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따뜻한 겨울’ 이상 고온이 달러값을 떨어뜨린다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고공행진하던 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작년 9월을 기점으로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유럽 가스가격 지표인 네덜란드 TTF 가스 선물시장에서 천연가스 가격은 지난 4일 메가와트시(㎿h)당 65.02유로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8월 기록한 2022년 최고점(339.2유로)에 비하면 5분의 1 수준으로, 지난해 초 우크라이나 사태(2월 24일)가 벌어지기 전 평균 가격(81.6유로)보다도 17%나 낮은 것이다.
유럽 내 천연가스 수요의 40%를 담당하는 러시아는 전쟁 이후 서방 진영의 경제·금융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수시로 가스 파이프관을 잠그고 있다. 그런데도 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원인으로 첫손에 꼽히는 것은 예상보다 따뜻한 유럽의 겨울 날씨다. 스페인 북부 지방과 스위스 곳곳의 기온이 이달 초 20도를 넘어선 것을 비롯, 1월 평년 기온이 영하 2도인 폴란드 바르샤바가 새해 첫날 18.9도를 기록하는 등 봄 같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유럽 주요국 기상청들은 다음 달 초까지 평년 대비 5도 이상 높은 기온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의 천연가스 재고 수준이 양호한 것도 가스 가격 하락에 한몫한다.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에 대비해 유럽 각국은 수입선을 다변화하며 천연가스 재고 수준을 크게 늘려놓은 상태다.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가 유럽 내에서 가장 높은 축에 속하는 독일의 경우, 지난달 24일 기준 천연가스 재고율(총 저장능력 대비)이 87.8%에 달해 5년 평균 재고율보다 14.8%포인트 높다.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내 다른 주요국도 평년 대비 5~10%포인트가량 재고율이 높아 무리해서 가스를 사들일 필요가 없다.
이 밖에 EU(유럽연합) 차원의 에너지 소비 감축 정책, 경기 둔화 등으로 인해 가스 소비가 줄어든 것도 가스 가격 하락에 영향을 주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유럽 최대 가스 소비국인 독일과 이탈리아의 작년 11월 천연가스 소비량은 각각 전년 대비 23%, 21% 줄었다. 골드만삭스의 홀거 슈미딩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유럽에서 일시적 가스 공급 우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향후 수개월간 가스 가격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국제 유가와 더불어 가스 가격까지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면서 유로존 인플레이션 관리에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유로존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0월까지 12개월 연속 사상 최고치 기록을 고쳐 쓸 만큼 통제 불능 상태였다. 에너지 가격이 안정되면서 경기 침체 우려도 다소 누그러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내내 하락세를 보이던 유로존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와 경기전망지수는 지난달 반등세로 돌아섰다.
유로존이 최악의 침체를 피할 수 있다는 안도감은 유로화 가치 상승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초 0.98달러까지 떨어졌던 1유로의 가치는 지난 3일 1.05달러까지 상승했다. 2개월여 만에 7.1% 오른 것이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엔화 강세에 이어 유로마저 추가 강세 흐름을 유지한다면 달러 정점론 역시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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