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성과급 언급에 은행 “노사 자율” 선 긋기···‘관치’ 부담 느꼈나
은행권이 ‘성과급 잔치’ 논란과 관련해 성과급은 노사 자율로 결정하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금융당국이 “보수체계 개선”을 언급한 것을 의식해, 당국의 개입을 차단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은 직원들에게 기본급의 300~400%에 해당하는 성과급을 지급할 계획이다. 지난해 금리 상승의 영향으로 이자 이익이 불어난 것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은행이 이자 장사로 번 돈으로 성과급 잔치를 한다’는 비난 여론이 일고, 최근 은행 예대금리차가 확대된 것에 대한 비판까지 나오자 은행연합회는 지난 11일 ‘참고자료’를 내 반론을 제기했다.
은행연합회는 자료에서 “최근의 금리 동향(예금금리 하락, 대출금리 상승)에 대해 언급하며 은행 임직원의 성과급 증가와 연관 짓는 시각이 있다”며 “은행 노사 간에 논의 중인 성과급은 2022년도 전체 성과에 대한 것이므로 최근 연말연시에 급변하기 시작한 시장금리 상황이 대폭 반영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은행연합회는 “적절한 성과급 수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기는 어려우나, 은행 성과급은 다른 회사와 마찬가지로 실적 외에도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노사 간 합의를 통해 자율적으로 결정되는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은행연합회가 성과급에 대해 ‘노사 자율’을 강조한 것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발언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원장은 지난 10일 금감원 임원회의에서 “은행의 성과보수 체계가 단기 성과에 너무 치우쳐 중장기적으로 내부통제 및 리스크 관리 소홀, 금융사고 발생 등의 문제점이 초래되지 않도록 은행권과 함께 성과보수 체계의 개선 노력도 지속해달라”고 주문했다.
은행권은 금융당국이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지배구조 등에 대해 ‘관치’로 해석될 만한 발언을 연일 쏟아내는 것에 부담을 느껴왔다. 금융당국이 성과급까지 개입하려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자, 은행권이 ‘노사 자율’이라며 선을 긋는 모양새다. 당국이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인하를 은행권에 주문한 것은 자금시장 안정, 금융소비자 보호 등 타당한 명분이 있었으나 성과급까지 거론하는 것은 지나친 면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은행연합회는 “은행은 수익을 임직원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와도 공유하는 데에도 앞장서 왔다”며 사회공헌에 적잖은 돈을 기부했음을 강조했다. 은행연합회는 “국내 은행권은 2019~2021년 당기순이익 대비 8.2%, 매년 1조원 이상의 사회공헌금액을 지출했다”며 “이는 글로벌 금융회사(1% 수준)뿐만 아니라, 3~4% 수준의 일반 국내 기업보다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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