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꿈꾼' 농심 백산수, 십년째 500억서 정체의 '늪'
"2025년 1조" 목표했지만 수년째 매출 정체
2천억 투자한 생산라인, 가동은 3분의 1만
농심이 '백산수'를 출시한 지 10년이 넘어가고 있다. 농심은 치열한 국내 생수 시장에서 백두산 물이라는 차별성을 내세워 생수 시장 2~3위권에 진입하는 성과를 냈다. 라면에 집중된 사업구조를 생수로 다각화하는 데도 성공했다.
하지만 2000억원을 넘게 투자한 백산수가 매출 500억원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은 기대 이하의 성적표다. '국내 생수 1위', '연간 매출 1조원' 등 출시 초기 내세웠던 공격적인 목표는 사실상 물 건너간 상황이다.
물 만난 생수 시장…연변농심도 깜짝실적
12일 업계에 따르면 백산수를 생산하는 농심의 자회사 '연변 농심 미네랄 워터 베버리지(YANBIAN NONGSHIM MINERAL WATER BEVERAGE, 이하 연변농심)'의 작년 1~3분기 매출은 553억원으로 일 년 전보다 44% 늘었다. 이 기간 순익은 45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급증했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생수 시장이 전반적으로 괜찮았다"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야외 활동이 늘면서 생수 소비가 다시 늘었고, 1인 가구가 늘면서 정수기보다는 생수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생수 시장은 전체적으로 성장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1위 삼다수를 생산·판매하는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는 지난해 삼다수 기업간거래(B2B) 매출이 3350억원으로 일년전보다 10% 늘 것으로 전망했다.
삼다수에 억눌린 백산수
지난해 백산수가 선방했지만 지난 10년간의 백산수 실적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정체'다. 농심이 백산수를 출시한 때는 2012년 12월. 사실상 출시 첫해 실적인 2013년 연변농심의 매출은 90억원이었다. 이후 2016년 488억원까지 성장하던 매출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400억~500억원대에 머물러 있다.
연변농심의 순이익 추이를 봐도 안정적으로 손익분기점(BEP)을 넘기지 못한 채 적자와 흑자를 오가고 있다. 출시 10년이 지나고 있지만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백산수의 성장이 정체된 것은 강력한 1위 삼다수의 벽에 가로막히면서다. 삼다수는 국내 생수 시장 점유율 40%대를 꾸준히 지키고 있는 압도적인 1위다. 농심 백산수와 함께 롯데칠성음료 아이시스, 해태htb 강원 평창수 등이 도전장을 내고 있지만 1위와 격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생수 시장에서 삼다수의 시장 지배력은 매우 강하다"며 "시장에 2위 브랜드들이 고만고만하게 포진돼 있지만, 드라마틱하게 치고 나가진 못한다"고 전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 같은 강력한 삼다수 브랜드를 만든 장본인이 농심이라는 점이다. 농심은 1998년부터 14년간 삼다수를 유통하며 국내 1위 브랜드로 만들었지만, 제주도개발공사와 법정 소송 끝에 2012년 삼다수에서 손을 뗐다.
케파 125만톤 늘렸다더니 생산은 20만톤 대
이 같은 백산수의 지난 10년의 성과는 농심이 기대했던 것과는 거리가 멀다. 농심은 2012년 백산수 출시때 "5년 안에 매출 2000억원으로 국내 1위 발돋움", 2015년 연변농심 공장 증설땐 "2017년 2700억원, 2025년 1조원"이라는 공격적인 목표치를 제시했다.
투자 성과도 나오지 않고 있다. 농심은 2015년 연변농심 공장의 생산 규모를 25만톤에서 125만톤으로 늘리는 데 창립이후 최대 투자 규모인 2000억원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연변농심의 올 1~3분기 생산 규모는 20만3000톤에 불과하다. 이 기간 생산능력 47만6000톤의 절반도 돌리지 못한 것이다. 2021년엔 연간 생산능력 65만톤 중 실제 생산량은 22만1000톤에 머물렀다. 공장 최대 생산량의 30~40%만 돌리고 있는 셈이다.
국내와 함께 중국 생수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투자였지만 중국에서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중국의 생수 시장은 저가 브랜드 위주라, 프리미엄 브랜드가 성장하기 위해선 경제성장이 동반돼야 한다"며 "신라면이 오랜 시간 걸려 중국에 안착한 것과 같이 백산수도 장기적인 목표를 두고 접근하고 있다"고 전했다.
안준형 (why@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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