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혁명 수준 경제 변화… 지금은 인도 증시에 투자할 때”
● IMF “2023년 인도 경제성장률 6.1%”
● 이동통신 가입자 4억4386만 명 릴라이언스지오
● 모바일 결제 시장 점유율 40% 페이티엠
인도의 위상을 보여주는 주요 지표 가운데 하나는 주가지수다. 2022년 11월 말 S&P BSE SENSEX 지수의 수익률은 7.7%로 주요 국가 가운데 가장 높았다. 2022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해 원자재 가격 상승효과를 톡톡히 본 자원 부국 브라질 다음이다. 다른 주요국들은 수익률이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신흥국 한계를 넘어선 성장성으로 바탕으로 인도는 2022년 경제성장률 6.8%를 기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23년 경제성장률은 6.1%다. 경제성장률이 3~4%대로 가라앉은 중국을 포함해 최근 많은 나라가 급격한 금리인상에 따른 경기침체로 골머리를 앓는다. 인도는 현재 이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IMF는 세계 경제성장률이 2022년 3.2%에서 2023년 2.7%로 하락할 것으로 예측하며 경기침체를 경고했다. 신흥국 경제성장률 평균치도 2022년과 2023년 각각 3.7%로 전망했다. 인도 경제성장률 수치는 이들 나라를 크게 웃돈다. 세계적으로 극심한 경기침체가 예고되는 상황에서 인도가 눈에 띌 수밖에 없다. 최근 해외 주식의 미래를 고민하는 투자자들이 인도에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정책 도입 6년 만에 10억 명 금융소외층 해소
인도는 브라질, 러시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함께 '브릭스(BRICS)'로 불리며 신흥경제국으로서 글로벌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시장의 기대와 달리 인도의 발전은 더뎠고, 투자자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만년 신흥국'으로 불리던 인도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다시 기회의 땅으로 떠오른 비결이 뭘까. 인도에 투자할 때 주목할 기업은 어느 곳일까. 이런 궁금증을 품고 김민수 CMK투자자문 대표를 만났다.김 대표는 한국에서 손꼽히는 인도 투자 전문가다. 런던정경대(LSE)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글로벌 증권사 메릴린치, 삼성증권 등에서 애널리스트로 10여 년간 일했다. 인도 핀테크 기업 밸런스히어로에서 IR(투자설명) 임원으로 재직하면서 글로벌 기관투자자뿐만 아니라 현지 투자자와 소통하면서 한국 투자자에게 베일에 가려져 있던 인도 경제 환경 변화와 인도 투자 현황을 두 눈으로 확인했다. 이후 책 '10억이 열린다'를 펴냈다. 글로벌 투자사 리포트에서조차 인도 투자와 관련해 잘못된 정보가 언급되는 걸 보고 국내 투자자에게 도움이 될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최근 신흥국 투자에 관심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인도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유럽, 중국 등 주요 국가가 경기침체 위기에 처했다는 말이 나오는 상황에서 인도가 눈에 띄는 실적을 보여주는 비결이 뭔가.
"한마디로 말하면 정책의 힘이다. 2014년 당시 인도의 고용률은 처참한 수준이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서비스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60%에 달했으나 고용률은 28%에 그쳤다. 상품 무역적자도 날로 커졌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제조업 진흥책을 성장의 발판으로 삼았다. 수입 관세 인상, 법인세율 인하, 생산량 연계 등 인센티브를 도입했다. 인도 소비시장을 공략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인도 현지에서 생산하지 않으면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애플, 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이 인도로 생산기지를 이전하기 시작했다. 2015년 인도 정부는 디지털 인디아 정책을 발표했다. 10억 명에 달하는 사회·금융소외층을 해소하고 내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마련된 방안이었다. 인도가 현금 사회에서 디지털금융 사회로 전환된 배경에는 이러한 정책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현금→디지털금융 전환
성과는 어떤가."소비 규모 확대를 통해 경제를 성장시켜야 하는 인도 정부로서는 오직 현금 거래만 가능한 금융소비층이 큰 걸림돌이다. 최근 가파르게 상승한 인터넷 보급률과 핀테크 산업의 본격적인 성장으로 이 같은 문제가 빠르게 해소되고 있다. 2016년 20% 중반 수준이던 인터넷 보급률은 2021년 60% 수준까지 높아졌다. 스마트폰 사용 인구도 2016년 2억5000명에서 2021년 5억 명을 넘어섰다. 이를 기반으로 성장한 인도 핀테크 기업은 인도 국민의 생활을 변화시키고 있다. 디지털 결제 규모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연평균 400%, 소매 결제 금액은 2015년부터 2021년 연평균 18% 성장했다. 디지털 인디아 정책을 발표한 지 6년 만에 디지털로 전환하는 데 성공해 금융소외층 문제를 해소한 것이다."
말하자면 인도는 현금 사회에서 전통적인 은행 시스템을 건너뛰고 디지털금융 사회로 빠르게 전환한 것인가.
"그렇다. 길거리 상점을 돌아다니면 많은 인도인이 현금이 아닌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결제하는 광경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나도 인도 회사 근무 당시 인도 최대 핀테크 앱인 페이티엠을 내려받아 직접 결제하곤 했다."
그는 인도 모바일 결제와 관련해 또 다른 통계 한 가지도 소개했다. 주(駐)인도 대한민국 대사관 자료를 보면 2020년 인도의 은행 간 통합 결제 인터페이스(UPI) 디지털 거래 건수는 최소 255억 건으로 중국 157억 건, 한국 60억 건을 크게 상회하며 세계 최대 기록을 세웠다. 2020년 12월에는 UPI P2M(개인이 상점에서 UPI로 결제하는 것) 거래 금액이 사상 처음으로 신용카드 및 직불카드 사용액을 초과했다. 이것이 인도의 사회·경제에 어떤 변화를 이끈 걸까. 질문을 던지자 김 대표가 눈빛을 반짝이며 입을 열었다.
14억 인구, 평균연령 28세
한국 투자자들은 어떻게 인도에 투자할 수 있나.
"인도는 1990년대 외국인 투자를 허용하기 시작했다.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라 한국 투자자의 직접투자가 쉽지 않았다. 앞으로는 국내 투자자의 직접투자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미래에셋증권이 전화 주문, 모바일 트레이딩 등 인도 주식 매매 서비스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외국인 직접투자가 어디로 향했는지 살펴보면 한국 투자자들이 인도의 어떤 산업과 기업에 주목할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2021년 FDI 총 투자액 817억2000만 달러 중 최소 210억 달러 이상이 디지털 및 통신산업으로 이동했다. 전기차, 자동차, 제약, 인프라, 서비스산업 등에도 각각 투자금이 몰렸다."
앞서 언급한 통신산업의 경우 관심을 가질 만한 기업을 꼽는다면.
"인도 최대 통신사인 릴라이언스지오다. 이 기업은 세계에서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많은 가입자를 확보한 이동통신망 사업자이며 모회사인 릴라이언스인더스트리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릴라이언스지오는 4G 모바일 브로드밴드 서비스를 2016년 9월 출시하고 2017년 3월까지 데이터 및 음성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했다. 이를 통해 출시 6개월 만에 1억 명의 가입자를 모았다. 릴라이언스지오의 4G 서비스 출시 후 6개월 만에 인도 월가 모바일 데이터 소비량은 10억 GB까지 증가했다. 이는 출시 이전 기록한 2억 GB 대비 약 5배 성장한 기록이다. 2021년 3월 기준 인도 모바일 데이터 소비량은 72억 GB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인도 이동통신 시장은 '빅3'로 재편됐는데, 그중 릴라이언스지오 가입자 수는 4억4386만 명으로 시장점유율 55%를 기록하고 있다. 릴라이언스지오는 2016년 9월 모바일 브로드밴드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1년 3개월, 유료 서비스를 시작한 지 2분기 만에 흑자를 달성했다."
"지금이 다시는 오지 않을 최적의 투자 기회"
핀테크 종목에서 눈여겨보면 좋을 기업은 뭔가."인도에는 10억 명에 달하는 금융소외층이 존재한다. 이들 대다수가 신용등급이 없다. 인도 경제성장의 발목을 붙잡고 있던 금융소외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도 핀테크 기업들이 다양한 비즈니스를 선보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페이티엠의 활약이 돋보인다. 이 회사는 온라인 결제와 전자상거래(페이티엠몰)를 운영하며 인도 모바일 결제 시장점유율 40%를 확보하고 있다. 특히 P2M 시장에서 성장이 두드러진다. 2021년 상반기 기준 인도 P2M 결제 시장에서 페이티엠이 차지하는 비중은 50%가량이다. 또 다른 전략 사업인 금융서비스도 눈에 띈다. 금융소외층을 대상으로 예금 및 직불카드 발급 서비스, 대출, 보험, 펀드 중개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고 있다. 이 사업의 매출은 고객 예금을 다른 금융기관에 예치할 때 발생하는 이자 차익과 금융상품 중개 수수료 등이다."
김 대표는 "인도가 성장성을 가진 미개척 국가라는 것은 다들 아는 데도 현재 인도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는 자세히 알지 못한다"며 "인도의 현재 경제 흐름을 공부하면 좋은 투자처를 발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조언을 남겼다.
"2019년 인도 근무 당시 펀딩 유치를 위해 핀테크 콘퍼런스에 참석한 적이 있다. 인도 핀테크 산업에서 일한다고 소개한 직후 일주일치 미팅 일정이 글로벌 투자기관으로 가득 찼다. 산업혁명 수준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인도가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투자처로 급부상한 지금이 다시는 오지 않을 최적의 투자 기회라고 생각한다."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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