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파상과 만난 판소리·이혼한 피가로…기발한 상상력의 동시대 이야기

2023. 1. 12.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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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속물 근성, 전쟁 속에 피어나는 본능과 충동. 프랑스 작가 기 드 모파상의 소설이 판소리 안으로 들어왔다.

1800년대 서양의 소설과 우리의 전통소리가 시공을 초월해 만나 새로운 이야기 세상을 연다.

'판소리 쑛스토리- 모파상 편'의 각색부터 연출, 작창, 연기까지 맡은 박인혜는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예술가의 집에서 열린 간담회를 통해 "모파상의 단편소설 세 편을 한 무대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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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예술창작산실-올해의 신작’
기발한 상상력의 동시대 이야기
판소리ㆍ오페라부터 연극까지
‘판소리 쑛스토리-모파상 편’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인간의 속물 근성, 전쟁 속에 피어나는 본능과 충동…. 프랑스 작가 기 드 모파상의 소설이 판소리 안으로 들어왔다. 1800년대 서양의 소설과 우리의 전통소리가 시공을 초월해 만나 새로운 이야기 세상을 연다. ‘판소리 쑛스토리-모파상 편’이다.

‘판소리 쑛스토리- 모파상 편’의 각색부터 연출, 작창, 연기까지 맡은 박인혜는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예술가의 집에서 열린 간담회를 통해 “모파상의 단편소설 세 편을 한 무대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우수 신작 발굴 지원사업인 ‘공연예술창작산실-올해의 신작’으로 선정된 ‘판소리 쑛스토리-모파상 편’(27~29일, 대학로예술극장)은 ‘보석’, ‘콧수염’, ‘비곗덩어리’ 등의 단편소설을 판소리 1인극으로 만들었다.

박인혜 연출은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MBTI 등으로 인간을 유형화하고 있지만 모파상의 글을 읽다 보면 인간을 쉽게 유형화하고 재단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이 작품들을 통해 “모파상이 던진 인간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이 동시대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를 보여줄 계획이다.

작품은 판소리 다섯 바탕을 벗어나 장르와 소재의 확장을 시도한다. 박 연출은 “서양 소설 모파상의 단편과 판소리의 어우러짐을 보여줄 것”이라며 “움직임을 최소화하면서도 연출적인 효과를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인혜와 4명의 국악 연주자가 무대에서 모파상 소설에 담긴 인간의 다층적 모습을 소리로 펼쳐낸다.

오페라 ‘피가로의 이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올해의 신작’으로 선정된 작품엔 기발한 상상력으로 무장해 동시대의 이야기로 관객과 교감하는 작품이 많다. 시대를 관통한 과거의 이야기와 소재를 지금, 우리의 이야기로 치환했다.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을 2023년의 시선으로 비틀어 바라본 ‘피가로의 이혼’(2월 3~4일)이 대표적이다. 작품은 18세기 남녀 관계와 신분 사회 등을 풍자한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의 후일담이다. 21세기를 배경으로 위기의 40대 중년 부부가 된 피가로와 수잔나의 이야기로 관객과 만난다. 안지환 그랜드오페라단 예술감독은 “모차르트의 오페라가 수백 년 전 부부 관계를 다룬 작품이라면 ‘피가로의 이혼’은 오늘을 사는 부부의 여러 단면을 심층적으로 다룬 작품”이라고 말했다.

4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4인극 옴니버스 형식의 오페라다. 드라마와 감정선을 효과적으로 살리기 위해 전통적인 조성음악 뿐 아니라 대중음악을 연상시키는 화음들, 온음음계, 다양한 형태의 불협화음 등 여러 가지 작곡 기법을 활용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연극 ‘빵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연극 ‘빵야’(1월 31일~2월 26일, LG아트센터 서울)는 역사의 현장마다 함께한 낡은 장총 한 자루를 통해 한국 현대사를 그려낸 작품이다. 한물간 드라마 작가 나나가 일제 강점기 때 장총의 이야기를 드라마로 집필하는 과정이 무대에서 펼쳐진다. 주인공은 장총이다. 실제 총이 아닌 사람이 장총을 연기한다. 배우 하성광과 문태유가 이 역할을 맡았다.

고강민 엠비제트컴퍼니 대표는 “한 장의 사진을 보고 구상한 ‘빵야’는 역사의 비극적인 현장에 등장하는 장총이 가진 꿈을 그려낸다. 흥미로운 상상력이 투영된 작품이다”라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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