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시각] 3년 전부터 공개한 스포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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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신작을 보기 전이라면 반드시 확인해야 할 문구다.
실수로라도 보게 되면 이제 충격도, 반전도, 감흥도 없다고 봐야 한다.
이 모든 논란은 전혀 새롭지 않다.
벌써 3년 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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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신작을 보기 전이라면 반드시 확인해야 할 문구다. 실수로라도 보게 되면 이제 충격도, 반전도, 감흥도 없다고 봐야 한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 영화로 치면 최근 개봉작이다. 감상평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이렇다. ‘예상했던바.’ 마치 3년간 수많은 스포일러를 본 후 접한 신작 같다. 예상했던 문제, 예상했던 반발, 예상했던 대응.
지난해 11월 초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범 도입을 한 달 앞두고 세종시를 취재했다. 제주도와 함께 시범사업지역으로 확정된 곳. 시민을 직접 만나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물었다. 어떻게 운영되는지, 보증금은 얼마인지 모두 알고 있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시행까지 불과 한 달 남았음에도 홍보도, 준비도, 각오도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변화를 기대하는 바람으로 기사를 썼다.
이제 도입 이후로도 한 달이 지났다. 안타깝게도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세종과 제주 매장 3곳 중 1곳꼴로 보증금제를 보이콧하고 있다. 아예 이를 현수막으로 내건 매장도 나왔다(현수막 쓰레기까지 더해졌다). 한 달간 소비자들이 찾아간 보증금 규모는 2939만원. 개당 보증금이 300원이니 9만8000여개가 회수된 셈이다. 얼핏 많아 보이는 양이지만 함정은 우리가 쓰는 일회용 컵 자체가 어마어마하다는 데에 있다. 회수율은 20~30%이니, 9만8000여개보다 4배 더 많은 일회용 컵은 그대로 버려졌다. 심지어 이 쓰레기들은 개당 300원을 지불한 쓰레기들이다. 제도는 불편하고, 홍보는 부족하다.
이 모든 논란은 전혀 새롭지 않다. 매장 적용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거나 프랜차이즈 본사가 부담을 감내해야 한다거나 소비자 반납이 불편하다거나 현재 거론되는 문제점은 이미 다 예견된 것들이다. 이 제도는 지난 2020년 6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을 개정하면서 도입을 예고했다. 벌써 3년 전이다. 시행을 불과 보름 앞둔 지난해 6월 여러 반발에 부딪혀 시행을 연기했고, 이후엔 제도가 대폭 축소됐다. 그러면서 지난해 12월로 시행시기가 지연됐다. 입법예고, 시행 연기, 제도 축소, 시범 적용. 이 우여곡절마다 유사한 논란은 반복되고 있다.
같은 논란이 되풀이된다는 건 결국 논쟁을 피할 수 없다는 의미일 수 있다. 사실 어떤 방식을 도입해도, 일회용 컵 보증금제 자체는 업주도 소비자도 불편한 일이다. 불편함을 덜 순 있어도 불편함을 없앨 순 없다. 이 제도의 본질이다. 불편하지 않길 원한다면 이 제도는 시행 자체가 불가능하다.
중요한 건 의지다. 우리에겐 불편함이지만 미래세대엔 불안함이다. 일회용 컵 연간 사용량은 84억개. 이 중 회수율은 불과 5%다. 유리병은 회수율이 64%다. 유리병은 이미 불편하다는 인식조차 없을 만큼 보증금제가 자리 잡은 탓이다.
불편하더라도 분명 보증금제는 위력이 있다. 일회용 컵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게 아니라면 그나마 보증금제가 가장 연착륙할 수 있는 방안이다. 제도 보완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겠다. 환경부의 후퇴 없는 의지를 기대한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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