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이재명 "30조 긴급 민생계획…국가 비상경제회의 제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특단의 민생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총 30조 규모의 '긴급 민생 계획'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또 "경제라인을 포함해 내각을 대폭 쇄신해야 한다"며 "경제위기 극복에 있어 정부의 노력만으론 부족하다. '범국가 비상경제회의' 구성을 제안한다"고도 말했다.
이 대표는 또 "최소한의 삶을 보장하는 각자도생의 시대를 넘어 국가가 구성원들의 기본적인 삶을 책임지는 '기본사회'를 준비해야 한다"며 "민주당은 '기본사회 2050 비전'을 준비해 미래의 청사진을 분명하게 제시하겠다. 이를 위해 당내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대표 신년 기자회견문 전문
<국민의 오늘을 지키고 나라의 내일을 바꾸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입니다.
2023년 계묘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그러나 막연히 '희망'만을 앞세우기엔
국민의 삶이 너무도 힘겹습니다.
치솟은 물가와 은행 빚 걱정에
많은 국민께서 밤잠을 설치고 계십니다.
집을 팔아도 빚을 못 갚는 가구가 40만에 육박하는데
새해벽두부터 공공요금이 들썩이고 있습니다.
주요 경제지표들도 하나같이 어둡습니다.
무역적자가 사상 최악인 472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올해는 수출이 더 감소할 것이라 예측됩니다.
일자리 증가폭은 작년의 10분의 1토막 나고
성장률도 1%대로 추락할 전망입니다.
지난해 코스피 지수도
G20 국가 가운데 최악의 낙폭을 기록했습니다.
민생경제가 끝을 알 수 없는 시련의 터널로 접어든 것입니다.
더구나 이처럼 엄혹한 시기에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가파르게 높아지면서
경제에 더 큰 짐을 지우고 있습니다.
특히 안보 무능을 감추기 위한
대통령의 위험천만한 '말 폭탄'으로
국민 불안과 시장 혼란만 증폭됐습니다.
정말 이러다 무슨 일이 나는 것 아닌가 하는
국민의 우려가 매우 큽니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 안보 참사까지 더해지면서
'코리아 리스크'가 전면화 되고 있습니다.
국민의 삶이 생사의 기로에 놓였습니다.
■ 폭력적인 국정의 정상화
이러한 때일수록 정치가 제 자리로 돌아가야 합니다.
정치권 모두의 힘을 모아 민생을 살리고
나라의 미래를 개척하는데 집중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국정을 정상화시켜야 합니다.
야당말살 책동 또한 중단하기 바랍니다.
그 동안 정부는 말로는 '협치'를 내세우면서
권력기관을 동원한 야당파괴, 정적 죽이기에 골몰했습니다.
'이중 플레이'로 국민을 기만해 온 것입니다.
집권 이후 8개월이 넘도록 야당 대표와 대화하지 않은
유일한 정부라는 지탄까지 받고 있습니다.
국민과 야당을 대화상대로 인정하지 않는 이상
국정 난맥과 위기는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소위 '3대 개혁'도
검찰의 영장집행처럼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이다가는
거센 저항만 야기하게 될 것입니다.
"분열과 분노의 정치를 끝내겠습니다."
"국민통합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겠습니다."
대통령이 다짐했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저는 이미 여러 차례 대통령과의 회담을 제안했습니다.
그 제안은 지금도 유효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일방통행 국정'을 중단하고
실종된 정치의 복원에 협력해줄 것을 거듭 촉구합니다.
■ 국정기조의 전면 전환 촉구
국민 여러분,
경제위기는 낮은 곳에 더 깊은 상처를 남깁니다.
위기의 파고가 높아지는 지금
국가는 사회적 약자와 서민을 두텁게 보호하고
공정한 고통 분담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나 정부 대책은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초대기업.초부자에 대한 특권감세와
다주택자들의 '부동산 쇼핑' 조장에만 골몰 중입니다.
기후위기와 경제산업 재편에 대비하기 위한
재생에너지 확대, RE100 기반 강화 또한 뒷전입니다.
양극화와 불평등을 악화시키고
우리사회의 미래를 좀먹는
잘못된 처방이고, 자충수입니다.
지금 즉시 국정 기조를 전면 전환해야 합니다.
■ 민생경제 위기 돌파를 위한 <3대 해법>
첫째, 특단의 민생 대책을 추진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총 30조 규모의 '긴급 민생 계획'을 제안합니다.
①우선, 전월세 보증금 이자 지원이 필요합니다.
현재 유주택자를 대상으로
높아진 변동금리를 낮은 고정금리로 바꿔주는
안심전환대출이 시행 중입니다.
사정이 어려운 무주택 전월세 임차인의 임대차 보증금
대출이자를 낮춰주는 과감한 대책도 시급합니다.
②대부업과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저신용 서민들이
제도권에서 개인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의 보증과 지원이 대폭 확대되어야 합니다.
코로나 위기 이후 폭증한 부채 문제의 해결에도 나서야 합니다.
③정부 재원과 금융기관의 금리 인하를 통한 '이자감면 프로그램',
④인건비, 임대료 등의 고정비 부담을 덜기 위한 '고정비 상환 감면',
⑤대출 일부를 초저금리로 전환하는 '한계차주 대환대출 지원' 등의
'가계 부채 3대 대책'을 추진해야 합니다.
물가 폭등에 따른 서민 고통을 완화하기 위해,
⑥물가지원금을 소득분위별로 차등지원하는
이른바 '핀셋 물가지원금'도 필요합니다.
⑦민생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되는
'지역화폐 예산의 증액 및 항구화' 역시 추진해야 합니다.
고금리와 경기침체로 인한 부동산 혼란, 주거 불안도 해소해야 합니다.
⑧부실 위험 주택 및 미분양 주택을 공공이 매입해 임대로 전환하는
'공공 주택매입 후 임대전환'의 확대,
⑨부동산 PF 연쇄부도를 막기 위한 '배드뱅크 설립'을 서둘러야 합니다.
둘째, 경제라인을 포함해 내각을 대폭 쇄신해야 합니다.
현재 경제당국은 상황인식과 위기 대처 능력에서
국민과 시장의 신뢰를 상실했습니다.
'김진태 사태'를 수수방관해
자본시장을 붕괴 직전까지 몰아간 것만으로도
교체 사유가 이미 차고 넘칩니다.
진영과 관계없이
능력과 경륜이 검증된 경제팀을 구성해야 합니다.
'참사 내각'이란 지탄을 받고 있는
총리와 각 부처 인사들도 개편해야 할 것입니다.
셋째, 경제 위기 극복에 있어 정부의 노력만으론 부족합니다.
국회와 정부, 기업, 노동계 등이 참여하는
'범국가 비상경제회의' 구성을 제안합니다.
민주당은 국회 다수당으로서
경제 위기 상황에 실시간으로 대응하기 위해
당내에 '경제안보센터(ESC)'를 설치하겠습니다.
■ 2023년, 기본사회로의 대전환 시작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지금 우리는 기후위기, 디지털 혁명, 인구위기 같은
문명사적 대전환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어떠한 선택을 하느냐에
국민의 삶과 국가의 미래가 좌우될 것입니다.
최소한의 삶을 보장하는 각자도생의 시대를 넘어
국가가 구성원들의 기본적인 삶을 책임지는
'기본사회'를 준비해야 합니다.
민주당은 '기본사회 2050 비전'을 준비해
우리 미래의 청사진을 분명하게 제시하겠습니다.
이를 준비하기 위해 당내에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습니다.
'기본소득'의 완성을 향해 단계적으로 나아가겠습니다.
우리는 이미 부분적으로 기본소득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만 8세까지 지급되는 월 10만 원의 아동수당,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월 100만 원의 부모급여 모두
보편적인 아동기본소득입니다.
이런 사업들을 서서히 확대해나가면
전 국민 보편적 기본소득 실현도 가능할 것입니다.
그 첫걸음으로 기초연금부터
노인기본소득으로 전환하는 노력을 서둘러야 합니다.
기초연금 부부감액 폐지,
현재 70%인 지급 대상을 전체 어르신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순차적으로 추진하겠습니다.
재생에너지 기반의 에너지 연금도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합니다.
'기본 주거'로 주거 불안 시대를 끝내야 합니다.
정부가 최근 다주택자들의 주택 매집과 투기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을 다시 도박판으로 만들고
경제 양극화, 자산 양극화를 확대할 악수 중의 악수입니다.
전체 가구의 85%인 무주택자와 1주택자에게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민주당은 무주택자가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하고
1주택자는 큰 부담 없이 '갈아타기'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주거 정책을 수립하겠습니다.
임대지원 강화 등을 통해
주거환경의 질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합니다.
취약 계층뿐만 아니라
국민 누구나 내 집 마련을 할 때까지
저렴한 임대료로 고품질의 주택에서
장기간 거주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기본 주거 사회를 위해서는
일자리, 교육, 문화, 교통 인프라가 생활권 단위로
균형 있게 발전해야 합니다.
자연과 호흡하고, 이웃과 공동체를 이루며
행복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기본 주거 사회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기본 금융'으로 보편적인 '금융 기본권'을 보장하겠습니다.
수많은 금융 약자들이
살인적 고금리의 대부업체와
불법 사채시장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돈이 더 필요한 사람일수록
은행 이용이 어려운 이 모순을 방치하면
금융의 불평등과 불공정은 더욱 심화되고
경제 활성화 또한 어려워지게 됩니다.
민주당은 금융 양극화 완화를 위한 마중물로
'전 국민 기본 금융권 보장'을 추진하겠습니다.
이 밖에도
여가, 교육, 의료, 교통, 통신과 같은 기본서비스를
단계적.순차적으로 도입하면서
기본사회의 지평을 차근차근 넓혀가겠습니다.
■ 국민의 뜻을 받드는 개헌, 정치개혁 시급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모든 개혁의 출발과 종착지는 결국 정치입니다.
올해로 '87년 헌법체제'가 36년째를 맞습니다.
이제 시대가 달라졌고 국민은 변화를 요구합니다.
이미 수명을 다한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바꿔
책임 정치의 실현과 국정의 연속성을 높여야 합니다.
대통령 결선투표제 도입으로
연합정치와 정책연대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일도 필요합니다.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와 감사원 국회 이관 등
제왕적 대통령제 극복을 위한 조치 또한 필요합니다.
생명권, 환경권 등 국민 기본권과 자치분권 강화,
국민 발안, 국민 소환 등의 직접민주주의 확대,
5.18민주화 운동 헌법 전문 수록 같은 사안들도
이제 행동으로 옮길 때가 됐습니다.
표의 등가성 보장과 지역주의 타파를 위한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편 역시 개헌만큼이나 중요한 과제입니다.
물론 개헌은 어려운 일입니다.
그 필요성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여야의 입장차이로 개헌은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다행히 올해는 선거가 없습니다.
개헌을 논의하기에 적기입니다.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구성을 거듭 제안 드립니다.
충분한 숙의를 통해 개헌안을 도출하고
내년 총선에서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합시다.
민주당은 올해 3월을 목표로 자체 개헌안을 제출하겠습니다.
국민의 의사가 가장 잘 대변되는 정치제도 개혁에도
여야가 함께 지혜를 모아가길 바랍니다.
■ 국민의 삶을 지키는 정치 복원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정치는 국민의 삶을 더 낫게 만들고
국가의 더 나은 미래를 개척할 때만 존재 이유가 있습니다.
나라 안팎이 매우 어려운 이 시기
처음 국민에게 부름을 받았을 때의 초심을
다시 한 번 되새겨봅니다.
국민과 역사를 믿고 어떤 불의에도 당당하게 맞서겠습니다.
정치다운 정치를 펼치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정현 기자 goroni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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