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행사’ 이보영만 있나? 조성하 사내정치 9단 두 얼굴
[뉴스엔 박아름 기자]
이보영만 있는게 아니었다.
JTBC 토일드라마 ‘대행사’(연출 이창민/극본 송수한) 고아인 역을 맡은 배우 이보영의 독한 연기 변신은 통쾌함을 넘어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여기에 고아인과 최창수, 두 ‘상무’의 엎치락뒤치락 치열한 수 싸움은 팽팽한 긴장감을 선사했다. 특히 전략적으로 생각하고 미친X처럼 행동하는 고아인과 차근차근 한 단계씩 빌드업하며 치밀하게 작전을 세우는 최창수의 전략 싸움은 예측이 불가능한 백미 중 백미였다. 최창수 역 조성하는 젠틀한 미소 속에 어떤 계략을 품고 있는지 모르겠는 사내 정치 9단 두 얼굴의 연기로 “역시는 역시다”는 감탄과 함께 이보영과는 또 다른 전율을 일으켰다.
# 쥐도 새도 모르게 판 설계
고아인은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상대방의 약점을 파악하고, 계획까지 예상해 역으로 이용하는 파격적인 전략을 펼쳤다. 어릴 때 고모집에서 눈칫밥 먹고 자라 눈치가 빠른 덕분이었다. 고아인은 최창수의 제안으로 입사동기 권우철(김대곤 분) CD와 임원 자리를 내걸고 사내에서 가장 예산이 큰 통신사 광고 내부 비딩을 하게 됐다. 실력은 형편없지만 그동안 학연으로 ‘최창수 라인’을 타면서 예산은 크지만 따 놓은 당상의 쉬운 광고들만 담당했던 권CD는 고아인 팀 회의실에서 몰래 아이디어를 훔쳤다. 그리고 결전의 날, 고아인 팀보다 먼저 PT 순서를 선점하며 승리를 확신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그녀의 전략이었다. 일부러 ‘버린 카피’를 붙여 놓았던 것. PT 순서를 내준 것도 마찬가지 이유였다. 최창수가 권CD의 손을 들어주기 위해 승부 조작을 할 수 없게 확실히 다른 아이디어로 승부수를 띄우며 실력으로 당당하게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런데 여기에 스릴러보다 더 소름 돋는 반전이 있었다. 고아인의 승리 또한 최창수가 세운 치밀한 전략의 일부였기 때문이다. VC그룹 강회장(송영창 분)은 막내 딸 강한나(손나은 분)를 VC기획 임원 자리에 앉히기 위해 명분 좋은 ‘레드카펫’이 필요했고, 비서실장 김태완(정승길 분)을 통해 이 사실을 알게 된 최창수가 “언론에서 좋아할 만한 그룹의 얼굴이 될 사람”으로 고아인을 낙점했던 것. 이는 ‘최창수 라인’ 권CD는 물론, ‘뒷방 늙은이’ 취급 받는 VC기획 대표 조문호(박지일 분)조차 몰랐던 고요한 물 밑 전략이었다.
# 윗사람에겐 확실히 굽힌다
이처럼 최창수가 쥐도 새도 몰랐던 판을 설계했던 이유는 차기 VC기획 대표 자리를 노리기 때문이었다. 대한민국에서 최고라는 한국대 경제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한 엘리트로 VC기획에 공채로 입사해 단 한 번의 실패없이 탄탄대로를 걸어온 그는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가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건 ‘라인’이라고 생각했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그에게 이번 인사는 강회장의 눈에 들기 위한 절호의 찬스였던 셈이다.
최창수의 예상은 적중했다. 고아인의 상무 인사 발령 후, 강회장은 자신의 집무실로 그를 불러들여 “이번에 고생 많았다. 일 솜씨가 야무진 게 큰 일 맡겨도 괜찮겠다”며 치하했다. VC기획의 차기 대표자리를 암시하는 강회장의 발언에 최창수가 쾌재를 부른 순간이었다. 더불어 “우리 한나 출근하면 많이 좀 도와달라”는 강회장의 부탁은 하늘에서 내려 온 굵은 동아줄이었다. 그런 강회장에게 최창수는 머리가 땅에 닿을 정도로 허리를 굽혀 충성을 맹세했다.
# 이보영 vs 조성하 흥미로운 사내 전쟁
그러나 최창수가 VC기획 대표 자리에 쉽게 오를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쓰고 버리기 좋은 카드로 생각했던 고아인이 살아남기 위해 더 높은 곳을 바라보기 시작했기 때문. 쓰디쓴 패배를 경험하고 더욱 독하고 악랄해지겠다고 마음 먹은 고아인은 가장 먼저 최창수가 그녀에게 내어준 제작본부장의 권한으로 인사권을 발동해 권CD를 비롯한 최창수 라인들을 팀장에서 팀원으로 강등시켰다. 뒤통수 제대로 맞았던 고아인의 통쾌한 반격이자, 본격적인 사내 전쟁 선포였다. 여기에 VC기획 SNS본부장으로 강한나의 등장이 예고되면서 상황은 점점 더 흥미진진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파격적인 전략가 고아인과 능구렁이 전략가 최창수 모두에게 그녀는 훌륭한 카드이기 때문이다. 최창수가 사내에서 능력보다 더 중요시하는 자신의 라인이 임시로 상무 자리에 앉혀 놓은 고아인에게 모두 숙청되는 상황에 어떻게 대응할지 역시 흥미롭게 지켜봐야할 포인트다. (사진=JTBC ‘대행사’ 방송화면 캡처)
뉴스엔 박아름 ja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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