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다니는 길에 버스정류소가···보행로 34% ‘유효 도보폭’ 미달

류인하 기자 2023. 1. 12.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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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고 연세대학교 앞에서 시민들이 내리는 눈을 맞으며 걷고 있다. 성동훈 기자

보행로 3곳 중 1곳은 사람이 걸을 수 있는 ‘유효 도보폭’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보 한복판에 가로수나 전봇대가 서 있거나 버스정류장이 설치되어 있는 등 보행로가 온전히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34%에 달했다.

보도와 차로가 분리되지 않은 생활도로에서의 교통사고 발생건수가 분리된 도로보다 53.5% 많은 것으로도 나타났다. 차도·보행로 겸용 도로에서는 사람이 우선이지만 이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이같은 내용의 ‘2022년도 국가 보행교통 실태조사’ 결과를 12일 발표했다. 조사대상은 편도 2차로 이상 대로와 대로에 인접한 생활도로(편도 1차로·폭 12m이하) 61개 구역이다.

국토부는 “조사 결과 전체적으로 보면 대로에서는 전반적으로 보행환경이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일부 생활도로는 보도가 미설치되거나 보도폭이 협소해 보행환경이 미흡하고, 보행 만족도도 다소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조사결과 유효보도폭은 대부분의 대로가 기준을 충족했으나, 생활도로는 약 34%가 유효보도폭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도로는폭 9~12m 미만의 좁은 도로로, 차로와 보도가 명확히 분리되지 않아 사람과 차가 함께 다니는 길을 말한다.

횡단보도 대기시간은 대로와 생활도로 주거지역에서는 각각 50초 수준이었다. 생활도로 상업지역에서는 36초였다.

보도 노면상태 및 관리상태, 대중교통정보 제공 지표는 대로와 생활도로 모두 보통(3점) 이상의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보행환경의 쾌적성, 보도폭원, 보행위협지표는 생활도로에서 불만족(주거지역 2.9점·상업지역 2.8점)한다는 답변이 많았다. 보도 위에 가로수가 심어져 있거나, 버스정류장이 한 가운데 자리잡고 있어 보행에 불편을 느끼는 시민들이 상당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생활도로에 세워진 불법 주·정차 차량과 적치물로 실질적 보도폭이 좁아지면서 보행자들이 길을 걸을 때 위협을 느끼는(주거 2.5점·상업 2.5점)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도로는 보행 안전성 측면에서도 전반적으로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로의 보도 설치율은 83%지만, 생활도로는 보도가 설치되거나 차단봉으로 보도·차로가 분리된 경우가 67%에 그쳤다. 국토부는 “생활도로에서는 보도와 차도를 분리하는 방안을 지속 추진해나가고, 생활도로 상업지역과 대로는 보행약자를 고려해 녹색신호 시간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보행 공간폭이 넓을수록 교통사고 발생 건수도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로 유효보도폭이 기준 폭(2.0m)미만인 경우 1㎞당 교통사고가 2.99건 발생해, 기준폭 이상인 경우(1.82건)보다 교통사고가 64.2% 더 발생했다. 생활도로 중 보차혼용 도로는 1㎞당 8.72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해 보차분리 도로(5.68건)보다 53.5% 많았다.

국토부는 “보행자 우선통행 의무를 부여하는 보행자 우선도로를 지정하거나 자동차 진입 억제용 말뚝·실선 표시 등으로 보행공간을 최대한 확보하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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