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에 ‘비자 보복’한 中…美엔 항공편 늘리자 ‘러브콜’
그 중 韓·日에만 단기 비자 발급 중단
中 “차별적 조치에 대등한 대응한 것”
정부 “과학적 근거 바탕으로 취한 조치”
中, 대외 정책 전략적 고려했다는 분석도
중국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지금까지 세계 16개국이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유전자증폭(PCR) 검사, 절차 강화 등 조치를 시행했다. 한국, 미국, 일본, 캐나다, 이탈리아, 프랑스 등이 포함된다. 중국은 그 중 한국과 일본에만 단기 비자 발급 중단 보복 조치를 시행했다.
미국과 유럽 국가는 그대로 둔 채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만 보복 조처를 한 데 대해 중국은 “관련 국가 대중국 차별적 조치의 실제 상황에 근거해 대등한 대응을 했다”고 주장했다.
양국이 미국과 유럽 등과 비교해 중국발 여행객에 더 강한 조처를 한 것은 사실이다. 한국과 일본은 중국발 입국자 도착 후 코로나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으면 지정된 시설에서 격리하도록 했다. 한국은 여기에 중국인에 대한 단기 비자 발급을 일정 기간 제한하는 정책도 취했다. 다만 한국은 중국과 가장 가깝고 중국 여행객이 가장 많이 찾는 국가인 만큼 국내 영향을 우려해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충분히 취할 수 있는 조치였다는 것이 우리 정부 입장이다.
이를 모르지 않을 중국이 한국과 일본에만 비자 보복을 단행한 이유에는 대외 정책 관련 전략·전술적 고려가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이 지난해 10월 시진핑 집권 3기 출범 이후 미국, 유럽과 원만한 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온 상황에서 서방과의 관계 악화를 최대한 피하는 한편, 상대적으로 ‘만만한’ 한국과 일본을 상대로 조처를 함으로써 전 세계적 대중국 방역 강화 확산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작용했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중국 국무원 고문인 스인훙 인민대 교수는 11일 보도된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각국의 행동에 대한 중국의 참을성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며 “중국은 미국이 극도로 나쁜 일을 했을 때만 상응 조처를 하겠지만 한국은 조금만 그렇게 해도 타깃으로 삼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중국이 일부 다른 서방 국가들에 보복 조치를 한다 해도 일반적으로 그 강도는 한국에 대해 하는 것보다 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신문망에 따르면 중국민항국 운수사(司·국) 량난 사장은 10일 공산당 대외연락부가 외국 상공계 인사들을 초청해 진행한 간담회에서 민항국이 지난 8일부터 중국과 외국 항공사들의 운항 재개 신청을 받고 있다고 밝히며 “거기에는 중국과 미국을 오가는 항공노선 운영 재개에 대한 양국 항공사의 신청도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8일은 중국이 ‘방역 만리장성’으로 불려온 입국자 격리와 도착후 코로나19 PCR검사를 폐지하며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3년 가까이 걸어두었던 국경의 빗장을 푼 날이다.
량 사장은 “민항국은 현재 절차에 따라 (항공편 운항 재개에 대한) 심사 및 승인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며 “중국과 미국 항공사가 협정과 시장 수요에 맞춰 양국간 항공편을 운영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항국은 항공편 운항 재개 과정에서 미국 민항 주관 부문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중·미간 항공편의 순조로운 운항 재개를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재우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경희대 교수)은 “중국은 2000년 한·중무역분쟁 때도 마늘 규제를 휴대폰 규제로 받아 한국을 굴복시켰다. 이번에도 과도한 보복으로 가장 만만한 한국을 리트머스 시험지 삼아 서방국의 반응을 보려는 것으로 해석된다”면서 “시진핑 주석은 그간 인문교류와 평화적인 국제문제 해결을 강조해 왔는데 이번 ‘비자 보복’은 그 모든 원칙을 스스로 부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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