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독주 ‘재생에너지 축소’ 전력수급계획...환경부 등 2중대 전락
원자력 발전 32.4%로 대폭 확대하기로
향후 15년간 전력수급의 밑그림인 전력수급기본계획이 결국 ‘원자력 발전 확대·재생에너지 축소’라는 정부 원안대로 확정됐다.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가 필요하다는 환경부 등 타 부처와 시민단체의 권고를 외면한 채 윤석열 정부의 산업통상자원부가 정부안을 관철시킨 것이다.
산업부는 12일 전력정책심의회를 통해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중장기 전력수요 전망과 이에 따른 전력설비 확충을 위해 정부가 2년 주기로 수립하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지난 8월 정부안 공개 이후 전략환경영향평가와 관계부처 협의, 공청회, 국회 상임위 보고 등의 절차를 거쳤다.
이날 확정된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보면 지난 11월 정부안과 마찬가지로 2030년까지 원자력 발전 비중을 32.4%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신재생 발전 비중도 21.6%로 정부안과 같다.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비중도 각각 19.7%, 22.9%로 정부안을 유지했다. 앞서 문재인 정부에서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 2030년 발전량 목표치를 원전 23.9%, 신재생 30.2%로 설정한 것과 비교하면 원전 비중은 대폭 늘리고, 신재생 비중은 크게 줄었다.
이번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과정에 관계 부처 의견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환경부는 2027년까지 석탄과 LNG 등 화석연료 발전 비중을 40%대로 줄이겠다는 대통령 공약을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담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사실상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외면당했다. 대통령 직속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도 “재생에너지 등 무탄소 전원 발전 비중 확대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이 또한 담기지 않았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전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율을 30%로 확대하는 목표치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최대한 노력해도 재생에너지 비중은 21.6%까지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도 재생에너지 비중 축소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했지만 묻혔다.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만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 ‘RE100(재생에너지 100%)’ 캠페인 공동 주관기관인 클라이밋그룹의 피어스 대표는 지난 11월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시급하고 단호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한국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촉구 서한을 보냈다.
글로벌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의 풍력과 태양광 발전량은 21.40테라와트시(TWh)이다. 이는 삼성전자가 한 해 쓴 전력량인 22.92TWh에도 미치지 못한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2050년까지 소비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린피스는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13년 뒤인 2036년에도 2021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1.3%도 안 된다. 이대로 가면 기후위기 대응도 산업의 경쟁력 유지도 실패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국회에서는 신재생에너지 정책 후퇴를 두고 여야 공방이 벌어졌다. 지난 11일 더불어민주당 탄소중립위원회와 같은 당 국회 상임위원회 위원들은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원전을 대폭 확대하는 만큼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낮추는 게 핵심”이라며 “재생에너지 NDC 상향안을 유지하고, 석탄·LNG 발전 비중을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권명호 국민의힘 의원은 “무엇 때문에 고비용을 감당하면서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 하는지 우리가 다시 (정책을) 정립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축소에도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를 44.4% 줄이겠다는 감축 목표는 달성할 수 있다고 정부는 자신했다. 산업부는 “원전 확대와 노후 석탄발전소 폐지로 부족한 부분은 석탄발전 상한제 등 단기대책을 통해 추가 감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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