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이하늬 끌고 박소담 밀고..한계 없는 새 얼굴 ②

[★리포트]

[스타뉴스 김나연 기자]

이 배우들의 한계는 어디일까. 뛰고, 구르고, 맞고, 때리고. 이하늬와 박소담의 또 다른 변신이다. 영화 '유령' 속 이하늬와 박소담은 흩어져도 살고, 뭉치면 빛난다.

'유령'은 1933년 경성, 조선총독부에 항일조직이 심어놓은 스파이 '유령'으로 의심받으며 외딴 호텔에 갇힌 용의자들이 의심을 뚫고 탈출하기 위해 벌이는 사투와 진짜 '유령'의 멈출 수 없는 작전을 그린 영화.

'유령' 속 인물들은 조선인과 일본인이라는 국적과 항일과 친일이라는 이분법에서 한발 더 나아가, 시대가 그어 놓은 한계를 뛰어넘는 각자의 이유와 뚜렷한 개성으로 의심과 견제, 대립과 연대, 반격을 오가며 캐릭터 앙상블의 진수를 선보인다.

이 작품의 중심을 잡는 것은 두 명의 여성 캐릭터다. 이하늬가 밀고 박소담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 그 이상을 해냈다. 먼저, '차경'(이하늬 분)은 조선 최고 재력가의 딸로, 총독부 통신과에서 암호문 기록 담당으로 일하며 남다른 행로에 궁금증을 자아내는 캐릭터다.

'유령'은 '차경'의 시선에서 흘러가는 작품이다. 그만큼 이하늬의 무게감이 작품의 무게감을 좌지우지하는 셈인데 이하늬는 작품의 중심에서 완벽하게 뿌리내리고, 여러 가지가 뻗어나간다. 뜨거운 내면에 차가운 겉모습. 벼랑 끝에서도 강인하게 나아가는 이하늬의 그동안 본 적 없는 얼굴로 놀라움을 안긴다.

여기에 박소담이 든든하게 힘을 보탠다. '유령'의 용의자로 의심돼 호텔로 끌려온 뒤에도 기죽지 않고 당한 만큼 반드시 되돌려주는 정무총감 직속 비서 '유리코'(박소담 분)는 조선인임에도 일본 권력의 최측근이 된 인물로 야생마 같은 에너지로 모두를 당황하게 한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거침없는 행동과 말투, 자신을 방해하는 이들에게는 "가만두지 않겠다" 엄포를 놓는다. 도발적이면서도, 단단하게 '유령'의 긴장감을 끌고 가는 박소담은 또 하나의 대표작을 만난 듯 보인다.

각각의 캐릭터만으로도 매력이 넘치는데, '차경'과 '유리코'가 모이면 그 시너지는 배가 된다. 특히 '유령'의 액션의 한 축을 책임지는 두 배우는 뛰고, 구르고 달린다. 몸과 몸이 맞붙는 맨몸 액션부터 총기 액션, 폭파까지 놀라운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빛나는 캐릭터가 빛나는 배우들을 만나 더욱 빛을 발하는 셈. 이하늬와 박소담은 '유령'으로 다시 한번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고, 이들의 새로운 얼굴이 반가울 따름이다.

김나연 기자 ny0119@mtstar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