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비자 중단, 미국엔 “항공편 재개 환영”…중국 “상대 차별 조치 따라 대등한 대응”
중국발 입국자 규제에 맞대응해 한국과 일본에 비자 발급 제한 조치를 취한 중국이 미국과의 항공편 확대에는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상대국의 조치에 근거해 대등한 대응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량난(梁楠) 중국민항국 운수사 사장(국장)은 지난 10일 공산당 대외연락부가 외국 상공계 인사들을 초청해 진행한 간담회에서 지난 8일부터 중국·미국 간 노선을 포한한 국제 항공노선에 대해 중국과 외국 항공사들의 운항 재개 신청을 받고 있다며 “절차에 따라 심사·승인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고 밝혔다고 중국신문망 등이 12일 보도했다. 량 사장은 그러면서 “중국과 미국 항공사가 협정과 시장 수요에 맞춰 양국 간 항공편을 운영하는 것을 환영한다”며 “항공편 운항 재개 과정에서 미국 주관 부문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중·미 간 항공편의 순조로운 운행 재개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해외 입국자에 대한 격리 지침을 폐지하고 국경 재개방에 나선 지난 8일부터 국제 항공편 운항 정상화 절차를 밟고 있는 사실을 소개하며 미국과도 적극적으로 항공편 확대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량 사장의 발언이 있은 지난 10일은 중국이 자국민과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차별적인’ 입국 규제를 이유로 한국과 일본에 대해 비자 발급 제한 조치를 취한 날이다. 미국을 비롯한 여러 서방 국가들도 중국발 입국자에 대해 입국 전후 코로나19 검사를 요구하는 등 검역을 강화했지만 중국은 이들 나라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다만 중국은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해외 입국자에 대해 비행기 탑승 전 48시간 이내 유전자증폭(PCR) 검사 결과를 제출하도록 하는 방역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이에 대해 상대국 조치에 맞춰 대등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방역을 강화한 미국과 유럽 국가에 대해서는 왜 상응 조치를 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고 “중국은 관련 국가가 취한 차별적 조치의 실제 상황에 근거해 대등한 대응을 했다”고 답했다.
중국은 앞서 한국이 코로나19 유입을 우려해 중국인에 대한 단기 비자 발급을 중단하자 이에 대한 맞대응 성격의 조치로 한국인에 대한 단기 비자 발급을 중단했다. 하지만 중국은 비자 제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일본에 대해서도 일반 비자 발급을 중단했고, 다음날에는 한국과 일본 양국에 대해 도착 비자 발급과 무비자 경유를 제한하는 추가 조치를 내놨다. 한국과 일본은 중국발 입국자에 대해 입국 전후 코로나19 검사를 의무화하는 선에서 방역을 강화한 다른 나라들과 달리 중국발 항공편 운항도 일부 축소하거나 제한한 상태다.
왕 대변인은 비자를 제한하지 않은 일본에 대해 비자 발급을 중단한 것은 대등하지 않다는 일본 기자의 지적에 “관련국이 중국에 대해 채택한 차별적 조치의 실제 상황에 따라 대등한 대응을 하는 것은 우리 국민의 정당한 권익과 국가 간 정상적인 교류·협력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우리가 취한 조치는 전적으로 정당하고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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