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파견 패소했지만… 한국GM "비정규직 대책 없다"
법원,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 선고
비정규직지회 “반성하고 대책 내놔야”
불법 파견은 한국GM의 고질적 병폐
한국GM “동의 못 할 부분 많아” 항소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일명 파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던 카허 카젬(53) 전 한국GM 사장이 1심 재판에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재판부는 지난 9일 열린 선고공판에서 이처럼 판결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한국GM 전ㆍ현직 공장장 등 임원 4명에게는 벌금 700만원을, 협력업체 대표 13명에게는 벌금 200만~5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또한 한국GM에는 벌금 3000만원을 부과했다.
카젬 전 사장 등 한국GM 전ㆍ현직 임원 5명은 2017년 9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인천 부평, 경남 창원, 전북 군산공장에서 24개 협력업체로부터 노동자 1719명을 불법 파견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들은 파견법상 파견이 금지된 자동차 차체 제작, 도장, 조립 등 '직접 생산공정' 업무를 맡았다. 이후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 비정규직지회가 2018년 1월 불법 파견을 주장하면서 한국GM을 고발했고, 검찰은 2020년 7월 피고인들을 불구속 기소했다.
그동안 피고인들은 파견에 고의성이 없었고, 이전에 관할 관청과 검찰 등으로부터 적법한 사내도급이라는 판단을 받았다는 점 등을 들어 불법 파견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반면 재판부는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근무시간ㆍ강도ㆍ속도가 한국GM이 매월 시장 상황에 따라 설정한 생산계획에 따라 정해졌다는 점 등을 들어 "노동자 파견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을 두고 한국GM 비정규직지회는 "카젬 전 사장에게 집행유예를 판결한 건 면죄부를 준 것과 다름없다"면서 "한국GM 측은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함께 부당하게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복직시켜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등 불법 파견 문제를 제대로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제는 한국GM이 반성과 사과, 비정규직 처우 개선, 재발 방지책 등을 논의하기보단 항소에만 매달린다는 점이다. 사실 한국GM의 불법 파견 관련 재판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한국GM은 2005년 이후 한국GM 비정규직지회와 총 12차례(대법원 종결 재판은 2건)의 불법 파견 관련 소송을 벌였다.
하지만 단 한번(2009년 닉 라일리 전 한국GM 사장 무죄판결)을 제외하곤 모두 패소했다. 그 한번의 재판 역시 2013년 대법원 재판에서 뒤집혔고, 닉 라일리 전 사장에게 7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한국GM의 불법 파견 문제는 고질적 병폐라는 얘기다.
한국GM 측 관계자는 "상당 부분 동의할 수 없는 내용들이 있어 판결에 유감을 표한다"면서 "항소를 검토하는 중"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비정규직 처우 관련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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