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최고 포수 내조 15년…"뭉클하죠, 소율이가 아빠 정말 자랑스러워해요"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다시 두산에 오게 됐는데, 오전에 입단식 준비할 때 보니까 약간 설레고 뭉클하기도 하더라고요."
오현주(36)씨는 15년 전인 2008년 처음 동갑내기 남자친구 양의지(36, 두산 베어스)를 만났다. 당시 프로 3년차였던 양의지는 두산에서 거의 2군에만 머물던 선수였다. 오 씨는 그때부터 묵묵히 양의지를 내조했다. 2014년 결혼식을 올린 뒤로는 본격적으로 야구선수 아내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새해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첫째 딸 소율(7)과 2021년 귀하게 얻은 둘째 딸 소윤(2)까지 육아를 전담하며 남편이 집안 걱정 없이 야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힘을 쏟았다.
양의지는 아내의 든든한 지원 속에 한국 최고 포수로 성장했다. 16시즌 통산 1585경기에서 타율 0.307, 228홈런, 944타점, OPS 0.892를 기록하며 대체 불가 포수로 자리를 잡았다. 2010년 경찰야구단을 제대한 뒤로 안방마님 타이틀을 꿰차며 승승장구했고, 2018년 시즌을 마치고 NC 다이노스와 4년 125억원에 FA 계약을 하며 그동안의 고생을 보상받았다. 올겨울 FA 재자격을 얻은 양의지는 고심 끝에 두산과 4+2년 152억원에 사인하며 선수 생활 마무리는 친정에서 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양의지는 11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생애 2번째 두산 입단식에 아내 오 씨 그리고 첫째 소율과 함께 참석했다. 오 씨는 양의지와 함께한 세월만큼 이날 입단식이 특별하게 다가왔다. 그는 "다시 오게 돼서 약간 설레고 뭉클하기도 했다. 오전에 남편이 준비할 때 보니 그렇더라. 다시 두산에 오게 됐고, 이제 나이도 있으니까(웃음) 6년 동안 열심히 선수로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해줬으면 좋겠다. 이제 어떻게 보면 마지막이지 않나. 마지막 선수 생활을 열심히 잘 마무리 지었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양의지는 친정에 돌아올 수 있도록 지지해준 아내에게 고마워하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더 컸다. 새 시즌 준비 과정이 바빠 또 가정을 돌볼 틈이 없어져서다. 양의지는 오는 3월에 열리는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차출돼 빨리 새 시즌을 준비해야 한다. 오는 19일에는 두산의 스프링캠프 훈련지인 호주 시드니로 출국해 몸을 만들 예정이다.
양의지는 "계속 아내가 옆에서 늘 고생하고 있는데, 묵묵하게 잘 뒷바라지 해줘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번에도 힘들게 혼자 이사해야 하는데, 불평불만 없이 잘해주리라 믿는다. 앞으로도 잘살 것이라 생각하고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고 속마음을 표현했다.
두산은 소율이 가장 좋아하는 구단 마스코트 철웅이와 함께 아빠의 입단식을 지켜볼 수 있게 했다. 소율은 철웅이의 손을 잡고 앉아 아빠가 환영받는 순간을 함께했다.
양의지는 그런 딸을 바라보며 "늘 원정을 많이 다녀서 아이들과 같이 지낼 시간이 아주 부족했다. (입단식에) 함께하는 시간이 있어 뜻깊은 것 같다. 첫째가 이제 학교에 들어간다. 초등학생이면 많은 것을 알더라. 아빠의 멋진 모습을 자랑할 수 있어 가장 뜻깊은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오 씨는 아이들에게 미안해하는 남편에게 "충분히 좋은 아빠다. 선수 생활하는 동안은 어쩔 수 없다. 나도 아이들도 아빠가 야구선수라서 원정을 많이 다니는 것을 이해한다. 선수 생활이 끝나면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니까 괜찮다. 충분히 그때가 되면 아빠가 많이 놀아주겠다고 아이들도 인지를 하고 있다. 충분히 기다릴 수 있다고 해주고 싶다"고 했다.
이어 "소율이가 아빠를 정말 자랑스러워한다. 아빠에 대해서 많이 알다 보니까 친구들한테 많이 자랑하고 다닌다. 지금은 집안 걱정은 잠시 내려놓고 선수로서 열심히 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15년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남편 양의지를 믿고 지원할 예정이다. 오 씨는 "연애 7년에 결혼 생활까지 더하면 15년을 함께했다. 정말 오래 살았다(웃음). 남편을 이야기하려니까 울컥하기도 한데, 힘을 내줬으면 좋겠다. 뒤에서 열심히 가족과 많은 분들이 응원하고 있으니까. 좋은 이야기만 듣고 좋은 시선만 봤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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