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 제발 보지 마세요”...전세계 1위 했는데 이게 무슨 일?
송혜교 주연 넷플릭스 ‘더 글로리’가 공개 2주 만에 글로벌 톱10 1위(시청시간 기준)에 오르며 세계적 화제작으로 떠오른 가운데 온라인 커뮤니티와 카페에 호평과 함께 이런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네이버 카페와 네이트 판, SNS 등에는 “‘더 글로리’ 괜히 지금 봤어요”, “한꺼번에 보라는 말 들을걸 그랬어요”, “3월까지 기다릴걸” 등의 반응이 심심찮게 보인다.
‘더 글로리’는 학교 폭력(학폭) 피해자 송혜교의 복수극이다. “몰입감 최고”, “눈을 뗄 수 없다”, “김은숙 작가 대사 한마디 한마디 뼈 때린다”, “송혜교 임지연 인생작”등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복수극인만큼 “보기 쉽지 않다”, “눈을 감았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대체로 극의 흐름상 이해된다는 반응이다. 그런데 지금 보지 말라는 당부는 왜 나올까.
바로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들이 ‘파트 쪼개기’ 전략을 유행처럼 구사해서다. 파트1과 파트2 공개 사이에 시간 간격을 두다 보니, 구독자겸 시청자들은 다음 내용을 한참 기다려야 한다.
지난해 12월 30일 파트1에 해당하는 8부를 공개한 ‘더 글로리’는 오는 3월 파트2에 해당하는 나머지 8부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렇다보니 학폭 피해자 문동은(송혜교 분)의 복수를 한번에 볼 수 없어 김이 샌다거나 기다리느라 애가 탄다는 하소연 섞인 반응이 나왔고, “지금 보지 말라”는 당부로까지 이어졌다.
최근 OTT는 물론이고 안방극장에서 ‘파트 쪼개기’가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벌어진 일이다. 코로나19로 호황을 누린 OTT들은 엔데믹과 글로벌 경기 침체가 겹치며 구독자 감소에 시달리고 있다. 파트 쪼개기는 구독자를 가둬놓는 이른바 ‘잠금효과’를 위한 것. ‘몰아보기’ 전략으로 한국 시장에서 구독자를 늘려온 넷플릭스도 국내외 OTT 경쟁이 심화하자 ‘쪼개보기’로 전략을 바꿨다.
한 드라마 영화 제작사 고위 관계자는 “‘더 글로리’ 파트1을 본 시청자들은 아마도 3월 파트2 공개를 기다릴 것이다. 그게 바로 구독자를 붙잡아두려는 넷플릭스의 노림수이자 전략”이라며 “좋은 작품, 재밌는 작품이라면 시청자들은 파트2가 나올 때까지 극의 전개를 궁금해하며 기꺼이든 어쩔수 없든 기다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더 글로리’의 경우 시청자들은 쪼개기 공개에 아쉬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파트1의 복선을 분석하고 파트2 스토리 전개를 추측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OTT 뿐만 아니라 방송사들도 기존 시즌제에서 더 나아가 파트 쪼개기에 나섰다. 최근 종영한 tvN 판타지 드라마 ‘환혼’은 파트2에서 여주인공을 교체하면서도 성공리에 마무리했다. 지난 11일부터 첫 방송된 tvN 수목 드라마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도 파트 1, 2를 잇따라 찍었다.
그러나 ‘몰아보기’라는 OTT 특유의 매력을 포기하고 선택한 파트 쪼개기가 이야기의 흐름을 끊어놓는다는 점에서 ‘양날의 검’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재벌집 막내아들’로 연기신이라는 호평을 들은 배우 이성민이 주연한 디즈니+ ‘형사록’은 쪼개보기 공개로 오히려 실패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또한 지난해 6월 파트1 공개에 이어 12월 파트2가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이하 ‘종이의 집’) 역시 주연 배우들이 인터뷰에서 “파트2가 더 기대된다”고 한결같이 말했지만 쪼개기 전략에 실패하며 “한꺼번에 공개하는게 나을 뻔 했다”는 평을 들었다.
브라질, 캐나다, 멕시코, 프랑스, 독일, 호주 등 총 62개국 톱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으며, 한국을 비롯해 홍콩,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프로, 대만, 태국, 베트남 등 아시아 8개국에서 1위에 등극했다.
‘더 글로리’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도깨비’, ‘미스터 선샤인’의 김은숙 작가가 특유의 대사가 돋보이는 각본을 썼고, ‘비밀의 숲’ 안길호 PD가 연출을 맡아 K복수극을 완성했다. 주연 송혜교와 함께 임지연 김히어라 김건우 등 빌런들도 주목받는 연기로 스타덤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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