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시장 열기에 유통가, 자금 조달 파란불

정인지 기자 2023. 1. 12.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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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회사채 시장이 뜻밖에 강세를 보이면서 유통업계도 한숨 돌리고 있다. 유통업계는 신용등급이 높은 편이지만 e커머스 경쟁이 뛰어들면서 수익성은 낮아지고 부채비율은 높아진 상황이다. 회사채 시장이 유통기업들에게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유동성 우려는 덜었지만 재무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본업이 회복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마트, 수요 몰려 회사채 추가 발행...하이마트·신세계도 발행 예정
(서울=뉴스1) 권현진 기자 = 30일 서울 노원구 이마트 월계점을 찾은 고객들이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이마트는 올해의 마지막 날(12월 31일)과 내년 첫날(1월 1일)에 계란, 한우, 두부를 비롯한 요 먹거리와 물티슈, 치약 등 생필품을 최대 50%를 할인하는 'DAY1' 행사를 연다. 2022.12.3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마트(신용등급 AA)가 지난 4일 진행한 2000억원 규모의 공모채 수요 예측에는 1조1750억원이 몰렸다. 이마트는 모집금액을 3900억원으로 증액해 12일 회사채를 발행했다. 이마트는 조달 자금으로 올해 1~2월에 돌아오는 전자단기사채를 상환할 계획이었지만 규모를 늘리면서 4월 만기인 회사채 2000억원까지 갚을 수 있게 됐다.

롯데그룹도 지난 8일 롯데건설이 메리츠증권과 1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협약을 맺으면서 PF(프로젝트파이낸싱)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롯데물산, 롯데호텔 등 그룹 주요 계열사가 약 6000억원, 메리츠증권과 메리츠화재·캐피탈 등 메리츠금융그룹 계열사가 9000억원을 출자해 총 1조5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 이 자금으로 롯데건설의 부동산 PF 관련 채권을 매입하는 것이다.

협약 다음날 진행한 롯데제과(AA) 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에도 1조6550억원이 몰렸다. 롯데제과는 이 자금으로 2월, 4월에 돌아오는 회사채를 갚는다. 투자자 수요가 높아 발행 규모를 3000억원으로 두배로 확대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2020년에 발행한 회사채(1.5~1.9%) 대비 발행금리가 4~5%로 뛴 상황이지만 수요가 있을 때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외에도 롯데하이마트(AA-), 롯데렌탈(AA-), 호텔롯데(AA-) 등도 회사채 발행을 준비 중이다. 각각 1000억원, 3000억원, 2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신세계그룹에서도 신세계(AA), 신세계푸드(A)가 각각 1000억원, 500억원 규모로 발행을 예정하고 있다.

주요 유통기업들이 회사채 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로는 대체로 부채비율이 200% 미만으로 높지 않고 신용등급이 AA 이상으로 우량기업이기 때문이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량등급 기업은 재무적 여유를 충분히 갖고 있어 경기 사이클에 따른 단기적 실적 저하 정도는 펀더멘털(기초체력) 훼손 없이 흡수할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 경쟁에 부채비율 껑충...본업 수익성 회복이 관건
서울 송파구 잠실에 위치한 롯데마트 제타플렉스점 전경
유통업체들이 안심하기엔 이르다. 코로나19(COVID-19) 기간 동안 거액의 투자가 늘어나면서 현금 창출 능력이 중요해졌지만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소비 여력 축소, 저가 경쟁 등으로 사업 수익성이 낮아지고 있다.

이마트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까지만해도 부채비율이 106.7%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3분기 기준 145.8%로 상승했다. 2020년부터 이베이코리아 지분 인수(3조5000억원), 스타벅스코리아 지분 인수(4700억원), 더블유컨셉코리아(2650억원), SK와이번스 야구단 인수(1000억원) 등 굵직한 M&A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반면 e커머스 사업에서 적자가 지속되면서 이마트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연결 영업이익은 122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가 급감했다. 이마트가 올해 갚아야 할 회사채 잔액은 3205억원(4월 만기분 포함) 불과하지만 2년 내 상환해야 할 자금은 1조1788억에 달한다. 이마트는 그동안 마곡부지(8000억원), 가양점(7000억원), 본사·성수점(1조2200억원) 등 자산 매각을 통해 자금을 보충해왔다. 최근에는 부동산 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추가 자산 매각 가능성이 묘연한 상태다. 실제로 지난해 입찰을 진행한 중동점은 우선협상자인 디벨로퍼 알비디케이콘스(RBDK)가 계약금 외 잔금을 치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초 신용등급이 AA에서 AA-로 하향조정됐고, 자회사인 롯데하이마트도 지난해 말 신용등급 전망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됐다. 롯데하이마트는 우량등급의 마지노선인 AA-로 올해 등급이 한단계 하락하면 A+가 된다. 신용평가사들은 롯데쇼핑과 롯데하이마트에 대해 수익성이 약화되고 있고, 재무구조 개선 여력이 제한적이라고 지적한다. 롯데쇼핑의 2019~2021년 부채비율은 180~190% 수준으로 높은 상태다. 롯데하이마트는 오프라인 매장의 집객력이 약화되면서 지난해 3분기 기준 누적 영업손실 72억원을 기록했다. 민유성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올해는 온라인 사업 경쟁강도가 완화될 여지는 있지만 낮은 판매이익, 배송설비 등 고정비 부담은 여전해 영업이익 전환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구조적인 수익성 개선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인지 기자 inj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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