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장’ 언급한 윤 대통령… 北엔 ‘핵대응’ 경고, 美엔 ‘핵공유’ 압박

김윤희 기자 2023. 1. 12.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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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자체 핵무장 가능성 언급은 북한의 핵 무력 법제화와 핵미사일 프로그램 고도화 상황에서 국제사회에 북핵 문제의 심각성을 환기시키고 한국의 '중대한 결단'도 선택지에 있음을 알리기 위한 목적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관련,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은 줄곧 자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믿으라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며 "한국의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자체 핵 보유'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것만으로도 미국에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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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장 수여 :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2차 추계 재외공관장 신임장 수여식에서 홍규덕 주헝가리대사에게 신임장을 수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 “북핵 심각시 핵무장” 배경

북핵 고도화속 현실적 대응론

美 “믿어달라” 미온적 태도에

한국사회 위기감 환기 의도도

NPT 탈퇴, 중·러 반발은 부담

전문가 “韓·日 10년내 핵보유”

윤석열 대통령의 자체 핵무장 가능성 언급은 북한의 핵 무력 법제화와 핵미사일 프로그램 고도화 상황에서 국제사회에 북핵 문제의 심각성을 환기시키고 한국의 ‘중대한 결단’도 선택지에 있음을 알리기 위한 목적인 것으로 파악된다. 일단 1차적인 무게중심은 미국 핵전력 확장억제 강화에 있지만 국가 지도자로서는 최악의 경우를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는 인식인 셈이다.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는 ‘우리를 믿어달라’고 말하지만 확장억제 강화 논의 진전이 답보 중인 현실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12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자체 핵무장 가능성’ 발언과 관련해 “과연 (미국이) 서울을 위해 뉴욕을 희생할 수 있겠나”라고 되물었다. 샤를 드골 전 프랑스 대통령이 미국 핵우산을 의심하며 “파리를 위해 뉴욕을 희생할 것인가”라고 한 질문을 인용한 것이다.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이미 미국 본토를 위협할만한 수준으로 발전한 현실에서 확장억제 실효성에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 셈이다. 이 관계자는 “자체 핵 보유 가능성은 북한의 핵 도발이 더 심각해질 경우를 가정한 것”이라면서도 “미국과 북한, 동북아 주변국에 시그널(신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초 윤 대통령은 핵무장에 부정적인 입장이었지만 취임 이후 북핵 위협이 고조되면서 점점 현실론으로 돌아서는 모습을 보였다. 윤 대통령은 신년 언론 인터뷰에서 “한·미가 미국 핵전력의 공동 기획, 공동 연습 개념을 논의하고 있다”고 언급했었다. 이와 관련,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은 줄곧 자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믿으라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며 “한국의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자체 핵 보유’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것만으로도 미국에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는 지난해 11월 미 워싱턴에서 열린 54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확장억제의 실효적 강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현재 구체적인 진전에는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비핵확산을 원하는 미국의 이익과는 일치하지는 않는다. 또 한국의 핵무장은 일본과 대만으로 연쇄 핵무장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국의 자체 핵 보유는 동아시아 핵 도미노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며 “중국도 윤 대통령의 발언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한국 정부가 얼마나 안보 상황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국제사회에 알리는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핵확산금지조약(NPT) 제10조 1항에 따르면 ‘비상사태가 자국 이익을 위태롭게 하면 본 조약에서 탈퇴할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세계 전문가들도 10년 안에 한국과 일본, 이란, 사우디아라비아가 핵무장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이날 미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애틀랜틱 카운슬’이 세계 전문가 16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담아 발표한 ‘2023 세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10년 이내 핵보유국이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구체적인 핵 보유 가능 국가로는 이란(68%), 사우디아라비아(32%), 한국(19%), 일본(14%)을 꼽았다.

김윤희·서종민 기자 wor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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