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글]모두의 기타 영웅 제프 벡, 영원히 잠들다[김성대의 음악노트]
오랜만에 존 본 조비의 솔로 앨범을 튼다. 1990년에 낸 'Blaze of Glory'다. 영화 '영 건 2'의 사운드트랙이기도 했던 이 앨범에서 나는 타이틀 트랙 'Blaze of Glory'를 특히 좋아했다. 그 이유는 이 파워 발라드를 집어삼킨 기타 연주 때문이다. 특히 메인 테마를 쌓는 슬라이드 기타 리프와 3분 13초부터 흐르는 일렉트릭 기타 솔로는 그중 백미로, 약 25초 동안 펼쳐지는 이 마성의 프레이즈는 다름 아닌 제프 벡의 솜씨였다. 역시, 넘치지 않으면서 벅차오르는 장렬한 감성은 대가만이 엮어낼 수 있는 경지였으리라. 나는 이 솔로를 처음 들었을 때나 지금이나 같은 생각을 했다.
"제프 벡이라는 기타리스트는 이제 종교의 영역에 접어든 것처럼 보인다. 그를 부정하는 건 신을 부정하는 것과 같고, 그는 실제로 ‘기타의 신’이라 불린다. 플라스틱 피크 없이 다섯 손가락을 피크로 삼는 장인의 감성. 블루스 록과 재즈 퓨전 성향을 실험적으로 헤쳐 나가는 그만의 음악 세계는 이제 누구도 범접할 수 없을 신의 경지, 바로 거기에 이른 것이다." - 2016년작 'Loud Hailer' 리뷰에서
제프 벡. 그는 기타리스트들의 기타리스트였다. 그것은 1960년대 중반 야드버즈에서 시작해 새미 헤이거(밴 헤일런)의 인생을 바꾼 솔로 데뷔작 이후 자신의 그룹(Jeff Beck Group)을 거쳐 다시 솔로 행보를 이어간 시기까지 일관되게 인정돼온 객관적 팩트였다.
그는 'Truth'라는 앨범으로 하드록의 원형을 제시했고 'Blow by Blow'와 'Wired'로 퓨전 기타가 가야 할 길을 밝혔다. 제프는 그렇게 자신이 흠모한 기타리스트 존 맥러플린이 이룬 업적, 그러니까 재즈와 클래식을 인디언 음악에 접목시킨 것 마냥 블루스와 록, 재즈와 일렉트로닉을 접목시켰다. 80년대부터 피크를 내려놓고 손가락으로 기타를 만지기 시작한 그는 범인(凡人)이 범접할 수 없는 경지의 기교와 톤, 아이디어로 일찌감치 거장의 반열에 들어섰다.
롤링스톤은 자신들이 뽑은 '위대한 기타리스트' 100명 중 제프를 5위에 올렸다. 그리고 평론가 스티븐 토마스 얼와인은 "지미 페이지만큼 혁신적이고 에릭 클랩튼만큼 우아하며 지미 헨드릭스만큼 선지적이었다"라고 저 위대한 기타리스트를 정의 내렸는데, 스티븐이 언급한 세 사람은 롤링스톤의 순위에서 제프 앞에 있던 네 명에 모두 포함됐다. 나머지 한 명은 밴드 롤링 스톤스의 기타리스트 키스 리처즈다.
그러나 2023년 1월 10일. 모두의 기타 영웅은 자신의 영웅들이었던 레스 폴, 로이 부캐넌, 장고 라인하르트, 쳇 앳킨스를 따라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나고 만다. 향년 78세. '100세 시대'에 아직 뭔가를 더 해볼 수 있는 나이였지만 결국 세균성 뇌수막염에 이기지 못했다.
다시, 제프 백을 듣는다. 'Blaze of Glory'가 멈춘 지는 이미 오래. CD는 어느새 그의 대표작 'Blow by Blow'로 바뀌어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제프 백의 앨범이다. 언젠가 기타리스트 이병우는 나와의 인터뷰에서 이 앨범 같은 기타 솔로 앨범을 내보고 싶다 말한 적이 있다. 이제 그 주인은 세상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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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약력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마이데일리 고정필진
웹진 음악취향y 필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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