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이하늬 “임신·출산 수식어 OK‥여자로서 극상의 행복이니까”(종합)[EN:인터뷰]

[뉴스엔 배효주 기자]

지난 2년 동안 임신과 출산이라는 큰 일을 겪은 이하늬. "현장에 나온 지금, 마치 배우 코스프레 중인 것 같다"는 그는 "힘들지만 최상의 행복을 누리고 있다"며 육아에 열중하고 있는 일상을 전했다.

영화 '유령'(감독 이해영)에 출연한 이하늬는 1월 1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모처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오랜만에 관객을 만나는 소회를 전했다.

오는 18일 개봉하는 '유령'은 1933년 경성, 조선총독부에 항일조직이 심어놓은 스파이 '유령'으로 의심받으며 외딴 호텔에 갇힌 용의자들이 의심을 뚫고 탈출하기 위해 벌이는 사투와 진짜 ‘유령’의 멈출 수 없는 작전을 그린 작품이다.

총독부 통신과 암호 전문 기록 담당으로, 경성 제일 가는 재력가 집안의 딸 '박차경' 역을 맡은 이하늬는 이날 인터뷰에서 "'유령'에 출연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고 운을 뗐다.

이하늬는 "캐릭터도 좋고, 감독님도 좋고, 함께 하는 배우들도 좋았다"며 "특히 설경구 선배님과의 호흡은 가문의 영광이다. 배우로서 성공했다는 데는 여러 척도가 있겠지만, 저는 평소 존경했던 감독님, 또 배우와 함께 작업하는 것이 성공이라 생각한다. '내가 설경구 선배와 한 공간에서 숨 쉬고 연기하는 배우가 됐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설경구와 맨몸 액션을 펼치는 장면이 압권이다. 이하늬는 "성별이나 체급의 차이가 느껴지면 실패라고 생각했다. 두 존재가 죽음을 앞두고 벌이는 마지막 한 판 승부, 용호상박처럼 느껴지길 원했다"고 전해 예비 관객의 기대감을 자아냈다.

박소담과 연출하는 묘한 '워맨스'도 '유령'의 볼거리다. 이하늬는 "남녀 간의 사랑, 연인 간의 사랑만 사랑이라고 생각 안 하고, 동지애도 사랑이라 생각했다"며 "꼭 육체적인 사랑만 사랑일까 하는 생각을 했다. 삶을 위한 삶이 아니라, 죽음을 위한 삶을 살기 위해 모인 동지애"라고 귀띔해 예비 관객의 호기심을 일으켰다.

박소담은 '유령' 촬영이 끝난 뒤인 지난 2021년 12월 갑상선 유두암 수술을 받았다. 1년 만에 건강을 회복해 '유령' 프로모션에 참석 중이다.

이하늬는 "박소담은 정말 씩씩한 친구이지 않나. 그런데도 '유령' 촬영할 때 힘들어 했는데, 촬영 끝나고 그런 수술을 하게 됐다고 해 놀랐다"며 "소중한 막내인데, 챙겨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생각이 우리 모두에게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이하늬는 2021년 12월 교제하던 비연예인 남성과 결혼했다고 깜짝 발표한 후, 지난해 6월 딸을 출산했다.

결혼과 출산을 겪고 스크린 복귀한 이하늬는 "예전에는 당연했던 것들이 소중하게 느껴진다"며 "지난 2년 동안 제게 많은 일들이 있어서 더욱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마치 배우 코스프레 하는 느낌"이라고 웃으며 말한 이하늬는 "오래 배우 생활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포토월에 서니 '뭐지, 이 낯선 느낌?' 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이제는 본인의 이름 앞에 '임신' '출산' 수식어가 붙는 것에 대해 "당연하다. 저에게 있었던 일 맞고, 자연스러운 일이고, 많은 여성들이 겪는 일이니까"라고 말한 이하늬는 "배우라고 해서 숨기고 싶지 않다.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막달까지 출산의 기미가 없어 "새벽 다섯 시까지 춤을 췄는데, 그제서야 진통이 오더라"고 말한 이하늬는 "출산하고 본 아이는 내가 상상한 모습은 아니었다. 마치 밭에서 막 캔 고구마 같은, 검붉은 느낌으로 아이가 내 품에 안겼다. 경이로운 찰나에도 '고구마 같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태어난 지 7개월, 이제 막 수면 교육에 들어갔다며 보여준 딸의 사진은 이하늬의 눈웃음을 꼭 닮았다. 이하늬는 "웃음만 저고, 남편을 닮았다. 기도했다. '제발 저를 안 닮기를' 하고. 누가 제 과거 사진을 보고 '육아 난이도 최상위'라고 했는데, 그 말을 듣고 엄마에게 너무 죄송했다. '안 되겠다, 기도 해야겠다' 싶었다"고 웃으며 전했다.

인간으로서, 또 여자로서 누릴 수 있는 '극상'의 행복을 느끼고 있다는 이하늬. 그는 "만약 20대에 아이를 낳았으면 이런 시선으로 내 삶을 바라보지는 못했을 거 같다. 나이가 있는 상태에서 출산한 건 잘한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육아가 너무 힘들지만, 또 너무 좋다"고 말한 이하늬는 "꼭 경험을 해보라고 주변에 강력 추천한다. 만나는 배우들마다 '임신과 출산 꼭 해봐' 이야기한다. 물론 미치게 힘들기는 하다. '이래서 몸을 갈아넣는다고 표현하는 구나' 생각이 든다. 누가 제게 '촬영이 아이 보는 것보다 훨씬 쉽다는 걸 이제 알 거다'고 했는데, 그 말이 정말 와닿더라"고 했다.

그러나 "내 몸을 잠깐 갈아 넣더라도, 한 인간의 씨앗을 내 몸에 배양해서 키워내는 것은 정말 경이로운 일"이라고 말한 이하늬는 "저는 어릴 때부터 순수 예술을 해서 그런지 완성도에 대한 고민으로 유년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임신과 출산 후에는 인간을 낳고 키워서 세상에 내보내는 것만큼 완성도 있는 일이 있을까 싶은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어떻게 배우 생활을 해야 할까 생각하게 된다. 삶을 살아가는 배우이고 싶다. 열심히 연기만 하는 배우보다, 삶을 함께 살아가면서 그걸 연기에 녹여내는 배우이고 싶다"고 덧붙였다.(사진=CJ ENM 제공)

뉴스엔 배효주 hy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