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예약 특혜에 상품권까지' 인천경찰 총경, 집행유예 2년

법원 "통상 선물?…뇌물로 보는 데 무리 없어"

(인천=뉴스1) 박아론 기자 = 골프장 예약 특혜를 받고 1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받은 인천 경찰간부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인천지법 제14형사부(재판장 류경진)는 12일 오후 열린 선고공판에서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인천경찰청 소속 총경 A씨(60)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250만원을 선고했다. 또 119만5000원의 추징을 명했다.

수뢰 후 부정처사 및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함께 기소된 경위B씨(53)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또 뇌물공여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골프장 대표와 임원 2명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A는 상품권 100만원이 통상적 친분관계에 의해 제공된 돈일 뿐 직무 관련성 대가가 없다고 주장하나, 그러한 금액이라고 보기에는 금액이 적지 않다"며 "골프장 혜택도 피고인 A와 B는 미미하다고 주장하나, 경찰공무원 지위를 생각해보면 결국 관할 골프장의 대표와 임원이 피고인들의 직무로 인해 일정 부분 혜택을 보기 위해 제공한 것이라고 미뤄 짐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 A와 B는 관할 경찰서에 들어오고 나서 골프장 대표와 임원과 친분관계를 활발히 쌓아왔고, 비록 받은 혜택이 미미하다고 할지라도 뇌물로 인정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며 "피고인 A와 B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것은 유리한 정상이지만, 직무와 관련해 뇌물을 수수하고 그 과정에서 공무상 비밀 누설, 수뢰 후 부정처사를 저지른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피고인들이 생각하는 통상적 선물이라고 생각하는 뇌물에 대한 인식과 국민들, 사회가 생각하는 뇌물에 대한 인식이 괴리가 있다"며 "여러 사정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검찰은 앞서 결심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8개월을 구형했다. 또 B씨에게는 징역 1년을 구형했다.

A씨는 공판 내내 "예약 혜택과 상품권 수수는 인정하나,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한 바 있다.

A씨는 2020년 10월6일부터 지난해 2월13일까지 인천 모 경찰서장 재직 시절 총 2차례에 걸쳐 C씨 운영 골프클럽으로부터 예약 특혜를 제공받고, 1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또 B씨는 2019년 3월21일부터 지난해 6월7일 C씨 운영 골프클럽으로부터 총 25차례에 걸쳐 예약 혜택을 받고 C씨 측에 음주측정불응 혐의로 조사를 받던 골프장 직원 관련 수사정보를 누설한 혐의다.

골프장 대표 C씨와 차장 D씨(52)는 A씨와 B씨에게 편의를 제공한 혐의다.

검찰은 2020년 12월19일 골프클럽 주차장에서 112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의 음주측정 요구를 거부한 이 골프클럽 감사 E씨(48)가 경찰에서 '혐의없음'으로 송치되자 재수사를 지휘했다.

검찰은 재수사 지휘에도 경찰이 2차례나 해당 사건을 불송치하자 직접 보완수사를 벌여 A씨와 B씨, 그리고 이 골프장 관계자들간 유착관계를 확인해 E씨 음주측정 거부 외에 A씨 등의 뇌물수수 및 공여 혐의를 추가 확인해 모두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aron031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