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문신 ‘우주를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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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올림픽조각공원에는 은색 스테인리스 반구(半球)들이 두 줄로 나란히 하늘로 높이 치솟은 형상의 조각이 있다.
한국 조각가 1세대인 문신(1922∼1995) 작품 '올림픽 1988'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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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논설고문
서울 송파구 올림픽조각공원에는 은색 스테인리스 반구(半球)들이 두 줄로 나란히 하늘로 높이 치솟은 형상의 조각이 있다. 한국 조각가 1세대인 문신(1922∼1995) 작품 ‘올림픽 1988’이다. “나는 노예처럼 작업하고, 서민과 같이 생활하고, 신처럼 창조한다”는 말도 남긴 그는 세계적인 조각 거장(巨匠)이다. 일본 규슈 지방의 탄광 노동자이던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다섯 살 때 아버지 고향인 경남 마산으로 귀국했었으나, 2년 뒤에 부모가 다시 일본으로 가는 바람에 할머니의 보살핌을 받으며 컸다. 극장 간판을 그려주고 돈을 벌던 그는 밀항선을 타고 일본에 가서 온갖 허드렛일을 다하며 일본미술학교 서양화과를 다녔다. 조국이 해방되면서 귀국한 그가 1948년 서울에서 가진 첫 개인전을 두고, 평론가 김용준은 ‘조선의 대(大)작가 탄생을 예감한다’고도 표현했다.
1961년 프랑스 파리로 회화 유학을 간 그는 사기를 당해 50달러밖에 없는 상황에서, 고성(古城) 보수·복원 공사장 석공으로 3년간 일했다. 그 과정에 자신의 꿈틀거리는 조각가 기질을 발견하고 진로를 조각으로 바꿨다. 1964년 귀국했다가 다시 파리로 갔던 그가 1980년 영구 귀국하기까지 발표한 작품들에 대해, 현지 평론가 자크 도파뉴는 이렇게 극찬했다. “좌우 대칭의 유선형에 리듬이 흐른다. ‘이것은 레오나르도 다빈치다, 오귀스트 로댕이다, 백남준이다’ 하듯이 ‘이것은 문신이다’ 하게 된다. 독창성이 두드러지면서 상상력도 불러일으킨다. 개미허리 같기도 하고, 여인의 가슴 같기도 하고, 나비를 떠올릴 수도 있다. 그는 특정 형태를 만든 게 아니지만, 보는 사람에게 구체적 이름을 찾아내게 한다.” 그가 1992년 영국의 헨리 무어, 미국의 알렉산더 콜더 등과 함께 세계 3대 조각가로 선정돼 파리 초대전을 가지기에 이른 배경이다.
그의 조각·회화·도자 등 230여 점을 선보인 문신 탄생 100주년 기념전 ‘우주를 향하여’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지난해 9월 1일 개막해, 오는 29일 끝난다. “인간은 현실에 살며,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꿈을 그리고 있다”던 그가 생명의 근원과 미지의 세계인 우주를 탐구한 이유도 알게 해준다. 예술적 감동 속에 철학적 사유도 하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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