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는 게 값' 동물병원 진료비 공개 의무화…떨떠름한 수의계?

김동희 기자 2023. 1. 12.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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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 동구 용전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 모(29) 씨는 지난해 동물병원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김 씨는 "경구약 처방일수도 같은데 진료비가 왜 다르게 책정된 지 모르겠다"며 "동물병원 '깜깜이 진료'에 피해를 보는 반려인이 한둘이 아니다"라고 호소했다.

이날 대전 서구 소재 한 동물병원에서 만난 A씨는 "천차만별이던 진료비 탓에 동물병원을 방문하기 부담스러웠다"며 "비용이 정확하게 공개되면서 반려인의 알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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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부터 항목별 진료비 게시·예상 진료비 고지 의무화
"병원 선택권 확대"…일각선 지나친 가격 경쟁 우려도
12일 대전시 서구 소재 한 동물병원에 진료비용이 게시돼 있다. 이달 5일부터 '수의사법 개정안'에 따라 2인 이상의 수의사가 있는 곳은 주요 진료항목 진료비를 의무적으로 게시해야 한다. 사진=김동희 기자


대전시 동구 용전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 모(29) 씨는 지난해 동물병원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강아지가 피부병에 걸려 진료를 받았는데 6만 원이 청구됐다. 다른 병원에 똑같은 검사를 진행했을 땐 3만 7500원이 적힌 영수증을 받았다. 김 씨는 "경구약 처방일수도 같은데 진료비가 왜 다르게 책정된 지 모르겠다"며 "동물병원 '깜깜이 진료'에 피해를 보는 반려인이 한둘이 아니다"라고 호소했다.

소위 '깜깜이 진료'로 숱한 지적을 받아온 동물병원 진료비가 2023년도부터 투명하게 공개된다. 수의사법 개정에 따라 진료비용이 의무적으로 게시된 지 일주일째. 대전지역 반려인들은 동물병원 선택권이 확대됐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정작 수의계의 반응은 떨떠름하기만 하다.

12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이달 5일부터 '수의사법 개정안'이 실시됐다.

개정안에 의하면 동물병원은 주요 진료항목 진료비를 의무적으로 게시해야 하며, 수술 등 중대진료의 예상 진료비를 보호자에게 사전 고지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시 시정 명령이 부과되고, 이행하지 않을 경우 1차 30만 원, 2차 60만 원, 3차 9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동물병원 진료비 의무 게시는 아직까지 2인 이상의 수의사가 있는 곳에만 적용되지만, 내년 1월 5일부터는 1인 이상 동물병원에도 확대될 예정이다.

이번 개정안은 동물병원 의료서비스에 대한 반려인들의 불만에 따른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최근 발표한 '2021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를 보면 반려동물 월평균 양육비용은 12만 3500원으로, 이 중 병원비는 4만 2500원으로 집계됐다. 반려동물 양육 시 동물병원 진료비 등으로 연간 51만 원이 지출되는 셈이다.

앞서 한국소비자연맹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82.9%의 소비자가 진료비가 부담이 된다고 답했다. 특히 '진료비 사전 미고지(16.8%)'가 가장 많았고, 이어 '병원 간 금액 차이(15.5%)', '진료비 과다 청구(14.4%)', '과잉진료 의심(14.2%)' 순이었다.

이날 대전 서구 소재 한 동물병원에서 만난 A씨는 "천차만별이던 진료비 탓에 동물병원을 방문하기 부담스러웠다"며 "비용이 정확하게 공개되면서 반려인의 알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수의계에서는 난색을 표했다. 같은 증상이라도 동물병원마다 검사 항목, 수술 방식 등이 상이해 진료비를 비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수의사 B씨는 "취지는 이해하나 시행이 성급한 것 같다. 지금도 진료항목 표준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며 "지나친 가격 경쟁을 유발해 소규모 동물병원이 생존을 위협받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농림축산식품부는 "전국 4900여 개 동물병원의 진료비를 조사해 올 6월까지 지역별 최저·평균·중간 진료비 등을 공개할 예정"이라며 "아울러 동물병원 간 진료비 편차를 완화하기 위해 내년까지 다빈도 100개 항목에 대한 표준화 작업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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