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섭의 MLB스코프] 미네소타는 '문제적 남자' 코레아에게 왜 반했나
[스포티비뉴스=이창섭 칼럼니스트] 결국 미네소타 트윈스였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13년 3억5000만 달러)에 이어 뉴욕 메츠(12년 3억1500만 달러)와 계약도 실패한 카를로스 코레아가 다시 미네소타의 손을 잡았다. 정말 파란만장한 시간이었다.
계약 내용은 축소됐다. 메디컬 테스트에 두 차례나 발목을 잡히면서 계약 기간과 총액이 줄었다. 보장 계약은 6년 2억 달러로, 베스팅 옵션이 네 번 걸려 있다. 2029-32년의 옵션이 모두 실행되면 계약은 10년 2억7000만 달러가 된다. 10년 계약으로 확대돼도 3억 달러에 미치지 못하는 부분이 코레아의 현 상황을 알려주고 있다.
옵션이 발동되는 조건은 꽤 까다롭다. 2028년 575타석, 2029년 550타석, 2030년 525타석, 2031년 502타석을 채우는 것이다. 가장 적은 502타석은 건강해야 채울 수 있는 한 시즌 규정 타석이다. 혹은 이전 시즌 MVP 투표 5위 이내, 실버슬러거와 월드시리즈 또는 챔피언십시리즈 MVP를 수상하면 옵션이 자동 충족된다. 내구성을 증명하거나, 가을에 뛰어난 활약으로 팀을 월드시리즈에 올려놓아야 한다.
코레아를 배려한 부분도 있다. 코레아는 전 구단 트레이드 거부권을 가지고 있다. 원하지 않는 팀은 가지 않아도 된다. 또한 보장 계약 기간 동안에는 연평균 3333만 달러의 높은 연봉을 책정했다(역대 12위).
코레아의 미래는 의심해도 코레아의 현재는 의심하지 않았다. 무작정 몸값부터 깎으려고 했던 샌프란시스코와 메츠보다는 코레아의 자존심을 지켜줬다.
사실 미네소타는 줄곧 코레아와 재결합을 원했다. 코레아가 옵트아웃을 선언하고 FA가 됐을 때도 재빨리 접촉했다. 2014년 받았던 오른쪽 발목 수술이 부각됐을 때도 영입 의지가 꺾이지 않았다. 미네소타의 한결 같은 관심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인 코레아도 마음을 열었다.
코레아는 작년에도 마음고생이 심했다. 휴스턴의 연장 계약 제안을 거절하고 호기롭게 FA 시장에 나왔지만, 선뜻 영입하겠다고 나선 팀이 없었다. 코레아는 휴스턴 시절 조직적인 사인 훔치기가 발각되자 오히려 적반하장식 태도로 나왔었다. 이러한 독선이 부메랑이 돼서 돌아왔다. 심지어 직장폐쇄라는 시기의 특수성도 더해지면서 코레아에 대한 관심은 미적지근했다.
이때 낙담한 코레아를 달래준 팀이 미네소타였다. 미네소타는 3년간 연봉 3510만 달러를 챙겨줄 뿐만 아니라 매년 FA가 될 수 있도록 옵트아웃 조항을 넣어줬다. 허울뿐인 FA 최대어로 전락했던 코레아의 체면을 살려준 계약이었다.
미네소타는 코레아가 미로에 빠질 때마다 탈출구를 제시해줬다. 친정팀 휴스턴보다 코레아에게 더 진심이었다. 다리에 삽입된 철판이 향후 경기력 저하를 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코레아 영입에 적극적이었다. 왜 미네소타는 잠재적인 위험을 감수하면서 코레아 영입에 심혈을 기울였을까.
지난해 코레아는 오른쪽 중지 손가락 타박상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었다. 하지만 심각한 부상은 없었다. 136경기에 출장해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타율 .291 22홈런). 공격력을 측정하는 조정득점생산력(wRC+) 140은 유격수 전체 1위였다. 다음 시즌 타격의 예상 근거가 되는 타구의 질도 좋은 축에 속했다. 그동안 대형 유격수를 보유한 적이 없었던 미네소타에게 난생 처음 보는 신비한 존재였다.
미네소타 홈구장 타겟필드는 투수친화적인 구장이다. <스탯캐스트>가 제공하는 최근 3년간의 파크팩터에서 98을 기록했다(중립 100). 구장 특성상 좌타자보다 우타자가 조금 더 유리한데, 좌타 라인에 비해 우타 라인의 무게감이 떨어진다. 작년에도 좌완 공략은 잘하지 못했다. 좌완 상대 팀 OPS가 전체 21위(.701)에 그쳤다(우완 상대 팀 OPS .725는 10위).
지난해 코레아는 미네소타 첫 시즌부터 타겟필드에 잘 적응했다(타율 .310, OPS .880). 강추위에도 크게 얼어붙지 않았다. 좌완을 상대로도 강한 면모를 이어갔다(타율 .299, OPS .945). 미네소타의 가려운 부분을 정확히 긁어주는 선수였다.
미네소타에게 코레아가 더 매력적인 이유는 포스트시즌 퍼포먼스에 있다. 2017년 휴스턴의 월드시리즈 우승 멤버인 코레아는 가을이 되면 더 불타오른다(통산 79경기 타율 .272 18홈런). 승부처에서 중요한 한 방을 날리는 클러치 히터로서 명성이 자자하다. 한순간에 승패가 좌우되는 포스트시즌은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선수가 절대적이다. 코레아는 이러한 능력을 갖춘 몇 안 되는 선수로, 포스트시즌 18연패를 하루 빨리 끊어야 하는 미네소타에게 꼭 필요한 해결사다.
미네소타는 코레아의 경기 외적인 모습도 높은 점수를 줬다. 로코 볼델리 감독은 코레아의 프로의식을 본받아야 한다고 말했었다. 휴스턴 커리어 후반 팀의 실질적인 리더였던 코레아는, 젊은 선수들이 성장해야 하는 미네소타에서도 구심점 역할을 기대받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호세 미란다를 각별히 챙기면서 그의 발전을 도와줬다. 코레아의 계약이 전해지자 미네소타 선수들은 일제히 SNS를 올려 그의 복귀를 환영했다. 다른 팀일 때는 얄미운 적이지만, 같은 팀일 때는 든든한 동료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해 미네소타는 78승84패로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3위에 머물렀다. 올해도 완성된 전력은 아니지만, 비교적 낮은 지구 경쟁력 덕분에 포스트시즌을 노리고 있다. 지역 매체 '스타트리뷴'에 따르면 미네소타는 매년 4000만 달러를 받는 TV 중계권 계약이 올해 끝이 난다. 새 중계권료 수입 증가를 위해서는 성적을 내야 하며, 여기에 힘을 보탤 수 있는 스타가 절실했다. 미네소타는 코레아가 이 모든 조건에 부합하는 선수라고 내다봤다.
자칫 싱거운 겨울이 될 뻔 했던 미네소타는 코레아를 붙잡으면서 막대한 전력 누수를 막았다. 누군가에겐 무모해 보일지 몰라도 미네소타로선 해볼만한 시도였다. 다만, 대표적인 유리몸 바이론 벅스턴이 있는 가운데 또 다른 시한폭탄을 떠안게 된 점은 매우 불안하다. '부상이 최대의 적'이라는 말이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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