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제주 변호사 피살사건' 자백한 조폭에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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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장기 미제 '제주 변호사 피살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된 피고인의 살인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12일 김모(57)씨의 살인 혐의에 징역 13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무죄 취지로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피고인(김씨)의 제보 진술이 형사재판에서 합리적 의심을 배제하고 공소사실을 입증할 만한 신빙성을 갖췄다고 볼 수 없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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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체류로 공소시효 정지···재판 넘겨져
원심 징역 13년6개월 선고했지만 뒤집혀
대법 "방송 진술과 객관적 사실 일치 안해"
대법원이 장기 미제 '제주 변호사 피살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된 피고인의 살인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12일 김모(57)씨의 살인 혐의에 징역 13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무죄 취지로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피고인(김씨)의 제보 진술이 형사재판에서 합리적 의심을 배제하고 공소사실을 입증할 만한 신빙성을 갖췄다고 볼 수 없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또 '피고인 본인 진술'이라는 간접증거만 있는 상태에서 진술의 주요 부분과 맞지 않는 객관적 사정이 드러났다면, 섣불리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전직 조폭인 김씨는 1999년 8∼9월 누군가로부터 "골치 아픈 문제가 있어 A 변호사(당시 45세)를 손 좀 봐줘야겠다"는 지시와 현금 3000만원을 받은 뒤, 동갑내기 조직원 손모씨와 함께 A 변호사를 살해하기로 공모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씨는 손씨와 함께 A 변호사를 미행해 동선과 생활 패턴을 파악했고 구체적인 가해 방식을 상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은 두 달 동안의 준비를 거쳐 그해 11월 5일 새벽에 이뤄졌다. 수사 결과 손씨는 흉기로 A 변호사의 가슴과 복부를 세 차례 찔러 숨지게 했고, 범행을 지시·의뢰한 김씨는 A 변호사의 사망 사실을 보고받고 도피 자금을 건넸다.
이후 두 사람이 검거되지 않으면서 이 일은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사건은 21년 만인 2020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김씨는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 출연해 자신이 1999년 손씨를 시켜 살인을 저질렀다고 했다. 손씨는 2014년 이미 숨진 상태였다.
김씨는 살인죄 공소시효(당시 15년)가 지났다고 생각했지만 해외 체류 때문에 시효가 정지돼 처벌이 가능한 상태였고, 그는 곧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공모자 중 일부만 범행 실행에 나아간 경우, 실행을 직접 담당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공동으로 범죄 책임을 묻는 '공모공동정범' 법리를 김씨에게 적용해 살인죄를 물어야 한다고 봤다.
지난해 2심은 1심의 무죄 판단을 깨고 김씨의 살인 혐의를 유죄로 판결했다. 김씨가 손씨와 범행을 모의·실행하는 과정에서 범행에 본질적 기여를 했고 '기능적 행위 지배'를 통해 범행 실행 행위를 분담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김씨의 방송 진술이 객관적 사실과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A 변호사를 혼내주라'고 최초 지시했다는 폭력조직 두목은 당시 수감 중이었고, 살인을 직접 실행한 손씨를 어떻게 도피시켰는지에 관한 진술은 모순되거나 일관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또 범죄 실현의 전 과정에서 김씨와 손씨의 지위·역할이 구체적으로 입증돼야 하는데 손씨는 이미 숨진 상태이므로 김씨의 말을 믿을 수 있는지 애초에 확인할 수도 없다고 했다.
아울러 2심처럼 김씨 진술에 신빙성을 부여하더라도 당시 범행 현장 상황 등 정황증거만으로 김씨와 손씨의 살인 고의나 공모를 인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씨의 방송 진술은 어디까지나 '상해를 공모했는데 일이 잘못돼 A 변호사가 숨졌다'는 취지고, 피해자의 상처를 보면 이들이 살인을 위해 공격했다기보다는 겁을 주려고 한 것으로도 보인다는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피고인의 진술이 형사재판에서 합리적 의심을 배제하고 공소사실을 입증할 만한 신빙성을 갖추었는지에 관해 더 신중하게 판단할 것을 요구함으로써 무죄추정의 원칙을 강조했다"며 "간접증거만으로 살인의 고의와 공동정범을 인정하기 위한 기준을 제시해 유사한 사안에서의 하급심에 지침을 주는 사례"라고 의의를 설명했다.
천민아 기자 mina@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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