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강수연에서 출발한 ‘정이’, 연상호 감독이 완성한 한국형 SF [종합]

최하나 기자 2023. 1. 12.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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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 류경수 연상호 감독 김현주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한국형 SF 장르 영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정이’가 베일을 벗었다.

12일 오전 서울시 광진구 자양동에 위치한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정이’(감독 연상호) 제작보고회에서는 연상호 감독을 비롯해 출연 배우 김현주 류경수 등이 참석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정이’는 기후변화로 폐허가 된 지구를 벗어나 이주한 쉘터에서 발생한 전쟁을 끝내기 위해 전설적인 용병 정이(김현주)의 뇌를 복제, 최고의 전투 A.I.를 개발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SF 영화다.

이번 작품은 영화 ’부산행’ ‘반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 등을 통해 창의적인 세계관으로 ‘연니버스’를 구축해 온 연상호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아 화제가 됐다. 인류가 내전에 돌입한 22세기라는 배경 속에 전설적인 전투 용병의 뇌를 복제해 전투 A.I.를 개발한다는 신선한 설정이 돋보이는 SF장르다.

이날 연상호 감독은 ‘정이’를 제작한 이유로 “윤정이라는 인물은 여러 가지 이데올로기 속에 대상화 돼 있는 존재로 살아온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정이라는 인물이 자기를 둘러싸고 있었던 이데올로기 속에서 완벽하게 해방되는 이야기를 상상하면서 영화를 기획했다. 이를 SF로 풀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연상호 감독은 SF 영화의 제목이라고 하기엔 한국적인 제목인 ‘정이’에 대해 “‘정이’라는 영화는 하나의 아이콘으로 소비되던 윤정이라는 인물에 관련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까 영화의 제목을 정이라고 자연스럽게 정했다. SF영화의 제목이 한국인에게는 익숙한 정이라는 이름인 것이 재밌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작품은 극대화된 전투 기능 외에도 한 인간으로서의 기억까지 복제되는 A.I.라는 존재론적인 질문을 담았다. 가장 한국적인 이름인 ‘정이’와 SF 장르라는 이질적인 결합을 통해 사이버 펑크 장르 특유의 디스토피아와 최첨단의 기술이 공존하는 세계관을 완성했다. 여기에 인간과 로봇의 경계에 선 전투형 A.I. ‘정이’와 ‘정이’를 개발하는 크로노이드 연구소 팀장 서현(강수연)과 연구소장 상훈(류경수) 등 인물들 사이에 펼쳐질 이야기가 연상호 감독과 만나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이날 연상호 감독은 ‘정이’의 비주얼에 대해 “스태프들이 저와 같이 작업을 하셨던 분들이 하셨다. 다들 신이 났던 것 것 같다. 본인들이 가진 능력의 최대를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셨다. 미술은 그전에 한국에서 SF 영화를 만들면서 쌓아온 노하우들이 이미 어느 정도 정점에 올랐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연상호 감독은 “후반 작업을 10개월 정도 했다. 마지막까지도 어떻게 나올지 못 봤다. 완성된 영화를 본 건 불과 몇 달이 안 됐다. 후반작업이 끝날 때까지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확신이 없었다. 그런데 후반작업 팀이 정말 최선을 다해주셨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라고 말해 기대감을 자아냈다.

류경수는 “생소한 비주얼이 많았다. 개인적으로는 보지 못했던 풍경이나 먹어보지 못했던 음식을 먹는 걸 흥미롭게 생각한다. 그래서 그린백에서 연기할 때 어떻게 완성될지 상상하면서 흥미롭게 했다”라고 말했다.

연상호 감독은 전쟁 영웅이자 전투용병 A.I. 정이 캐릭터로 김현주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그림체가 맞았다. 제가 영화를 기획하면서 생각했던 그림체에 맞는 배우였다. 되게 잘 생기셨다. 주인공의 그림체가 맞아야 영화를 만드는데 좋은데, 김현주 배우가 너무 좋았다”면서 “정이 역할은 여러 가지가 필요했다. 액션도 액션이지만, 액션에 어떻게 감정을 실을 것인가가 필요했다. 감정 연기를 하다가 그대로 멈춰야 하는 상황들도 있었다. 일반적인 인간의 연기를 하는 것과 달랐다. 그런 것에 능숙할 수 있는 배우는 김현주 배우라고 생각했다. 액션 연기를 지옥에서 처음 했다고 하셨지만, 기본적으로 액션을 잘하신다. 지옥에서 액션 트레이닝을 오래 하셔서 트레이닝한 게 아깝다고 생각했다. 김현주 배우와 작업하면 편하다. 죽이 잘 맞는다는 느낌이 있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현주는 전투용병 A.I. 와 전쟁 영웅 정이, 1인 2역 아닌 1인 2역 연기를 해야 했다. 이에 대해 김현주는 “처음에는 겁이 나기도 했다. 감정 연기를 하다가 중간에 멈춰야 하는 연기는 제가 상상도 해본 적 없는 연기톤이어서 걱정이 많았다. 실험 대상일 때와 사람처럼 보여야 하는 연기를 구분지어야 했기 때문에 신경을 써야 했다. A.I. 연기는 부자연스러운데 자연스러워 보여야 하니까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라고 말했다.

연상호 감독은 김현주에 대해 “저희는 그 연기를 어떻게 하면 디지컬 캐릭터로 완벽하게 구현할 것인가 고민을 많이 했다. 작업할 때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김현주 배우의 눈빛과 눈동자의 떨림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였다. 김현주 배우도 그런 연기들을 하기 위해서 동작이라던가 얼굴의 움직임 없이 눈으로 표현하려고 해서 놀라웠다”라고 극찬해 눈길을 끌었다.

류경수는 상훈에 대해 “상훈이는 크로노이드라는 전투용병 A.I. 연구소장이다. ‘지옥’의 유지 사제와는 정반대 인물이다. 유지 사제는 냉소적인 인물이라면 상훈은 조금 장난스럽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하고 어떨 때는 자기 기분을 잘 못 숨긴다.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캐릭터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류경수는 “상훈은 비밀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다. 장난꾸러기에 과감하게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침에는 텐션이 좀 떨어지지 않나. 그래서 아침 출근하는 길에 항상 템포가 빠른 노래를 많이 들었다. 텐션을 올리기 위해서. 현장에서 감독님이 끝없이 유머를 보여주셔서 템포가 올라간 것 같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연상호 감독은 상훈을 연기한 류경수에 대해서는 “류경수 배우가 전체적인 콘셉트에 대해서 준비를 많이 해왔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에 대한 계획이 있었던 것 같다. 제일 말을 많이 하는 캐릭터가 상훈이라는 캐릭터인데 전체 영화를 끌고 가는 인물이라고 해도 과하지 않다. 그걸 류경수 배우가 잘 설계를 해줬다”라고 극찬했다.


이번 작품은 지난해 세상을 떠난 배우 故 강수연의 유작이다. 강수연은 ‘정이’로 오랜만에 영화로 복귀할 예정이었으나 공개를 앞두고 세상을 떠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날 김현주는 강수연과 함께 연기한 소감으로 “선배님이 같이 하신다고 들었을 때 ‘말이 되나?’ ‘만날 수 있는 사람인가?’라고 생각했다. 저는 그전에 지나가면서도 뵌 적이 없었다. 그래서 제가 어떻게 그분의 눈을 보면서 연기를 할 수 있나 겁이 났는데 현장에서는 동료였던 것 같다. 선배님, 어른 이런 거 아니고 그냥 동료였다. 누구보다 진지하셨고, 열정적이셨다. 고민도 많으셨을 것 같다고 지금에서야 하게 됐다. 현장 밖에서 저희를 많이 챙겨주셨다”라고 전했다.

류경수도 “제가 연기한 상훈은 연구소 회장님 바라기 같은 캐릭터인데 선배님을 존경하는 마음이 캐릭터에 많이 투영이 된 것 같다”라고 강수연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연상호 감독은 ‘정이’가 영화화 되는데 강수연이 원동력이었다면서 고인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연상호 감독은 강수연에 대해 “강수연 선배님에게 처음 대본을 드릴 때 장문의 문자를 보냈다. 읽었는데 대답을 하지 않으셔서 어떡해야 하나 싶었다. 그러다가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였던 분을 통해서 선배님이 저에게 전화를 해주셔서 이야기를 하는데 겨드랑이에 땀이 찰 정도로 긴장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연상호 감독은 “까다로우실까 걱정했는데, 정말 현장과 후배 배우들을 좋아하시는 분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촬영하면서 편한 공간에서 모임을 가졌던 기억이 가장 기억난다. 학생 때 영화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이야기하는 느낌이었다”라고 강수연을 추억했다.

‘정이’는 20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송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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