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유퀴즈' 김혜자, 61년 연기 진심·남편 향한 순애보
지난 11일 방송된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인생 드라마' 특집으로 꾸려졌다. 이날 '국민 엄마' 타이틀을 가진 김혜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김혜자는 "연기 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른다. 엄마 노릇도, 아내 노릇도 정말 빵점이었다. 식구들이 이해해 줘 연기를 잘할 수 있었는데 연기하며 배운 것들, 추구해 왔던 것들을 뭔가 쓰고 싶었다. 그렇게 나에 대한 정리를 하는 게 필요할 것 같아 최근 책을 썼다"라고 근황을 밝혔다.
22년 동안 해왔던 드라마 '전원일기'에 대한 이야기가 언급됐다. 김혜자는 "부모가 해야 할 역할, 자식의 도리 같은 게 작품 안에 다 있었다. 정말 교과서 같은 작품이었다. 연기하면서 속이 채워지는 느낌이었다"라고 회상했다. 30대 시절 시작한 '전원일기'는 50대가 되어서 막을 내리게 됐다.
봉준호 감독과는 영화 '마더'로 인연을 맺은 바 있다. 봉준호 감독이 김혜자를 섭외하기 위해 연극하는 곳뿐 아니라 집까지 따라다니며 '마더' 이야기를 했던 상황. 김혜자는 "봉준호 감독은 순진하게 생겼는데 천재다. 연기할 때도 날 많이 가르쳐줬다. 연기가 잘 안 돼 눈물이 나 울었는데 '우는 거 말고요'라고 요구하더라. 그럴 때 정말 꺼져버리고 싶다. 연기가 안 되니까"라고 고백했다. 고마움을 드러냈다. 어떠한 부인 캐릭터로 고착화가 될 수 있는데 '이걸 어떻게 벗어나나' 고민을 할 때 봉준호 감독이 '마더'를 하자고 했고 여태까지 안 했던 역할이라 너무 설렜다는 것.
봉준호 감독도 오랜 팬이었던 김혜자와의 작업에 행복했다고 털어놨다. "당시 지문에 '형언할 수 없는 표정'이라고 써놨는데 그걸 카메라 앞에서 표현해 내는 게 위대한 배우의 몫이 아닌가 생각한다. 저런 복잡 미묘한 표정을 해내는구나 감탄하며 봤던 기억이 난다"라고 전했다.
11살 연상의 남편을 떠올렸다. 너무나 좋은 사람이었다고 남편에 대해 운을 뗀 김혜자는 "암으로 투병하다 돌아가셨다. 남편이 죽을 때도 '어떡하냐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데' 그랬다. 그래서 '이제 나 다 할 줄 안다.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남편은 퇴근할 때 늘 내게 먹고 싶은 게 뭐냐고 물어보고 사 오곤 했다. 또 투정을 부리면 밤에 산책 나갔다 온다고 하고 사 왔다. 늘 나를 어린아이처럼 바라봤다. 남편을 천국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면 누나처럼 잘 대해주고 싶다"라는 바람을 내비쳤다.
아버지가 재무부 장관 출신이라 마당 대지가 900평인 사택에서 어린 시절부터 유복하게 자랐다는 김혜자. 솔직함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김혜자는 주인공이 아니면 안 한다, 다작을 하지 않는다'라는 설에 대해서도 인정했다. "지금은 작가들이 다 글을 잘 쓰지만 한참 때는 주인공 외 배역은 주인공만큼 잘 쓰지 않았다. 그럼 주인공을 해야 하지 않나. 그래서 주인공만 했다. 그리고 작품을 자주 할 수 없다. 온 힘을 다 쏟아 넣어 작품 하나 하고 나면 널브러질 수밖에 없다. 너무 힘을 써서 자주 못한다"라며 자신에 대해 솔직하고 싶다고 했다.
요즘 김혜자의 꿈은 자신의 여정을 잘 마치는 것. 연기에 대한 열정도 여전하지만 아무래도 대사를 외우는 게 예전 같지는 않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기억력이 없어지면 그만둬야 할 텐데 그 순간이 언제 올까"라는 고백으로 깊은 여운을 남겼다. 정답을 맞혀 탄 100만 원의 상금은 '유 퀴즈 온 더 블럭' 제작진의 간식값으로 내놨다. '국민 엄마'의 훈훈한 품격을 뽐냈다.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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