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유세도 윤 대통령 했던대로···대북 치기에 어퍼컷까지
박정희 생가 참배 등 TK에 공들여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서울시당 신년인사회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수십명의 지지자를 마주쳤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지지자들에 고취돼 두 팔을 들어 “만세”를 외치고 지지자들에게 허리숙여 절을 하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러더니 오른손을 높이 들어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유세 과정에서 많이 했던 ‘어퍼컷 세리머니’를 재연했다.
김 의원이 윤 대통령의 유세를 벤치마킹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9일 여의도 대산빌딩에서 열린 캠프 개소식에서는 윤 대통령이 대선 유세 때 썼던 대북을 치며 캠프 발족을 알렸다. 대북에는 윤 대통령이 자필 사인과 함께 자필로 쓴 ‘충청의 힘, 국민의 힘’ 등 문구가 적혀 있었다. 대선 때 윤 대통령과 함께 했던 유세팀이 갖고 있던 북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었다.
이러한 ‘윤 대통령 흉내내기’는 당원들에게 시각적으로 자신이 ‘윤심’(윤 대통령 의중) 후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 의원은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관계자) 장제원 의원과의 이른바 ‘김장연대’ 과시와 윤 대통령과의 관저 만찬 후 윤 대통령이 미는 당권주자라는 인식이 형성됐다고 본다. 실제로 한 자릿수였던 당 지지층 내 지지율이 신년 들어 10%대로 올라온 상황이다. 하지만 인지도가 높은 나경원 전 의원, 안철수 의원을 누르고 대세를 형성하려면 시각적으로 윤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액션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 측 관계자는 12일 통화에서 “윤 대통령 대선 유세 때 함께 했던 대북 팀이 아예 우리 캠프에 들어왔다. 대북은 주요 행사 때마다 등장할 것”이라며 “어퍼컷 세리머니도 기회가 될 때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날 대구·경북(TK)을 방문하고, 오는 14일 경북 구미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참배한 후 구미 박정희로에서 대대적인 경북 출정식을 준비하는 등 TK에 공을 들이고 있다. 출정식에는 친윤계 이철규·박성민·박수영·배현진 의원 등 여당 의원 30여 명이 참석한다. 보수의 본산이라 할 수 있는 TK는 국민의힘 당원이 가장 많은데 아직 출마 선언을 한 TK 출신 후보가 없다.
김 의원은 이날 대구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 지지율 상승세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이기는 리더십이 어필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자신을 “친윤이 아닌 친민(親民)”이라고 말했다. 윤심에만 기댄 것이 아니라 자신이 경쟁력 있는 후보임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국민 여론조사 30%를 빼고 당원투표 100%로 바뀐 전당대회 규칙(룰)에 대해 “한국 축구대표팀의 감독을 뽑는데 일본 국민 의견을 30%를 반영하라는 것이 가능한 일이냐”고 반박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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