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씽킹맵]정의선 회장이 생각한 능동적 변화란…

나은수, 김용민 2023. 1. 12.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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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성 극복하고 변화하는 능동적인 기업문화" 강조
경영전략 고민 뒤엔 늘 미래사업 자리잡고 있어
2023년은 영특한 토끼의 특성과 지혜를 상징하는 검은색이 조화를 이룬 계묘년, '검은 토끼의 해'다. 하지만 우리 기업을 둘러싼 대내외적 환경은 녹록지 않다. 국가 간 갈등은 장기화되고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 저성장 등 여러 경제위기 요인도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 대기업집단 총수들은 '토영삼굴(兎營三窟)'의 지혜로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렸다. 최고경영자(CEO)들의 경영 과제와 판단의 방향을 신년사 등에서 엿보이는 열쇳말과 함께 들여다봤다.[편집자]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에게 2022년은 강렬한 해였다. 현대차, 기아의 역대급 실적 달성, 글로벌 전기차 시장 톱5 안착 등 가시적인 성과가 이어지면서다. 

하지만 올해 경영 환경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정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올해는 녹록지 않다"며 위기 상황임을 경고했다.

위기 돌파구로 정 회장이 제시한 키워드는 '능동적 변화'다. 그는 임직원들에게 고인물은 썩기 마련이라며 끊임없는 도전을 독려하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하는 정 회장에게 가장 필요한 건 도전에 대한 꺾이지 않는 마음인 셈이다.

역대급으로 잘 달린 2022년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의 작년 연결 기준 매출은 142조1921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0.9%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9조375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동기대비 40.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 역시 실적 성장세를 기록할 전망이다. 에프앤가이드는 기아의 지난해 매출을 87조1933억원, 영업이익을 6조9016억원으로 추정했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매출 24.8%, 영업이익 36.2% 각각 증가한 수치다. 추정치대로 라면 두 회사는 모두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이다. 

현대차그룹에게 코로나19는 위기보단 기회였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보복소비 심리가 자동차 판매를 끌어올리면서다. 여기에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생산 차질을 빚자 공급자 우위 시장이 형성됐다. 현대차그룹은 덕분에 수익성 위주의 경영 전략을 펼쳐나갈 수 있었다. 

전동화 부문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 현대차그룹은 판매량 기준 글로벌 전기차 톱 5에 올라섰다. 미국 시장에서는 테슬라, 포드에 이어 전기차 판매량이 세번째로 많았다. 지난해 '세계 올해의 차(아이오닉5)', '유럽 올해의 차(EV6)'도 현대차그룹의 몫 이었다.

정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 톱5를 달성하며 성공적인 전동화 체제로의 전환을 시작했다"고 밝힌 뒤 "올해에도 더욱 진화된 차량을 개발하고 공급해 글로벌 전기차 리더십을 공고히 하고 전동화 체제 전환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IRA, 러시아, 지배구조개편'

올해는 작년과 다른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정 회장은 "우리 경제 안팎에 높은 불확실성이 계속되면서 녹록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이라며 "국제금융 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수 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개 양상, 감염병 상황 변화가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예단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가 가장 큰 걱정거리다. 올해도 고금리 기조가 계속되면 구매력 저하로 자동차 시장이 얼어붙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는 할부 금리 인상 여파로 자동차 계약을 취소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 

IRA 시행으로 인한 미국 내 전기차 판매 감소도 본격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미국은 이 법안을 근거로 북미 지역에서 생산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최대 7500달러·한화 약 100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미국 내 전기차 전용 공장이 없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는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실제 IRA 시행(작년 8월) 이후,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은 감소하는 추세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전기차 전용 공장은 2025년 완공될 예정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도 고민거리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러시아에서 수입 자동차 브랜드 1위로 올라서는 등 이 시장에서 안정적인 판매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전쟁 여파에 러시아 시장에서 자동차 판매가 급감하고 있다. 현대차의 1~3분기 러시아 시장 판매량은 7만4000대(도매 기준)로 전년동기대비 51.9% 감소했다. 이 기간 기아의 러시아 판매량도 5만7000대로 64.4% 급감했다.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에서 자동차 판매가 줄어든 것도 문제지만 전쟁 여파로 인한 원자재, 에너지 가격 상승 등 문제를 더 넓게 봐야 한다"며 "다만 이는 현대차그룹만의 문제가 아닌 모든 기업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지배구조 개편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현대차그룹은 10대 그룹 계열사 중 유일하게 순환출자 고리를 유지 중이다. 지배구조개편을 위해선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야 한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지배구조 개편을 시도한 바 있다. 하지만 합병 비율을 두고 시장의 반발이 커지자 "보완된 방안으로 재추진하겠다"며 계획안을 철회했다.

이번 신년사에서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하지만 올해가 개편 재추진을 선언한 지 5년째인 만큼 이에 대한 최소한의 움직임은 보일 수 있다.  

'능동적 변화'로 위기 뚫는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정 회장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능동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능동적이고 끊임없는 변화가 선행돼야만 현재의 불확실한 경영 환경을 헤쳐나갈 수 있단 판단에서다.

정 회장은 "2023년은 도전을 통한 신뢰와 변화를 통한 도약의 한 해로 삼아 보다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려 한다"며 "기존의 관성을 극복하고 계속해서 변화하는 능동적인 기업문화를 조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미래 먹거리 발굴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선다. 이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다는 정 회장의 구상과 일맥상통한다. 현대차그룹의 미래 사업으로는 △자율주행 △로보틱스 △AAM(미래 항공모빌리티) △SMR(소형 원자로) 등이 꼽힌다. 

정 회장은 "미래를 향해 한단계 도약하기 위해 결과에 대한 두려움 없이 새롭게 시도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나가겠다"며 "능동적인 변화를 계속한다면 한차원 도약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은수 (curymero0311@bizwatch.co.kr)
김용민 (kym5380@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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