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간 美기밀 넘긴 ‘쿠바의 여왕’…FBI도 진땀 뺀 스파이 비법은?
미국 국방정보국에서 근무하며 쿠바의 스파이로 활동했던 아나 몬테스(65)가 수감된지 20년 만에 석방됐다. 그는 약 17년 동안 정체를 들키지 않고 스파이 활동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BBC 등은 최근 석방된 쿠바 스파이 몬테스의 이야기를 조명했다.
전 미 국방정보국 정보분석관인 몬테스는 17년간 쿠바를 위해 간첩활동을 한 혐의로 2001년 9월 구속됐다. 몬테스는 2002년 검찰과 양형 협상을 통해 유죄를 인정하고 25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지난 6일 석방돼 고향 푸에르토리코로 이동했으며 앞으로 5년 동안 당국의 감시를 받게 된다.
몬테스는 미국 역사상 가장 큰 피해를 입힌 스파이 중 하나로 꼽힌다고 매체는 설명했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정부에서 방첩책임자를 맡았던 미셸 밴 클리브는 몬테스에 대해 “미국이 지금까지 발견한 스파이들 중 해로운 편”이라며 “우리가 알고 있던 쿠바에 관한 정보를 손상시켰다”고 했다.
몬테스는 미국 법무부에서 근무하다가 쿠바 정보국에 포섭됐다. 그가 쿠바를 위해 스파이 활동을 한 것은 금전적 이유가 아닌 신념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몬테스는 중앙 아메리카와 쿠바에 대한 정부 정책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1985년 몬테스는 국방정보국에 들어가 쿠바 담당 분석관으로 근무했다. 그는 쿠바에 대한 전문지식으로 뛰어난 업무능력을 보여 ‘쿠바의 여왕’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미국 정보 당국은 내부에서 기밀이 유출된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으나 스파이의 정체를 파악하는 데에는 거의 10년이 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몬테스는 어떻게 당국의 수사망을 피해 긴 세월 스파이로 활동해왔을까. 그건 몬테스의 뛰어난 기억력 덕분이라고 매체는 설명했다.
몬테스는 자신이 확인한 기밀문서들을 최대한 암기한 다음, 집으로 돌아가 노트북에 내용을 입력하고 암호화하는 식으로 정보를 유출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몬테스에 관한 책을 쓴 작가 짐 팝킨은 “그가 잡히지 않은 이유 중 하나가 이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기관 내부에서 정보가 유출된 증거가 거의 남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몬테스를 체포한 FBI 요원들 중 한명이었던 피트 랩은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같은 힘든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수사팀은 몬테스를 용의선상에서 제외하지 않았고 2001년 돌파구를 찾아냈다. 당국은 몬테스의 집을 수색해 침대 밑에 있던 노트북을 발견했다. 이 노트북에는 10여년 치의 기밀 정보가 들어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랩은 “쿠바 정부 측에서 스파이의 정체를 감추기 위해 ‘보안 단계가 높은 남성’이라는 점을 암시했고, 이 때문에 용의자 목록의 폭이 넓어졌다”며 “여성을 찾아야 했다는 것을 알았다면 추적이 훨씬 쉬웠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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