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형된 한미일 갈라치기'…중국, 한일에 보복하며 대미 유화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중국이 새해 벽두에 한국과 일본에 빼든 비자 규제의 파장이 어디까지 갈지 주목된다.
중국은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방역 문턱을 높인 한국·일본에 10일부터 중국행 비자 발급을 상당 부분 중단한 데 이어 이튿날 양국에만 중국 내 공항 경유자에 대한 3일 또는 6일간의 무비자 체류 프로그램 적용을 배제하고 '도착비자' 발급을 중단하는 추가 조치를 취했다.
한일 두 나라를 겨냥한 이들 조치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차별적 조치의 실제 상황에 입각한 대등한 대응"이라고 밝혔다.
반면 중국은 한일보다 수위는 낮지만 역시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방역 규정을 강화한 미국에 대해서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코로나19의 제약을 받아온 양국 간 항공편 운항 정상화에 대한 의지도 보였다.
중국민항국 운수사(司·국) 량난 사장은 10일 외국 상공계 인사들과의 간담회에서 "민항국은 항공편 운항 재개 과정에서 미국 민항 주관 부문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중·미간 항공편의 순조로운 운항 재개를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한미일 '갈라치기' 양상으로 중국발 입국자 방역 강화에 맞선 중국의 1차 대응이 이뤄진 것이다.
중국의 '대등한 대응'이란 설명은 한미일에 대한 '다른 대응'이 한미일 대중국 조치의 경중을 고려한 데 따른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한국과 일본은 중국발 입국자가 도착 후 검사에서 양성으로 판정되면 시설격리를 하는 방안 등을 도입했기에 미국보다 조치의 강도가 세다.
미국이 최근 중국발 입국자에 대해 채택한 탑승 전 코로나 검사 결과 요구는 이미 중국도 전 세계 모든 국가에 시행하고 있는 방역 조치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만을 대상으로 한 중국의 이번 조치가 외교적 파장에 대한 고려 없이 이뤄졌다고 보는 이들은 많지 않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한국에 대해 일본과 비슷한 수준의 강도 높은 대응을 한 점이다.
중국은 종전 한미일 '갈라치기'를 시도하면서 '포섭'의 대상으로 보는 듯했던 한국을 이번엔 일본과 같은 그룹으로 분류한 양상을 보였다.
중국은 종전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인 '칩4(한·미·일·대만)' 등 한미일이 같이 걸린 각종 현안에서 자국 견제에 '한 몸'인 미·일은 강하게 비판하되, 한국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절제된 반응을 보여왔다.
그렇다고 중국의 이번 조치를 한국에 대한 외교적 전략·전술 조정으로 평가하는 이들은 많지 않아 보인다.
미중 전략 경쟁에서 한국이 '중립 지대'에 머무르도록 하려는 중국의 강온 양면 기조는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 예상이다.
아울러 이번 조치가 중국의 대외 강경 기조를 의미하는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의 상징 격인 친강 외교부장이 작년 말 부임한 직후 나왔다는 점에서 '친강 색채'가 투영된 것 아니냐는 추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중국발 한국 입국자에게 분류 및 식별을 위한 황색 카드를 목에 걸게 한 일과 한국 내 격리시설에 대한 일부 중국인들의 불만이 중국 네티즌들의 거센 반응을 야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랑외교'로 이름 떨친 신임 외교장관이 중국 국민 정서를 고려해 자신의 '선명성'을 드러내는 측면이 정책 결정의 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중국이 8일 '방역 만리장성'으로 불려온 입국자 격리 등을 폐지한 상황에서 한일에 대한 이번 조치가 세계를 향한 자국의 대대적 개방 선언을 희석하는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관심은 이미 한중 양국 국민들의 감정이 들끓고 있는 상황에서 양국이 상대에게 세운 '장벽'이 양국관계 전반에 미칠 영향에 쏠린다.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세 속에 양국이 상호 취한 비자 발급 제한이 장기화할지, 조기에 종료될지가 일단 1차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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