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송 ‘당신을 원해요’대표작…‘뉴에이지 음악’원조 프랑스 작곡가[이 남자의 클래식]

2023. 1. 12. 09: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아침 7시 18분에 일어나 12시 11분엔 점심 식사를 마친다. 오후 3시 12분부터 4시 7분까지는 음악적 영감에 몰입하고 10시 37분엔 취침에 든다. 단 화요일은 새벽 3시 14분에 기상할 것." 음악가는 규칙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며 이렇게 일과 계획표를 분 단위로까지 쪼개며 살았던 음악가가 있다.

바로 '침대는 가구가 아니다'라는 광고의 배경음악 '짐노페디'로 유명한, '뉴에이지 음악'의 원조이자 '미니멀리즘 음악'의 시초라 일컬어지는 프랑스 작곡가 에릭 사티(1866∼1925)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이 남자의 클래식 - 에릭 사티

하루를 분단위로 쪼개며 생활

여성화가 수잔 발라동과 사랑

동거하며 주옥같은 작품 발표

꿈같은 나날 6개월만에 이별

“아침 7시 18분에 일어나 12시 11분엔 점심 식사를 마친다. 오후 3시 12분부터 4시 7분까지는 음악적 영감에 몰입하고 10시 37분엔 취침에 든다. 단 화요일은 새벽 3시 14분에 기상할 것.” 음악가는 규칙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며 이렇게 일과 계획표를 분 단위로까지 쪼개며 살았던 음악가가 있다.

바로 ‘침대는 가구가 아니다’라는 광고의 배경음악 ‘짐노페디’로 유명한, ‘뉴에이지 음악’의 원조이자 ‘미니멀리즘 음악’의 시초라 일컬어지는 프랑스 작곡가 에릭 사티(1866∼1925)다. 그는 먹는 것에도 규칙을 뒀는데 달걀, 설탕, 삶은 닭고기, 코코넛, 쌀, 치즈처럼 흰색 음식이어야 했다. 또 평생을 똑같은 색과 모양의 손수건과 우산을 사용했으며 옷은 벨벳 슈트만을 고집했다. 그의 괴짜 기질은 ‘바싹 마른 태아’ ‘관료적 소나티네’ ‘개를 위한 엉성한 진짜 전주곡’ 같은 작품 제목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1866년 프랑스 노르망디 옹플뢰르에서 태어난 사티는 13세가 되던 1879년 파리 음악원에 입학한다. 그러나 우리가 기억하는 여느 작곡가들처럼 천부적인 재능으로 두각을 드러내지는 못했다. 오히려 음악원의 교수들에게 음악적 재능이 없다는 평을 받았고, 결국 제 발로 학교를 나오게 된다.

그러나 그가 스스로 자퇴한 이유는 재능 때문이 아니라 그의 반골 기질 때문이었다. 사티는 학교의 정형적이고 획일화된 교육이 못마땅했다. 또 당시 주류 음악에도 깊은 반감을 품고 있었는데, 당시 대표적인 주류 음악가인 클로드 아실 드뷔시의 음악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장엄하며 지나치게 모호하다고 비판했다.

스무 살이 되던 해인 1886년 그는 몽마르트르에 둥지를 틀고 당시 시인 장 콕토, 화가 파블로 피카소 같은 많은 예술가가 드나들던 카페 ‘검은 고양이’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며 독립된 예술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주류 음악에 대한 반발로 ‘가구 음악’(Musique d’ameublement), 말 그대로 집 한구석에 있는 듯 없는 듯 덩그러니 놓여있는 가구처럼, 일상을 방해받지 않는 음악을 만들면서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자신이 연주하던 카페에서 화가 툴루즈 로트레크와 춤을 추고 있는 한 여인을 발견하게 된다. 그녀는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그림 ‘부지발의 무도회’(1883)와 ‘우산’(1883)의 모델이자 화가이며 당시 파리 모든 예술가의 뮤즈였던 수잔 발라동이었다. 그는 첫눈에 반해 그녀와 하룻밤을 보냈고 청혼까지 하게 된다. 자유롭게 살기를 원했던 발라동은 비록 청혼은 거절했지만 동거에 들어갔고, 두 사람은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발라동은 사티의 모습을 화폭에 담아내며 예술적 열정을 키워갔고 사티는 그녀를 뮤즈 삼아 주옥같은 작품들을 써내려갔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나지 않아 사티에게 문제가 생겼다. 도무지 그녀 곁에 다가갈 수 없었다. 어느 날 사티는 문득 발라동에게서 자신의 어머니 모습을 발견하게 됐고, 더 이상 그녀와 육체적인 관계를 맺을 수 없게 된 것이었다.

두 사람은 점점 다투는 날이 많아졌고 발라동은 자살 소동에까지 이르게 된다. 그렇게 꿈같은 6개월이 지나고 발라동은 사티의 곁을 떠난다. 하지만 사티는 그녀를 맘속에 품으며 평생 사랑했고, 고독 속에 59세 나이로 세상을 뜨기까지 그 어떤 여인도 다시 사랑할 수 없었다.

■ 오늘의 추천곡 - 당신을 원해요(Je te veux)

사티가 발라동을 향한 자신의 뜨거운 사랑을 담아 작곡한 샹송(노래)으로 앙리 파코리가 쓴 선정적인 노랫말에 4분의 3박자 왈츠풍의 음악을 더해 완성했다.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사랑을 노래하는 가사에 우아하고 상냥한 멜로디가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작품으로 남성 보컬을 위해 작곡된 노래다. 하지만 후에 사티 본인이 피아노 독주용으로 편곡하여 발표했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 문화닷컴 | 네이버 뉴스 채널 구독 | 모바일 웹 | 슬기로운 문화생활 ]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