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기자 돈거래 질문에 침묵 지킨 이재명 대표
신년기자회견 후 '검찰 조사중 성남시 문건 관련 답변 있었나' 질의에도 침묵
민주당 주류매체 기자들에만 질문권 제공
박성준 "먼저 대표 모두발언 중심으로 질문해달라" 기자 "질문통제하냐"
왜 질문권 안주냐 이의제기하자 "질문 지정권한 내게 있다"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른바 대장동 일당 가운데 핵심인물인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전 머니투데이 부국장)의 현직언론인 금품 거래에 사업 인허가권자로서 어떻게 보느냐는 질의에 아무 답변도 하지 않았다.
이틀전 검찰조사에서 검찰이 성남시 요구안이 담긴 '네이버 문건'을 제시하자 이 대표가 '정진상이 그랬다는 거냐', '몰랐다'고 답변한 것과 관련해 국민의힘이 “이젠 정진상과도 손절하느냐”고 비판한 데 대해서도 물어봤지만 답변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지난해 말 100일 기자회견도 생략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12일 열린 신년 기자회견을 마친 뒤 추가로 질문한 기자에게 이 같은 반응을 내놓았다. '기자들이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돈과 금품거래를 한 것에 대해 어떻게 보느냐', '대장동 사업 인허가권자로서 한 말씀 부탁드린다'는 미디어오늘 기자 질의에 이재명 대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옆에서 천준호 비서실장이 “기자회견 끝났잖아요”라고 밀치며 질문을 만류했고, 다른 참모들도 “그만하자”고 제지했다.
심지어 기자 뒤에 있던 지지자로 보이는 한 인사는 “대장동 몸통은 국힘당인데 왜 이 대표한테 대장동을 물어봐요”라고 질문 내용에 불만을 내놓기도 했다.

이어 그제 검찰 조사내용에서 성남시 요구안 문건에 대해 질문이 나왔을 때 이 대표가 '정진상이 그랬다는 거냐'고 답변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실제로 그런 질문 답변이 있었느냐”, “이젠 '정진상도 손절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는데 어떻게 보느냐”는 추가 질의를 했으나 이 대표는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이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사법리스크관련 소회'와 '대장동이나 선거법 관련 조사 이뤄질 가능성이 있는데, 부담이 없느냐, 검찰 소환이 추가로 이뤄지면 응할 계획이 있느냐'는 정윤주 연합뉴스 기자의 질의에 “검찰리스크로 해달라”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 매우 부당한 처사이긴 하지만 검찰 소환요구에 당당하게 임했다. 잘못한 일이 없기 때문에 조사에 임했으나 검찰 요구는 부당하고 옳지 않은 처사”라고 답했다.
'당내 김건희 여사 특검 TF를 띄웠고, 검찰리스크가 나올 때마다 지도부가 공정하게 수사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는데, 본인은 어떤 입장이냐'는 이수빈 이데일리 기자 질의에 “두사안 연관 짓는 것은 부당하다”며 “저에 대한 검찰의 정치적 공격은 없는 사실을 지어내서 수년간 수사해도 아무 근거 찾지 못한 사건을 억지로 만들낸 것인 반면, 김건희 여사 부분은 명백한 증거는 많이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연관이 있는 것처럼 만드는 것은 사실상 공평치 못한 판단”이라며 “관계 없는 것을 관계 짓는 것은 제가 억울하지 않느냐”고 항변했다.
'대표의 최측근이라고 불리는 김용, 정진상씨가 대장동 뇌물 등의 혐의로 구속됐고, (영장을 발부한 것은) 사법부의 판단이며, 불미스러운 일로 구속된 것에 대한 최소한의 유감 표명을 할 생각은 없느냐'는 정민진 TV조선 기자 질의에 이 대표는 “사법부의 판단은 검찰이 제시한 자료로 하는 것”이라며 “검찰이 녹취록이라고 하는 분명한 근거를 놔두고 그에 상치되는 번복된 진술에 의존해서 의사 결정을 하는 것은 매우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본인이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을 내려놔야 한다고 해왔는데, 최근 검찰이 조사 받은 성남FC 사건 관련 구속영장을 검토하고 있다는데, 그럴 경우 본인의 불체포 특권을 내려놓을 뜻이 있느냐'는 이지윤 KBS 기자 질의가 나오자 이 대표는 '강도행각' 등 원색적인 표현을 쓰며 검찰을 비난했다. 이 대표는 “경찰이 … 경찰복을 입고 강도행각을 벌이고 있다면 과연 어떻게 판단할지,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판단이 다를 수 있다”며 “민주화 이후에 검찰이 수사권 기소권을 이런 식으로 남용한 사례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검찰이 권력의 하수인이 돼서 부당한 권력을 도와주면서 최소한의 기준, 합리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했지만 지금은 검찰 그 자체가 권력이 됐다”며 “운영이나 합리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수사 기소권을 남용하고 수사가 아니라 정치를 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해달라”고 주문했다.
이밖에 '여야 영수회담이 유효하다고 했는데, 신년에는 형식을 문제삼아 참석을 안한 것은 정략적이지 않느냐'는 김현우 세계일보 기자의 질의에 이 대표는 “신년인사회는 이미 말씀드렸던 것처럼 실무단위에서 일정이 확정돼 있었고, 저희가 불참을 한 것은 형식 문제 삼은 것 아니고, 다만 그 과정의 부족함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검찰 신상공개에 대한 원종진 SBS 기자 질의에 이 대표는 “공무원이 정책실명제를 하고, 행정공무원은 이름표를 붙여서 다닐 뿐 아니라 조직표를 다 공개하고 있지 않느냐”며 “판사도 어떻게 판결했는지 이름까지 공개하는데, 검사만 왜 자신들이 한 일을 공개하면 안되느냐”고 반문했다. 이 대표는 “이미 공개된 사실을 공개했다고 조리돌림이라는 말을 쓰면서 반발한다는 소문이 들리던데, 이게 왜 조리돌림이냐”며 “자신이 한 일을 밝히는게 조리돌림이라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앞서 본인의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도 △일방적이고 폭력적 국정의 정상화 △말로는 협치 실제로는 권력기관을 동원한 야당파괴, 정적 죽이기 중단 촉구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바꾸고, 대통령 결선투표제 도입하는 개헌 논의 등을 제안했다.
이 대표의 신년 기자회견의 질의 권한은 주류 매체 기자들에게만 주어졌을 뿐 아니라 질문 내용까지 통제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연합뉴스, 중앙일보, 이데일리, 뉴시스, 한국경제, 세계일보, TV조선, KBS, 전자신문, 채널A, SBS 등 11개 매체 기자에게만 질문권을 제공했다. 특히 사회를 본 박성준 대변인은 다른 많은 기자들이 손을 들었지만 이들 기자에게 이름을 부르거나 매체명을 자신이 호명하면서 질의하도록 했고, 그 밖의 기자들은 손을 들어도 질문권이 부여되지 않았다. 기자회견을 마치겠다고 하자 '질문 하나만 더 받아달라'고 요청했으나 그냥 끝냈다.

박성준 대변인은 기자회견이 끝난 이후 회견장 바깥에서 기자와 만나 '그렇게 손을 들었는데 지목을 안해주느냐'는 미디어오늘 기자의 항변에 “질문을 지정할 권한은 나한테 있다”고 했다.
박 대변인은 신년 기자회견이 시작하기 전에도 질문을 할 때 먼저 모두발언 관련 질문을 해달라고 요구해 질문을 통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반발을 샀다.
박성준 대변인은 기자들 앞으로 다가와서 “한 말씀 드리면요. 대표께서 15분 정도 모두 발언 있을 거에요. 먼저 모두 발언 중심으로 질문해주시고 그 다음에 다양하게 질문해달라. 그런데 지켜지지 않더라고요”라고 요구했다.
이에 미디어오늘 기자가 '그냥 자유롭게 질문하게 하시죠', '자유롭게 질문하게 해달라구요'라고 하자 박 대변인은 “자유롭게 한다고 했잖아요. 뭘 그렇게 따지느냐”고 답했다. 기자가 '작년 (기자회견)에도 그렇게 해가지고 앞의 그(모두발언 관련) 질문 밖에 못했다', '매번 그러느냐. (왜 질문을) 통제를 하느냐'고 반박하자 박 대변인은 “그러니까 차분하게 지켜보라, 컴다운 하세요. 뭐 그렇게, 자유롭게, 모두발언에 대표님 생각이 있으니까”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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