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었으면 어쨌을 뻔”···필리핀 특급들, 전반기를 갈랐다
프로농구는 일본에 개방했던 아시아쿼터를 올시즌 필리핀으로 확대했다. 전반기에 코트에 선 필리핀 선수는 5명이다. 특히 상위 3개 팀은 “없었으면 어쩔뻔했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필리핀 선수들의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전반기를 마치며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선두 안양 KGC인삼공사의 렌즈 아반도(25·188㎝)다. 키가 아주 크지 않은데도 엄청난 점프력으로 상대 슛을 막아내고 덩크슛까지 꽂는다. 12일 현재 경기당 1.1개의 블록을 성공해 자밀 워니(SK·1.13개)와 선두를 다투고 있다. 특히 서울 SK전에서 유난히 강하다. 3경기에서 가장 많은 평균 31분16초를 뛰며 가장 많은 평균 22득점을 올렸다. ‘디펜딩 챔피언’ SK는 KGC가 우승을 위해 반드시 꺾어야 한다 여기는 라이벌이다.
2위 창원 LG에는 저스틴 구탕(26·190㎝)이 있다. 초반에는 적응기를 거치느라 D리그에서도 2경기를 뛰었다. 이후 11월말부터 본격적으로 출전 시간을 늘려 뛰며 LG에 새로운 공격 옵션을 만들었다. 공격적인 돌파로 투맨 게임에서 과감한 패스를 넣어주며 골밑을 지키는 아셈 마레이와 시너지 효과도 크다.
3위 울산 현대모비스는 론제이 아바리엔토스(24·181㎝)가 핵심 전력이다. 평균 13.1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아바리엔토스의 활약 여부에 팀 승패가 엇갈릴 정도다. 아시아쿼터 선수 중 유일하게 올스타에 선발될 정도로 존재감이 크다.
원주 DB의 이선 알바노(27·185㎝)는 평균 13.4득점으로 아시아쿼터 선수 중 가장 좋은 득점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주축 선수들이 부상을 당해 팀이 하위권으로 떨어져 있다.
역시 줄부상으로 최하위에 떨어진 서울 삼성은 아시아쿼터와도 인연을 맺지 못했다. 필리핀 국가대표 윌리엄 나바로를 야심차게 영입했으나 이적 동의서를 발급받지 못해 무산됐고, 이어 영입한 크리스찬 데이비드는 부상으로 뛰지도 못하고 돌아갔다. 삼성은 세번째 선수 영입을 추진하고 있다.
전반기 막바지에 반등의 시동을 건 팀들도 이제 필리핀 선수들을 준비해놓고 있다. 수원 KT는 ‘필리핀 허웅’이라 불릴 정도로 인기 좋은 국가대표 데이브 일데폰소를 영입했고, KCC도 칼빈 제프리 에피스톨라를 등록했다. 둘은 후반기 출발과 함께 데뷔할 계획이다.
필리핀 선수들은 뛰어난 개인기와 패스 능력으로 KBL에 새 바람을 몰고 왔다. KBL은 이에 15일 열릴 올스타전에서 이벤트 게임으로 국내 선수와 필리핀 선수들의 3대3 경기도 준비했다. 김선형(SK), 변준형(KGC), 이정현(캐롯)이 아반도, 아바리엔토스, 샘조세프 벨란겔(대구 한국가스공사)과 경기한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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