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청원으로 국내 들어온 항암제 '엔허투'...사용 언제쯤?
국내 도입을 촉구하는 국민청원에서 5만 명 가까운 동의를 받았던 유방암 치료제 '엔허투(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가 12일 국내에 들어왔다. 지난해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데 이어 12월 치료 범위를 넓혔다.
국내 유방암 환자들이 이 약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건강보험 급여 적용에 대해서는 당국과 논의 중이라 하반기 이후에나 적용될 전망이다.
한국다이이찌산쿄는 12일 HER2양성 유방암, 위암을 표적하는 ADC(항체 약물 접합체) 항암제 엔허투 출시를 기념해 간담회를 열었다. 엔허투는 대표적인 ADC 항암제다. 표적에 대한 '선택성'과 약물의 '사멸 활성'을 이용해 약물이 암세포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하게 함으로써 치료 효과는 높이고 부작용은 최소화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엔허투는 지난해 9월 △이전에 2개 이상의 항 HER2기반의 요법을 투여 받은 절제 불가능한 또는 전이성 HER2 양성 유방암 △이전에 항 HER2 치료를 포함해 2개 이상의 요법을 투여 받은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HER2 양성 위 또는 위식도접합부 선암종의 치료(3차)에 대한 허가를 받았다.
또 12월에는 이전에 한가지 이상의 항 HER2 기반의 요법을 투여 받은 절제 불가능한 또는 전이성 HER2 양성 유방암 환자의 치료(2차)로 확대 승인받았다. 현재까지 허가받은 적응증은 2가지다.
엔허투의 신속 허가를 요청하는 청원글은 지난해 8월 올라왔는데 일주일 만에 동의자가 2만명을 넘어서면서 치료제로는 이례적인 기록을 세웠다. 일반적으로 항암제 이슈는 환자·가족들만 주로 관심을 가져 여론을 모으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식약처는 9월 정식 허가를 내줬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박연희 교수는 간담회에서 엔허투 몇 가지 특장점을 꼽았다. △독성약물 메커니즘(Payload mechanism of action Topoisomerase Inhibitors) △독성약물의 높은 효능(High potency of payload) △높은 약물 대 항체 비율(High drug to antibady ratio) △안정적인 독성약물 링커(Stable linker-payload) 등이다.
박 교수는 "기존 치료인 트라스투주맙엠탄신(T-DM1)과 직접 비교했을 때, 유의미한 무진행 생존기간(PFS) 개선 효과를 보였다"면서 "지난해 업데이트 된 중간분석에서 1차 평가변수인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mPFS)은 엔허투가 28.8개월로 T-DM1 투여군의 6.8개월 대비 22개월 이나 길었다 "고 설명했다.
주요 2차 평가 변수인 전체생존기간(OS)은 엔허투군이 T-DM1 투여군에 비해 사망 위험을 36% 줄여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보였다.
박 교수는 엔허투의 주요 부작용으로 꼽히는 간질성 폐질환(ILD)에 대해서는 "T-DM1이 오래 사용해온 약물이고, 객관적으로 엔허투에 독성이 더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까지는 일본인 대상 임상시험에서 주로 나온 데이터라고 보여진다. 부작용이 나타나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관리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적응증 확대와 급여적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엔허투가 해외에서 기립 박수를 받았던 좋은 데이터는 HER2 저발현 치료에 대한 부분이었기에 국내에서도 빠르게 확대 허가를 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국다이이찌산쿄는 지난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급여신청 서류의 제출을 완료했고 향후 의료진, 보건당국 등과 적극적인 논의를 통해 조속히 급여 허가를 마무리 한다는 계획이다. 통상적으로 급여신청 절차는 6개월 정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내 약가는 3회 투여에 약 8000만원(1회 2~3000만원)으로 추정된다.
한편 엔허투는 다이이찌산쿄와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으로 개발해 상용화한 제품이다. 국내에서는 한국다이이찌산쿄와 한국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 개발 및 판매하고 있다. 국내 유통은 한국다이이찌산쿄에서 담당한다.
유방암은 지난 2020년 기준 전 세계에서 약 230만 명의 환자가 발생한 가장 흔한 여성암이다. 사망률 또한 가장 높다. 특히 한국은 아시아 국가 중 발생률 최상위 그룹에 속한다. 유방암 환자 중 전신 전이가 있는 4기 환자는 34%로 확연히 낮은 생존율 보이며, 전체 유방암의 약 20%를 차지하는 HER2양성 유방암은 재발 및 전이를 잘 일으키고 질병의 진행 속도가 빨라 예후가 더욱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봄이 기자 (bom240@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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