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 등판에도 역부족" 컬리, 상장 추진 잠정 중단…재도약 가능할까
지난 2021년 코스닥시장 '연내 상장'을 외치며 차질 없는 계획 추진에 나서겠다고 언급하던 김슬아 대표의 호언장담이 사실상 공염불에 그치게 된 것.
지난해 10월 철회설이 한 차례 불거졌을 때까지만 해도 컬리는 "사실 무근"이라며 상장 추진 계획에 변동 사항이 없다고 줄곧 밝혀 왔다. 그러나 악화된 대내외적 경제 상황과 투자환경 탓에 결국 상장 철회 수순을 밟은 것으로 보인다.
▶컬리 "기업가치 온전히 평가받는 최적 시점에 상장 재추진할 것"
지난 4일 컬리를 운영하는 마켓컬리는 예정된 상장 추진을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재추진 시점은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컬리 측은 발표자료를 통해 "글로벌 경제 상황 악화로 인한 투자 심리 위축을 고려해 상장을 연기하기로 했다"고 설명하며 "상장은 향후 기업가치를 온전히 평가 받을 수 있는 최적의 시점에 재추진할 예정으로, 재추진하는 시점이 오면 이를 성실히 안내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컬리는 지난해 3월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고, 5개월 만인 8월에 이를 통과한 바 있다.
그러나 예비심사 과정은 그다지 순탄하지 못했다.
이어지는 투자 유치로 5%대까지 하락한 김 대표의 지분율에 불안정한 매출 구조 등으로 적잖은 진통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컬리는 재무적 투자자(FI)들이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않고 의결권을 공동 행사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의무보유확약서를 거래소에 제출한 이후에야 비로소 예비심사를 통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속된 글로벌 경기 악화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상장을 잠정 연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관련 업계는 컬리의 또 다른 상장 추진 철회 이유로 투자시장 내 통용되는 컬리의 기업가치가 과거에 비해 급격히 낮아졌다는 점을 꼽는다.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 IPO) 유치 당시였던 지난 2021년 컬리의 기업가치는 4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업계에선 추정했다. 그러나 2022년 말 업계에서 바라보는 컬리의 기업가치는 1조원 수준이라는 의견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또 누적된 적자 역시 상장 추진의 다른 걸림돌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컬리의 매출액은 지난 2019년 4259억원, 2020년 9531억원, 2021년 1조5614억원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그러나 영업적자 역시 2018년 337억원에서 2019년 1013억원, 2020년 1163억원, 2021년 2177억원 등으로 지속 증가하는 추세다.
컬리 관계자는 "오는 2월 상장 완료를 위해 증권신고서를 내야 했었으나 현 시점에서는 제 값을 받기 어렵다는 판단에 상장 연기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줄지 않는 적자 구조에 경쟁력 약화까지…기업가치 회복·상장 재추진 가능할까
컬리 측은 섣부른 상장 재추진에는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관련 업계는 컬리의 상장 재추진 시점을 IPO 시장이 다시금 활기를 띤 이후로 보고 있다. 그러나 투자 시장 및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시장이 회복된다 해도, 현재와 같은 상태로 운영이 지속된다면 컬리의 상장 재추진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커머스 시장 내 가열되고 있는 경쟁구도는 물론, 개선되지 않는 적자 규모와 복잡한 지분 구조 등 문제들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를 해결하지 않은 채 상장 준비에 나설 경우 증권시장의 성공적인 입성은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먼저 전통 유통 강자들과의 배송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물류 인프라 확보가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컬리의 경우 전국 단위 권역을 커버할 만한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지난해 말 컬리는 창원과 평택 물류센터 건립을 추진하며 충청, 대구, 부산·울산 지역까지 영역 확대를 꾀했다. 투자된 비용은 63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물류센터 운영을 위한 시스템 구축 및 인력 채용 비용까지 감안할 경우 투자해야 할 액수는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컬리는 지난해 11월 백화점 내 뷰티 제품을 새벽배송으로 만나볼 수 있는 전문 플랫폼 '뷰티컬리'를 정식 오픈했다. 사업 전략을 수정해 매출 규모 확대에 나선 것. 블랙핑크 제니를 모델로 기용하는 파격적인 마케팅 전략도 단행했다.
컬리 관계자는 "그랜드 오픈 이후 예상보다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뷰티컬리가 새로운 카테고리 사업인 만큼, 시장에 잘 안착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더 많은 시간과 자금이 투입되어야 할 것이라 입을 모은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신선식품 새벽배송 전문 업체로 주목받은 컬리가 상장을 준비하며 다양한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지만, 이것이 컬리만의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되고 있는지는 미지수"라면서 "향후 시장의 기대 수준과 컬리의 실제 기업가치 간 간극을 줄이는 데 상당한 공을 들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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