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강수연 유작 '정이', 김현주·류경수가 완성한 SF(종합)

김샛별 2023. 1. 12.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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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감독의 새로운 세계관 '정이', 20일 넷플릭스 공개

연상호 감독(가운데)과 배우 류경수, 김현주(오른쪽)가 12일 오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넷플릭스 영화 '정이'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故 강수연은 후배 배우들과 대중에게 많은 것들을 남겼다. 그리고 그 중 하나인 한국형 SF 영화이자 강수연의 유작인 '정이'가 관객들을 만날 준비를 마쳤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정이(연상호 감독)' 제작보고회가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진행됐다. 현장에는 연상호 감독을 비롯한 배우 김현주 류경수가 참석했다.

'정이'는 기후변화로 폐허가 된 지구를 벗어나 이주한 쉘터에서 발생한 전쟁을 끝내기 위해 전설적인 용병 정이의 뇌를 복제해 최고의 전투 A.I.를 개발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SF 영화다.

연 감독은 작품의 제목을 '정이'라고 지은 것과 관련해 "아무래도 전체 내용이 정이에 관한 이야기다 보니 제목 또한 자연스럽게 정이로 정해졌다. 또한 어떻게 보면 새로울 수 있는 SF 영화의 제목이 한국 사람들에게 익숙한 이름으로 짓는 것도 뜻깊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매번 독창적인 세계관을 구현하는 연 감독이 이번 '정이'는 어떤 기획 의도로 시작하게 됐을까. 연 감독은 "정이는 영웅으로서 엄마로서 살아온 인물이다. 그런 인물이 자기를 둘러싼 이데올로기나 상황에서 완벽히 해방되는 모습을 상상하며 영화를 기획했다. 그 과정을 SF적으로 구현할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하면서 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연상호 감독(가운데)과 배우 류경수, 김현주(오른쪽)가 12일 오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넷플릭스 영화 '정이'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연 감독은 '정이'를 제작하며 전 작품인 '지옥'에서 함께했던 김현주와 류경수를 주연으로 내세웠다. 그렇게 또다시 호흡을 함께하게 된 세 사람이다.

연 감독은 "정이를 기획하면서 생각한 모습과 김현주의 그림체가 맞았다. 실제로도 잘생기지 않았나. 기본적으로 캐릭터 그림이 잘 맞아야 영화를 만들 때 수월하기 때문에 너무 좋았다"고 김현주를 캐스팅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이어 "정이 역은 여러 가지가 필요했다. 액션도 액션이지만, 그 액션에 감정까지 실어야 한다. 특히 로봇이 멈출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배우도 감정 연기를 하다가 그대로 멈추고, 다시 작동을 하면 곧바로 감정을 쏟아내야 하는 상황이 왕왕 있었다. 일반 인간을 연기하는 것과 다르기 힘들 텐데 김현주는 순간적으로 연기를 뽑아내는 모습을 잘 봤기 때문에 확신이 있었다"고 극찬했다.

류경수에 관해서는 "작품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그에 따른 설계를 워낙 잘하는 배우"라고 소개했다. 연 감독은 "'정이'에서도 인물 설정이 잘못되면 이상해질 수도 있는 캐릭터인데도 불구하고 미리 잘 준비한 데다 계획적으로 만들어왔다. 극 중 실제로도 제일 말이 많은 캐릭터라 작품 전체를 끌고 가는 캐릭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런 인물을 류경수가 잘 해줬다"고 설명했다.

극 중 김현주는 연합군 최정예 리더에서 뇌복제 기술을 통해 전투용병 A.I가 된 정이를 연기한다.

김현주는 작품 출연 계기로 "희소성이 있는 작품이다 보니까 장르의 특별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했다"고 밝혔다.

이번 작품에서는 더욱더 과감해진 액션에 도전하는 김현주다. 그는 "'지옥' 때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감독님께 의아한 점이 내게 과감한 액션을 맡겨준다는 것이다. 물론 나 역시 액션에 대한 욕망이 있긴 했지만, 그 전에는 할 수 없었다. 이번에는 '지옥'보다 더한 액션이 많았다"며 "앞으로 또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열심히 액션 장면을 촬영했다"고 말했다.

A.I를 연기하는 것도 쉽진 않았다. 김현주는 "고민해본 적도, 과거에 경험해본 적도 없던 장면들이라 어려웠다. 특히 A.I와 사람을 구분지어 보여야 했기 때문에 이 점에서 신경을 많이 썼다. 또 A.I는 부자연스러운데 자연스러워야 하니까 이런 표현에 있어서도 생각을 많이 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배우 류경수와 김현주(오른쪽)가 12일 오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넷플릭스 영화 '정이'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류경수가 맡은 크로노이드 연구소장 상훈은 뇌복제 실험의 성공에 모든 것을 건 열정과 유머 감각을 동시에 가진 인물이다. 류경수는 상훈을 "'지옥' 때와는 정반대다. 냉소적이면서도 자기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인물이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장난스럽고 이상하다. 어떨 때는 자기 기분을 못 숨긴다. 여러가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인 것 같다"고 소개했다.

ENFP인 상훈을 염두에 두고 캐릭터 설정을 했다는 류경수는 "상훈은 비밀을 가진 인물이지만, 인간적인 면에서는 장난꾸러기다 보니 과감하게 표현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세트장으로 출근하는데 아무래도 아침이다 보니 텐션이 떨어질 수밖에 없더라. 템포가 빠른 노래를 안 듣는데 일부러 출근길 만큼은 텐션을 올리기 위해 신나는 노래를 즐겨 들었다"고 말했다.

이를 듣던 김현주는 "이제는 캐릭터 연구도 MBTI를 가미해서 한다는 게 신기하다. 옛날에는 혈액형과 별자리였는데"라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사실 '정이'는 故 강수연의 유작이라는 점에서도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강수연은 정이의 딸로서 식물인간인 어머니를 복제하기 위해 크로노이드 연구소 팀장이 된 서현 역을 연기한다.

연 감독은 "사실상 '정이'는 강수연 선배님으로부터 시작됐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밝혀 그 배경을 궁금케 했다.

그는 "'정이'는 영화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썼던 글은 아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이 작품이 영화가 된다면 누가 윤서현 역을 할 수 있을까 하다가 강수연이라는 배우가 떠올랐다. 그때부터 정이를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다"며 "어떻게 보면 강수연 배우가 있어 정이가 탄생할 수 있었다"고 돌이켰다.

배우 김현주(왼쪽에서 첫 번째)가 12일 오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넷플릭스 영화 '정이'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작품 소개를 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연 감독은 강수연과 처음 연락이 닿았을 때도 떠올렸다. 그는 "처음에는 '읽씹(읽고 씹기)'을 당해 어쩌나 싶었다. 겨우 연락이 돼 30분 정도 통화를 했는데 겨드랑이에 땀이 많이 났을 정도로 긴장했다"고 고백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그때부터 '정이'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강수연 선배님은 현장을 정말 좋아했다. 선배님의 주도로 모임이 만들어지곤 했는데, 그럴 때면 영화 좋아하는 학생들이 모여서 이야기하는 느낌이었다. 최근 영화를 할 때면 그런 기억이 참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고 전했다.

끝으로 연 감독은 "'정이'를 제작할 때 마치 내가 예전에 봤던 SF 단편 소설을 영상으로 만든다는 기분이었다. 어렸을 때 SF를 처음 접한 소년 연상호가 가졌던 느낀 기분을, SF가 생소한 분들도 '정이'를 통해 같은 기분을 느꼈으면 한다"며 많은 시청을 당부했다.

'정이'는 오는 20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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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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