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추운 겨울'이 위험? 온도·계절보다 '이것'이 더 큰 원인

정심교 기자 2023. 1. 12.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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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날씨가 추워지면 뇌졸중이 생길까 두려워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의학계에선 뇌졸중과 같은 혈관질환은 추위 즉, 낮은 온도 그 자체보다는 큰 일교차가 뇌경색 발병에 더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가설이 더 유력하다고 본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신경과 최혜연 교수에게서 온도와 뇌졸중의 관계에 대해 알아본다.

최혜연 신경과 교수는 추위 같은 '낮은 온도' 자체보다 일교차 같은 '온도의 급격한 변화'가 뇌경색 발병에 더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강동경희대병원
일교차 클수록 급성 뇌졸중 위험 커져
뇌졸중은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히거나(뇌경색), 뇌로 가는 혈관이 터지면서 출혈이 발생(뇌출혈)하는 질환이다. 우리나라에서 단일질환으로는 사망률 1위를 기록하는 무서운 질병이다. 뇌졸중은 치료 시기를 놓치면 사망에 이를 수 있을 뿐 아니라 신체 마비, 의식 장애 등 치명적인 후유증을 남긴다. 환자뿐 아니라 그 가족마저 정신적·육체적·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하는 심각한 질환이다.

요즘처럼 날씨가 추워지면서 뇌졸중을 걱정하는 경우가 많다. 추운 날씨가 뇌졸중 발병 위험을 높인다고 생각해서다. 이론적으로는 온도가 낮으면 혈관이 수축하고 이에 따라 혈압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 또 극도로 낮은 온도에선 혈액이 좀 더 끈적해져서 혈전(피떡)이 발생하기 쉽다. 그렇다면 온도가 낮을 때 뇌졸중이 잘 생길까. 최혜연 교수는 "이와 관련한 연구가 국내외에서 다양하게 진행됐다"며 "지금까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온도나 계절보다는 일교차가 더 뇌경색 발병에 영향을 준다는 게 유력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7년 '뇌졸중 저널'(Journal of Stroke)에 실린 국내 논문에 따르면 일교차가 1도(℃ ) 증가할수록 급성 뇌졸중의 위험이 2.4% 증가했고, 65세 이상에서는 2.7% 증가했다. 그러나 계절별 뇌졸중 발생률은 사계절 모두 비슷했고, 출혈성 뇌졸중에서는 온도 차의 영향이 적었다. 2018년 뇌졸중 저널은 그간 발표된 다수의 연구결과를 소개했는데 '뇌졸중과 고온·저온의 관계는 일정하지 않아서 고온과 저온에서 모두 뇌졸중의 위험·사망률이 증가한다'라거나 '관계가 없다'고 결론을 내린 연구들도 있었다.

일교차가 뇌혈관질환 특히 뇌경색의 발병에 영향을 주는 이유가 뭔지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지만 여러 가설이 힘을 얻는다. 첫째, 갑작스러운 온도 변화가 혈류역학적 변화, 심혈관계 부담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가설이 일부 연구에서 제시된 바 있다. 특히 체내 항상성 유지 능력이 떨어지고 땀 분비 등 자율신경계 조절 능력이 감소한 노인에서 더 두드러진다고 한다. 둘째, 급격한 온도 변화가 면역능력 교란과 염증조절인자 분비를 촉진해 호흡기계 감염을 유도하는데, 감염은 급성 뇌졸중 발생과 관련 있으므로 이 또한 급격한 온도변화가 급성 뇌졸중 발병을 증가시키는 간접적인 원인이 될 것이라는 가설도 있다.

(서울=뉴스1) 김일환 디자이너 = 권순억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환자 상태는 악화돼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뇌졸중 환자를 빨리 식별해 치료받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빠른 처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뇌졸중은 발병 직후 3시간 안에는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환자 스스로 뇌졸중임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이 무엇인지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뇌졸중이 발생했다면 Δ갑자기 두통이 생기거나 Δ갑자기 어지럽고 자꾸 넘어지거나 Δ갑자기 세상 반쪽이 잘 안보이거나 Δ 갑자기 한쪽 팔과 다리가 저려올 수 있다. 또는 Δ 갑자기 말을 못하고 발음이 어눌해지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통제 불가능한 온도보다 조절할 수 있는 위험요인 줄여야
그렇다면 일상에서도 뇌경색 위험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추우면 창문도 열지 말고 운동도 하지 말고 실내에서만 있어야 할까. 옷을 두껍게 입고 모자와 목도리까지 갖추면 위험을 피할 수 있는 걸까. 최 교수는 "이에 대한 정답을 찾기는 쉽지 않지만 추워지면 실내에만 있고 움직이지 않는 것은 정답이 아니라는 것은 말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활동량이 적어지는 것도 뇌졸중의 위험이나 예후에 좋지 않기 때문이다. 온도 외에도 기압, 습도, 공기 오염 등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도 언론이나 학술적으로도 종종 다뤄지는 주제다. 최 교수는 "그러나 이런 요인은 사람이 특히 개인이 직접 조절하기는 불가능하므로 이에 대해 너무 과하게 생각하기보다는, 조절할 수 있는 위험요인에 집중하여 뇌졸중을 예방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뇌졸중 고위험군으로는 고혈압, 심장질환, 당뇨병 환자를 꼽을 수 있다. 뇌졸중 환자의 60~70%가 고혈압을 앓고 있으며, 고혈압 환자의 뇌졸중 발병률은 일반인의 4~5배에 이른다. 당뇨병의 경우는 정상인의 2배가량 뇌졸중 발병위험이 더 높다. 또 뇌졸중의 약 20%는 심장질환으로 인해 유발된다. 이 밖에도 나이, 가족력, 흡연, 이전 뇌졸중 병력, 비만, 스트레스 등도 영향을 준다.

이러한 뇌졸중 발병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다면 평소 꾸준한 운동과 식습관 관리, 적절한 치료로 뇌졸중을 예방에 힘써야 한다. 일상생활에서 술·담배를 멀리하고 과로를 피하면서 적당한 운동을 지속해야 한다. 고혈압·당뇨병·비만 등을 예방하기 위해 당분·소금 섭취를 줄이고 동물성 지방 섭취를 억제하면서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 뇌졸중 예방에 도움될 수 있다.

Tip. 뇌졸중 예방 관리를 위한 9대 생활수칙(자료: 대한신경과학회)

1 담배는 반드시 끊기
2 술은 금주하거나 마시더라도 한두 잔 이하로 줄이기
3 음식은 싱겁게 골고루 먹고 채소와 생선을 충분히 섭취하기
4 가능한 한 매일 30분 이상 적절한 운동하기
5 적정 체중과 허리둘레 유지하기
6 스트레스 줄이고 즐거운 마음으로 생활하기
7 정기적으로 혈압·혈당·콜레스테롤 측정하기
8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이상지질혈증) 꾸준히 치료받기
9 뇌졸중·심근경색 응급 증상을 숙지하고 발생 즉시 병원 가기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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