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언제? 묻기만 했는데… 집주인이 손해배상하라네요

[WEEKLY BIZ] Biz & Law

일러스트=김의균

Q. 전셋집을 보러 다니다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했습니다. 집주인에게 이사일을 맞춰줄 수 있는지 등을 문의했는데, 대답을 듣기 전 더 좋은 매물을 찾게 돼 계약했습니다. 그런데 뒤늦게 이를 알게 된 집주인이 “이미 이사일을 맞추려고 세입자를 내보내기로 했다”며 제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길길이 날뜁니다. 정말 제가 집주인에게 법적 책임을 져야 하나요?

A. 대부분의 임대차 계약은 어느 한쪽에서 문제가 생기면 연쇄적으로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 복잡한 연결고리에 얽힌 당사자 중 어느 한 사람의 변심만으로 거래 전체가 틀어지지 않도록 내용을 확정하는 것이 계약이고, 계약 사실을 확실히 증명하고 이행을 강제하는 것이 계약금의 지급입니다.

그렇다면 계약은 어떻게 성립할까요. 우리 민법상 계약은 반드시 계약서를 써야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며, 구두(口頭)로도 성립 가능합니다. 하지만 계약이 성립하려면 계약의 중요 사항에 대해 당사자 사이에 구체적인 의사의 합치가 있어야 한다는 게 대법원의 일관된 판례입니다.

임대차 계약에서 본질적이고 중요한 사항은 당연히 돈과 시간입니다. 보증금이나 월세가 얼마인지, 언제부터 계약이 시작되어 언제까지 존속되는지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정함이 없이 단순히 이사일을 맞춰줄 수 있는지 물어본 것 정도로는 계약이 성립한다고 볼 수 없습니다. 따라서 계약이 성립하지 않은 상태에서 집주인이 일방적으로 계약 체결을 전제하고 기존 임차인과의 계약 관계를 종료하기로 했다고 해서 집주인에게 어떠한 손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당연히 의뢰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없습니다. 집주인은 다른 임차인을 구할 수 있고, 기존 임차인에 대한 보증금 반환은 임대인에게 당연히 부여된 의무일 뿐입니다.

하지만 만약 의뢰인이 집주인과 계약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계약금이나 가계약금 명목의 돈을 집주인에게 지급했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이 경우 집주인이 입은 실제 손해 여부와는 관계없이 계약이나 가계약 파기에 대한 책임으로 해당 금원을 몰취당할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계약과 계약금 지급은 늘 신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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