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명 다녀간 CES, 성황리 폐막...혁신상 휩쓴 한국
[앵커]
매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IT·가전제품 박람회 CES가 1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을 모은 채 성황리에 폐막했습니다.
최신 기술과 가전제품 동향은 물론 기술 발전이 가져올 우리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현장에 다녀온 경제부 윤해리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윤해리 기자.
어제저녁 한국 도착했다고 들었는데, 시차 적응은 다 된 건가요?
[기자]
미국 현지 시각으로는 10일 오전에 출발해서 장장 16시간 비행기를 타고 왔는데요.
거의 10시간 이상을 비행기에서 내리 잤더니 시차 적응은 벌써 다 된 것 같습니다.
[앵커]
주요 키워드를 미리 뽑아보았는데, 올해 CES에서는 웹 3.0 기술과 메타버스가 새로운 화두였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웹 3.0 기술이란 기존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거대한 IT 기업들 중심으로 중앙집중화된 인터넷의 대안으로 꼽히는 기술을 일컫는 말인데요.
예를 들면 블록체인과 이를 기반으로 한 대체불가토큰(NFT), 메타버스 등이 대표적입니다.
특히 올해 CES에서는 가상현실과 메타버스를 접목한 다양한 기술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제가 가상현실(VR) 고글과 센서가 탑재된 장갑과 조끼를 착용하고 메타버스를 기반으로 한 게임을 체험해봤는데요.
게임 속 캐릭터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면 장갑에 부착된 센서를 통해 실제로 박수를 치는 것처럼 진동이 느껴졌고요.
총싸움 게임을 하다가 총알을 맞으면 해당 부위에 진동이 오는 등 굉장히 실감 나게 게임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또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해 10분 만에 저와 똑같은 가상인간을 생성하는 기술도 체험해봤습니다.
10초 정도 사람을 촬영해서 영상 데이터를 확보하면 사람과 똑같이 생긴 가상 인간이 생성되고요.
여기에 30분 분량의 음성 데이터만 있으면 실제로 자기 목소리까지 입힐 수 있다고 합니다.
저와 똑같은 가상인간을 마주하니까 어딘가 모르게 소름이 돋기도 하더라고요.
[앵커]
코로나 엔데믹을 맞아 3년 만에 정상 개최된 건데, 지난해와 비교해서 달라진 점이 뭐였나요?
[기자]
지난해도 대면으로 행사가 열렸지만, 코로나로 인해 글로벌 IT 기업들이 대거 불참한 '반쪽짜리 행사'나 다름없었습니다.
올해는 구글이나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돌아왔습니다.
3천 개가 넘는 기업이 참여했는데, 이 가운데 한국 기업이 500여 개로 미국 다음으로 많았습니다.
관람객 수도 지난해 두 배 수준인 10만 명을 넘어, 코로나 이전 수준을 어느 정도 회복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다만, 달라진 게 있다면 중국 기업의 참여가 눈에 띄게 줄었는데요.
중국의 코로나 확산 상황과 미·중 갈등 여파까지 더해지면서 샤오미나 화웨이 같은 중국 기업들의 참여가 저조했습니다.
보통 중국 기업들이 삼성이나 LG 부스 바로 옆에 자리를 잡고 신기한 제품들을 많이 선보였다고 하는데, 이번에는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앵커]
대신 한국 기업들의 활약에 눈에 띄었죠? CES 혁신상도 휩쓸었다고 하던데요.
[기자]
네, 삼성과 LG는 관람객들의 눈에 잘 띄는 곳에 대형 부스를 마련했는데요.
실제로 입장 대기 줄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질 정도로 인기가 대단했습니다.
특히 LG 부스에 설치된 대형 디스플레이 '올레드 지평선'이 관람객의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지금 보이는 건 하나의 전광판처럼 보이지만, 260개의 올레드 패널을 이어붙인 거대한 디스플레이인데요.
곡선으로 휘어져 있는 모습과 선명한 색감이 굉장히 인상 깊더라고요.
또 전원선 외에 주변 연결선을 모두 없앤 올레드 TV 신제품은 내장기술과 영상디스플레이 부문에서 CES 혁신상을 받았습니다.
삼성은 특정한 신제품보다 '초연결성'이라는 미래 비전을 제시했는데요.
집에서 쓰는 가전제품들이 서로 연동돼 있고, 앱 하나로 이 모든 기능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게 삼성이 제시한 우리 미래 모습입니다.
올해 CES에서는 가전제품들을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하는 '스마트 싱스 스테이션'을 공개했습니다.
저도 간단한 기능을 체험해봤는데요.
기기에 달린 버튼을 한 번 누르면 집 안에 연결된 모든 기기가 다 같이 켜지고, 두 번 누르면 한 번에 꺼지더라고요.
밤에 불 끄러 가기 귀찮을 때 한 번에 가전제품 전원을 끌 수 있는 아주 유용한 기능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벤처 기업과 스타트업의 활약도 눈에 띄었는데요.
무려 백여 개 기업이 CES 혁신상을 받았습니다.
올해 CES에서 공개된 가전제품의 전반적인 흐름을 살펴보면, 세상에 없던 혁신적인 기술을 선보이기 보다, 가까운 미래에 실현 가능한 현실적인 제품이나 기술이 주를 이루는 모습이었습니다.
[앵커]
CES가 지상 최대 '모터쇼'로도 불린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특히 올해는 모빌리티 전시관 규모가 25% 더 커져서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했는데요.
신기술을 접목한 전기차들이 각축전을 벌였습니다.
BMW그룹은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 차량을 선보였는데요.
이 차량은 전자 잉크를 사용해서 외관 색을 카멜레온처럼 시시각각 바꿀 수 있고요.
먼 미래의 모습이긴 하지만, 차량에 인공지능을 탑재해서 운전자가 차와 직접 대화를 나눌 수도 있도록 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올리버 집세 / BMW그룹 회장 : 제발 그녀를 단순히 자동차라고 부르지 마세요. 그건 그녀의 기분을 상하게 할 겁니다. 물리적인 지각과 디지털 지각의 경계를 허무는 것이 우리의 비전입니다.]
소니는 혼다와 합작해 '움직이는 게임기'라 불리는 전기차를 공개했습니다.
게임 명가답게 차 안에서 게임이나 음악을 즐기는 건 물론 증강현실까지 체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내놨습니다.
국내 기업으로는 현대모비스가 미래형 자율주행 전기차 모델을 선보였습니다.
차량 바퀴마다 조향장치와 제동장치가 달려있어서 네 바퀴를 직각으로 꺾어서 옆으로 게걸음을 걸을 수 있고, 제자리 회전까지 가능합니다.
[앵커]
올해 CES에서는 지속가능성과 인간 안보도 새로운 화두였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올해 CES 기조연설에서도 이러한 흐름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가전제품 박람회에서는 이례적으로 농기계에 자율주행과 인공지능을 접목해 '농기계의 테슬라'라고 불리는 존 디어의 존 메이 회장이 기조연설을 맡았습니다.
첨단 농업기술이 기후 위기와 식량 안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강조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존 메이 / 존 디어 회장 : 우리의 목적은 간단합니다. 우리의 고객들이 경제적으로도 환경적으로도 자신과 그들의 가족을 위해 지속 가능한 사업을 가질 수 있도록 해 삶을 앞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금 보이는 건 1초에 씨앗 30개를 기관총처럼 땅에 심는 신형 파종기인데요.
0.2㎖의 비료만 씨앗에 직접 분사해 비료 사용량을 줄여 환경 보호할 수 있다고 합니다.
또 인공지능을 활용한 자율주행 트랙터로 농부들이 밭을 갈고 씨와 비료를 뿌리는 것까지 완전 자동화할 수 있는 기술도 선보였습니다.
국내 기업으로는 SK그룹이 탄소 감축에 가장 적극적이었는데요.
오는 2030년까지 전 세계 탄소 감축 목표량의 1%, 2억 톤을 줄이겠다는 목표를 밝혔습니다.
15분 충전으로 400km를 달릴 수 있는 초급속 전기차 충전기와 전기로 하늘을 나는 도심 항공 교통, 대체유 단백질로 만든 유제품 등 40여 개 친환경 신기술을 선보였습니다.
[앵커]
올해 CES에 주요 기업 총수들이 총출동했죠. 이들이 내세운 경영 전략은 어떤 건지 궁금하네요.
[기자]
지난해부터 생활가전 시장이 많이 위축돼있는 게 사실인데요.
코로나 엔데믹 이후 야외 활동이 늘면서 가전제품 수요가 줄고 전 세계적으로 물가가 급등하면서 소비 심리가 위축된 게 영향을 미쳤습니다.
우리 기업들은 경기 침체 상황에서도 수요가 꾸준히 있는 고급형 가전제품으로 불황을 타개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한종희 / 삼성전자 부회장 : 더 다양한 비스포크 제품을 투입해 프리미엄 시장을 확대하고 고효율 에너지 제품으로 의식적인 소비자를 공략하겠습니다.]
LG전자 조주완 사장도 올해 특별히 투자를 축소할 계획은 없다며 고객 맞춤형 제품과 고급형 제품 선택 폭을 늘리고 전기차나 메타버스, 디지털 헬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올해 경기 침체 분위기 속에서 국내 대기업들의 이러한 사업 전략이 실제로 통할 수 있을지 지켜볼 만합니다.
[앵커]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윤해리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YTN 윤해리 (yunhr0925@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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