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서구적이었으며 가장 한국적이었던 예술가 문신…“우주를 향하여” [신간]
책으로 재구축한 문신 조각의 조형 원리. 동시대 가장 서구적이었으면서도 가장 근원적이고 한국적이었던 예술가 문신의 세계를 만난다.
“문신의 작업 수행 과정이나, 그 결과로 남은 작품에서는 우주와 생명의 생성 원리가 재현되고 ‘있는 중’이다. […] 그를 하나의 잣대로 읽을 수 없다거나, 어떻게 읽어야 할지 잘 알 수 없다는 불편함과 당혹감이야말로 그를 더욱 살아 있게 한다. […] 우리는 백 년이 지나도 신화로 고착되지 않는, 현재 진행형의 사랑으로 가득한 생명의 에너지를 전하고자 했다(수류산방, ‘일시에서 무종으로’, ‘문신 文信 : 우주를 향하여’ 코멘터리 무종 중에서)”
2022년 9월 1일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문신 文信 : 우주를 향하여’ 전시가 개최되었다. 문신(文信, 1922~1995)은 2022년 탄생 100주년을 맞은 마산 출신 근대 조각가이다.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1980년대 이후 스테인리스 스틸을 활용한 환경 조각의 장을 연 문신을 총체적으로 조망한 전시는 국내 최초라 할 수 있다.
수류산방과 국립현대미술관 근대미술팀은 1년여의 연구와 논의를 통해 문신의 우주로 향하는 길라잡이가 될 두 권의 책을 선보인다.
전시 개막에 맞춰 출간된 1권 ‘모노그래프 일시(一始)’는 기획자의 글과 작품의 대표 이미지로 구성되었으며, 문신의 예술 세계로 길을 여는 안내서 구실을 한다.
개막 후 출간된 2권 ‘코멘터리 무종(無終)’에는 논고를 포함한 8편의 글과 작품 디테일, 전시 현장, 여러 장소들이 수록되었다.
문신과 그의 작품을 넓게 훑고자 하는 독자는 1권을, 더 깊이 다가가고자 한다면 2권을 따로 소장할 수도 있다. 이 두 권은 확장판이나 축약본이 아니다. 합쳐 1176페이지에 달하는 두 권의 책은 겹치지 않는 글과 사진으로 서로를 보완하여 얼개를 만든다. 일시(一始)와 무종(無終)이 얽혀들며 문신의 삶과 예술을 입체적으로 펼쳐낸다.
전시된 문신의 조각 작품 모두를 도면처럼 새로 촬영했고 그 작품이 전시 공간에서 어떤 모습으로 관객을 맞이했는지도 남겼다. 다양한 분야에 걸친 필진 역시 특징이다. 작품과 전시, 글이 번갈아 흐르는 역동적 편집으로 문신을 새롭게 만난다.
●조각의 여러 표정들
수류산방과 국립현대미술관 근대미술팀은 전시되는 모든 조각 작품을 새로 촬영했다. 건축 사진가 김재경과 수류산방은 전후, 좌우, 위아래, 원경과 디테일까지 조각의 면면을 기록했다.
석조전 서관(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의 천창을 통해 떨어지는 자연광의 부드러운 빛이 조각의 면을 따라 흐르며 자아내는 입체감을 도록의 지면을 통해서 느낄 수 있다.
조각의 증명사진이라 할 수 있는 정면, 혹은 대표 이미지들이 모여 1권이 되고, 가깝고 먼, 익숙하고 낯선 여러 이미지들이 모여 2권의 이야기를 만든다. 2권에는 전시장 설치 장면을 함께 배치했다. 때와 이 외에 문신의 삶을 좇아 문신의 고향이자 말년에 귀향해 직접 설립한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다수의 자료 및 작품을 보유한 숙명여대 문신미술관, 대작 ‘올림픽 1988’이 세워진 올림픽 공원 등 곳곳을 담았다.
●여러 단서들과 다른 이야기들
방대한 자료와 논고의 수록 역시 중요한 과제였다. 국립현대미술관 근대미술팀에서는 이례적인 기획에 발맞춰 새로운 견해를 개진하는 젊은 학자들 위주로 필진을 선정했다. 문신 조각의 조형적 특징, 정신분석학적 관점의 해석과 문신이 경험했던 일본·프랑스의 미술계 맥락, 건축학자가 본 문신의 작품 세계, 드로잉 분석까지 넓은 스펙트럼의 논고는 문신을 다각도로 조망하는 전시와 어우러져 이해의 차원을 높인다.
●세상에 없는 ‘새로운 법’
책은 표지부터 마치 문신의 작품처럼 마주한 사람의 시각은 물론 촉각을 끌어들인다. ‘한 근대 예술가에 대한 총체적 전시’라고 했을 때 쉬 떠올리기 힘든 파격이다. 일견 우주적이기도 하고, 산업 시대의 산물인 듯도 보이며 동시에 알 수 없고 미래적이다. 거친 면 위로 배치된 여러 질감들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절로 손을 뻗게 한다.
글과 사진은 물론, 2권을 합쳐 총 1176쪽에 달하는 페이지 하나하나를 긴 시간 세심하게 편집하고 디자인했다. 어떤 페이지도 쉬 넘길 수 없는 다채로운 리듬감을 즐길 수 있다. 한 권의 책 안에 작품집과 학술서를 결합하고자 하는 수류산방의 꾸준한 시도는 이번 작업에서 한층 깊어졌다. 학자, 일반인, 예술 애호가, 국내외 다양한 독자들이 함께 볼 수 있는, 작품으로서의 책을 만들고자 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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