려갔다가 이틀 만에 내보낼 것이다. 병원에 그를 데려가도 곧 다시 거리에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샌프란시스코 노숙자연합 관계자 제니퍼 프리덴바흐는 이번 일에 대해 “정말 잔인하고 차가운 일이다. 해당 영상을 본 대부분의 사람들이 냉담함과 무감각함에 놀랐을 것”이라며 “이번주는 날씨가 춥고 바람이 많이 불었다. 이 날씨에 노숙자가 물에 젖었다가는 저체온증에 빠질 수 있다”고 했다.
샌프란시스코는 노숙자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당국은 노숙자 텐트촌을 철거하는 등 조치를 취해왔지만, 지난달 연방법원이 노숙자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금지됐다. 당시 법원은 텐트촌 철거가 헌법에 명시된 권리를 침해한다고 판단해, 노숙자 보호소에 충분한 거처를 마련할 수 있을 때까지 당국의 철거 조치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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