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분 기자회견…사법리스크는? '이재명식 화법'으로 답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수사·기소권을 그야말로 남용한다. 정치를 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해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 대표에 대한 검찰 기소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예상과 달리 밝은 얼굴로 사법리스크에 대한 기자들 질문에 적극 답했다.
당 일각에서 검사의 신상 공개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선 "(위임 받고) 행사하는 권한을 실제로 누가 했는지 국민이 당연히 알아야 한다"고 밝혔고 김건희 여사의 의혹과 관련 "명백한 증거들이 너무 많이 드러난다"고 했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 약 12시간에 걸친 검찰 조사를 마친 지 이틀만이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 사랑재에서 '2023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가능하면 사법리스크가 아니라 검찰리스크라고 말씀해주길 부탁드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1시간14분에 걸친 기자회견을 진행하면서 검찰 수사 국면 등을 포함한 11개의 질문을 받았다. 불체포특권 등과 관련 민감한 질문에 웃으며 답했고 때때로 농담을 건네며 분위기를 주도했다.
이 대표는 사법리스크와 관련 "국민 한 사람으로서 매우 부당한 처사이긴 하나 검찰 소환 요구에 당당히 임했다"며 "잘못한 일이 없기 때문에 조사에 임했지만 검찰의 이러한 요구는 부당하고 옳지 않은 처사라는 지적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검찰이 구속영장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과거 불체포특권을 내려놓는 것에 동의했다는 질문에 사회자가 다음 질의로 넘어가려고 하자 "너무 빨리 넘어가신다"고 웃었다.
이 대표는 "정당하고 적법한 권한을 행사에 대해서는 당연히 수용해야 한다"며 "강도 행각을 벌인다면 어떻게 판단할지는 또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판단도 다를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이) 부당하게 권력을 도와주면서도 최소한의 기준이나 합리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했으나 지금은 그 자체가 권력이 되면서 이런 것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수사·기소권을 그야 말로 남용한다. 수사가 아니라 정치를 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최측근으로 꼽히는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장의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와 관련 "사법부 판단은 검찰이 제시한 자료를 가지고 한 것이겠다"며 "아시는 것처럼 검찰이 녹취록이라고 하는 분명한 근거를 놔두고 그에 상치되는 번복된 진술에 의존해 의사결정하는 것에 매우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당내에서 논의되는 검찰 신상공개와 관련 "정책 실명제도 있고 행정 공무원들은 이름표를 다 붙여서 다닌다. 조직표를 공개하지 않나"라며 "판사들도 어떻게 판결했는지 판결문에 이름을 다 공개한다. 그런데 왜 검사만 한 일을 공개하면 안 되나"라고 했다.
이 대표는 또 사법리스크가 제기될 때 김건희 여사에 대한 공정 수사를 촉구하는 당내 목소리가 높아진다는 취지의 질문에 "두 가지가 연관있는 것처럼 하는 것은 공평하지 못한 판단이라는 생각을 해주시길 당부드린다"며 "제가 좀 억울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정치적 공격은 없는 사실을 지어내고 이미 경찰이 무혐의 (결론 냈고) 수년간 수사해도 근거를 못찾은 것을 억지로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김 여사 관련 부분은 아시다시피 명백한 증거들이 너무 많이 드러난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언급한 것과 관련 "반드시 중대선거구제만 하겠단 취지는 아닐 것이고 표의 등가성을 회복하고 지역주의를 완화한다는 뜻으로 이해한다. 그런 점에서 전적 공감한다"며 "다만 중대선거구제만이 유일한 방안인가에 대해선 회의적이고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 다른 방안도 많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모두발언에서 5년 단임 대통령제를 4년 중임제로 바꾸고 대통령 결선투표제 도입을 추진하겠다며 "올해 3월을 목표로 자체 개헌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표의 등가성 보장과 지역주의 타파를 위한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편 역시 개헌만큼이나 중요한 과제"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제는 소선거구제와 친하고 중대선거구제는 내각제와 친한 제도가 아닌가 생각을 하는데 정책위의장께서 말씀하신 것을 인용해본다"고 밝혀 장내를 웃음짓게 했다.
'이재명 다움'을 잃었다는 시선에는 "벼룩이 눈에 띄기 위해선 튀어야 한다. 그런데 벼룩이 강아지가 되고 돼지가 되고 소가 되면 똑같은 행동을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유행하는 말로 송아지가 벼룩처럼 튀면 다리 부러진다. 그것을 광우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도 안 웃어주신다"고 해 재차 웃음이 나왔다.
여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핵무장론'에 대해선 "첫째 그렇게 해서도 안 되고 둘째 실현 가능성도 전혀 없고 셋째 한반도 긴장만 격화, 고조시키는 일이어서 적절치 못하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독자적으로 핵무장하는 것을 미국과 합의해서 성공할 수 있겠나"라며 "우리가 공식적으로 핵무장한다고 하면 북한에게 핵 무장을 포기하라고 어떻게 말하나. 또 남북이 핵무장을 하면 일본은 가만히 있겠나"라고 했다.
이원광 기자 demian@mt.co.kr, 이정현 기자 goroni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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