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도 산책해야 한다고? 토끼 둘러싼 오해 너무 많아요" [인터뷰]
"반려동물로 개량된 토끼, 야생동물 아냐"
"표현 서툰 토끼, 보호자가 더욱 세심해야"
검은 토끼의 해를 맞아 연초부터 여느 때보다 토끼에 대한 관심이 높다. 토끼는 예로부터 다산과 풍요를 상징하는, 우리에게 친숙한 동물이지만 현실에서 토끼의 삶은 녹록지 않다.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1년에 토끼가 버려지는 건수만 300여 건에 달한다. 개나 고양이와 달리 토끼는 공원에서 발견돼도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실제 건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연간 실험에 동원되는 토끼를 2만5,000여 마리로 추산했다.
토끼와 행복하게 사는 법, 토끼에 관한 잘못된 상식을 알아보기 위해 토끼 반려인 서유진(41)씨를 만났다. 그는 포털 사이트에서 '엄마와 반려토끼의 행복 이야기'라는 토끼 전문 블로그를 운영했고, 2017년 토끼 육아의 모든 것을 망라한 책 '토끼'를 출간한 토끼 전문가다. 토끼를 오래 기르는 이들이 늘면서 보다 전문적인 정보를 원하는 반려인을 위해 그는 최근 번역서 '토끼질병의 모든 것'을 냈다. 그의 본업은 고등학교 일본어 교사다.
토끼에 관한 오해 여전히 많다
서씨는 토끼 '토실이'를 처음 키우기 시작한 2004년과 비교하면 그래도 토끼 반려 문화가 성숙해졌다고 말한다. 그는 "예전에는 토끼를 위한답시고 잘못된 정보로 토끼에게 해로운 행동을 하는 반려인을 쉽게 볼 수 있었다"며 "요즘은 그런 반려인은 많이 줄었다. 적어도 토끼에 도움이 되는 것, 해가 되는 것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토끼와 관련된 오해는 많다. 서씨는 토끼에 관한 가장 잘못된 정보로 먼저 '토끼의 주식=당근'을 꼽았다. 애니메이션을 통해 토끼가 당근을 먹는 모습이 알려진 탓이 크다. 하지만 당근과 같은 채소와 과일 등 단 음식은 토끼 건강에 해롭다. 토끼의 주식은 건초다.
다음으로 서씨가 꼽은 잘못된 상식은 '산책하는 토끼'다. 토끼가 풀밭에 있는 모습을 떠올리며 반려견처럼 산책을 시키는 이들이 있는데 이는 토끼에게 큰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그는 "토끼는 영역동물이라 환경이 바뀌면 대부분 불안해한다"며 "이런 경우 산책은 오히려 토끼에게 독이 된다"고 설명했다.
토끼를 공원이나 산에 풀어 놔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역시 큰 오해다. 지난해 한 초등학교 교사가 야산에 토끼 39마리를 유기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서씨는 "우리가 흔히 보는 토끼는 유럽 남부에서 살던 굴토끼를 반려용으로 개량한 품종"이라며 "이들은 야생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초등학교 토끼 유기 사건도 토끼에 대한 무지가 불러온 참사"라고 지적했다. 그는 "길에서 발견한 토끼를 야생토끼로 여기는 이들도 많지만 사람 눈에 띄는 모든 토끼는 사람이 키우다 버린 것으로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서씨는 또 지방자치단체나 학교에서 토끼장을 운영하는 것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토끼의 생태나 습성, 음식에 대한 기본 지식조차 없는 상황에서 토끼를 기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는 "무엇보다 우리가 기르는 반려토끼인 굴토끼는 한국의 혹독한 자연환경에 적응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토끼는 섬세하고 스트레스에 취약, 함부로 키워선 안돼"
서씨는 10여 년 동안 기른 반려토끼 '초코'와 '우유'를 차례로 떠나보냈다. 반려동물 상실 증후군(펫로스)으로 인한 아픔도 그만큼 컸다. 그를 위로해 준 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교류하는 토끼 반려인들이었다. 그는 "지금까지 초코와 우유를 사랑해주셨던 많은 분들의 따뜻한 마음이 큰 위로가 됐다"며 "초코가 떠나고 혼자 남은 우유를 보며 마음이 아팠는데 이제 둘이 함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토끼 양육 시 가장 힘든 점 중 하나는 토끼를 치료할 병원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서씨는 "임상경험이 풍부한 토끼전문 수의사가 많지 않고 그나마도 수도권과 큰 도시에 있다"며 "토끼를 치료할 병원이 없는 지역 반려인들은 고속버스나 기차를 타고 병원을 찾아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토끼에게 위장정체는 흔하지만 응급질병이라 신속한 대처가 필요하다"며 "평소 토끼전문병원 처방을 알아뒀다 근처 동물병원에서 처방받는 방법도 있다"고 조언했다.
토끼와 함께 살면서 가장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은 뭘까. 서씨는 "토끼 반려인이라면 눈빛만 봐도 토끼 생각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섬세하고 스트레스에 취약하므로 온도와 습도, 소음, 다른 동물의 존재 등 토끼에게 스트레스가 될 만한 주변 환경을 항상 살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토끼는 개나 고양이에 비해 자기 표현을 하지 않는 편"이라며 "그만큼 반려인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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