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 무료 서비스도 ‘시장지배력 남용’ 감시 대상…공정위 ‘플랫폼 심사지침’ 시행
시장지배력 남용 행위 사례 등 구체화
무료 서비스라도 이용자수로 지배력 평가
‘불공정거래행위’는 심사지침 대상서 제외
‘네카오’(네이버·카카오) 같은 거대 온라인 플랫폼업체의 독과점 등 위법성을 판단하기 위한 심사지침이 확정됐다. 당장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무료 서비스라고 할지라도 광고 노출이나 개인정보 수집을 통한 추가 서비스로 수익을 낼 수 있는 특성이 있는 만큼 독과점 감시 대상이 될 수 있다. 국내뿐 아니라 구글 같은 글로벌 플랫폼 기업도 시장에서의 지배력 남용 행위가 있을 시 공정거래위원회의 감시와 법 집행을 받을 수 있음도 명확히 했다.
공정위는 12일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온라인플랫폼 사업자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에 대한 심사지침’(온라인플랫폼 심사지침)을 제정해 이날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는 규제를 신설하는 성격이 아니라, 현행 공정거래법에서 규정하는 일반적인 독과점 남용행위 심사 기준을 온라인플랫폼의 성격에 맞게 특화·구체화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기존 심사 기준은 전(全) 산업·시장에 적용되는 기준이다 보니 온라인플랫폼의 위법 행위를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 지침 적용 범위서 ‘불공정거래행위’는 제외
이번 심사지침은 크게 ▲총칙 ▲일반적 심사 원칙 행위 ▲유형별 심사 기준 등으로 구성됐다. 총칙에 따르면, 해당 심사지침의 적용 범위는 온라인플랫폼 사업자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를 심사하기 위한 것으로 규정됐다. 이때 공정거래법상 역외적용 원칙에 따라 외국 사업자의 행위라도 국내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해당 지침을 적용받게 된다.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도 우리나라 기업과 똑같은 법 집행 기준이 적용되는 것이다.
당초 지난해 1월 관련 행정예고 당시 심사지침과 비교하면, 적용 범위가 ‘시장지배적지위 남용 및 불공정거래행위’에서 ‘시장지배적지위 남용’으로 좁혀졌다. 유성욱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행위까지 심사지침의 적용 범위로 하면 중소 스타트업 플랫폼처럼 시장지배력이 크다고 인정되지 않는 사업자도 불공정거래 행위 적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며 “심사지침 제정의 배경이 거대 플랫폼의 독과점 문제에 있는 만큼 불공정행위는 제외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단 “심사지침 조항에 불공정행위가 빠진다 하더라도 총칙 규정에 일반적인 규정이 적용될 수 있음을 밝혀뒀다”고 덧붙였다.
심사지침은 온라인플랫폼의 주요 특성으로 ‘교차 네트워크 효과’, ‘규모의 경제’, ‘데이터의 중요성’ 등을 명시했다. 또 초기에 다수 이용자를 선점한 플랫폼에 이용자가 더욱 집중되는 ‘쏠림효과(tipping effect)’가 나타날 수 있는 탓에 신규 플랫폼 진입이 어려워 독과점적 구조가 굳어질 우려가 있음도 설명했다. 온라인플랫폼 사업자가 명목상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라도, 광고 노출이나 개인정보 수집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 가치의 교환(거래)이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을 규정하기도 했다.
◇ 플랫폼 특화 시장획정·지배력·경쟁제한 판단 기준 마련
심사지침은 이같은 특성을 바탕으로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시장 획정 ▲시장지배력 판단 ▲경쟁제한 판단 시 각 고려사항을 구체화했다.
우선 경쟁 조건을 비교할 시장의 규모·범위를 정하는 ‘시장 획정’과 관련해서는 온라인 플랫폼의 다면적 특성을 고려해 각 면을 여러 개 시장으로 구분해 획정할지, 각 면을 포괄해 획정할지 여부에 대한 판단 기준을 제공했다. 예를 들어 플랫폼 사업자가 소비자에게는 SNS(소셜미디어)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사업자에게는 온라인 맞춤형 광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SNS·광고 서비스 시장은 이용자 집단별 시장 획정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또 무료 서비스라도 품질이나 비용 등을 변수로 고려해 대체 가능한 서비스를 관련 시장으로 획정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시했고, 기술 발전 속도나 연구·개발 상황 등 시장의 동태적 특성도 시장 획정 시 감안하도록 했다.
‘시장지배력 평가’에 있어서는 교차 네트워크 효과, 규모·범위의 경제 등으로 시장에 진입 장벽이 존재하는지 여부를 고려하도록 했다. 예로 특정 온라인플랫폼 서비스가 연계 상품·서비스까지 통합적으로 공급하는 경우, 개별 상품·서비스만 제공하는 사업자 대비 경쟁 우위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플랫폼 사업자가 다수 이용자를 연결하는 중개자 역할을 하면서 접근성을 통제하는 ‘문지기(gatekeeper)’로서의 영향력이 있는지, 플랫폼 사업자의 데이터 수집·보유·활용 능력들도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했다. 무료 서비스 등 매출액을 기준으로 시장 점유율 산정이 적합하지 않으면 이용자 수나 이용 빈도 등을 점유율 산정의 대체 변수로 고려할 수 있도록 했다.
‘경쟁제한성’을 평가할 때 고려할 요소들도 보완했다. 특정 온라인플랫폼 사업자의 행위가 경쟁제한 효과와 효율성 증대 효과가 동시에 발생할 경우에는 두 효과를 비교해 법 위반 여부를 심사하도록 했다. 서비스 다양성 감소, 품질 저하 등 가격·산출량 외에 나타날 수 있는 변화, 그리고 현재 지배력을 보유한 시장뿐 아니라 이에 연계된 다른 상품시장의 경쟁 상황에 미치는 효과, 혁신에 미치는 효과 등도 다각적으로 고려하도록 했다.
온라인 플랫폼 분야에서 경쟁 제한 우려가 있는 주요 행위 유형으로는 멀티호밍(multi-homing) 제한, 최혜대우(MFN·Most Favored Nation) 요구, 자사우대(self-preferencing), 끼워팔기를 규정했다. 멀티호밍 제한과 최혜대우 요구의 경우 온라인플랫폼 시장의 독점력을 유지·강화하는 효과가, 자사우대나 끼워팔기의 경우 독점력을 지렛대로 연관 시장까지 독점화하는 경쟁제한 효과가 있다고 명시했다.
◇ “지침 마련 급물살 장본인 ‘카카오’에 직접 영향은 없어”
한편 이번 심사지침 제정에 급물살을 타게 만든 장본인인 ‘카카오’와 관련해서는 직접적인 규제 강화 등은 없다는 설명이다. 앞서 지난해 10월 대국민 피해를 야기한 ‘카카오 먹통’ 사태를 계기로 대통령과 국회를 중심으로 온라인플랫폼 독과점 이슈에 대한 경각심이 불거졌고, 해당 심사지침 제정 작업이 속도를 낸 바 있다.
유 국장은 “행정예고한 처음 초안부터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독과점 남용 행위에 대한 규제 내용을 담았고, 이를 고려하던 와중에 카카오 사태가 터졌던 것일 뿐”이라며 “카카오를 직접적으로 겨냥하거나 규제하는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번 심사지침은 온라인 플랫폼 분야의 특성을 고려한 시장획정이나 시장지배력 평가 기준 등을 제시해 법 집행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한편, 경쟁제한 우려가 있는 대표적인 행위 유형을 구체적 사례를 통해 예시함으로써 향후 법 위반행위를 예방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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