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개정세법, 지속가능할까[김유찬의 실용재정](18)
윤석열 정부의 기획재정부가 제출한 2023년 예산안과 2022년 세법개정안이 지난해 12월 24일 새벽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야당인 민주당은, 특히 세법개정안의 주요 내용에 대해 보기 드물게 강하게 반대의견을 피력했으나 법정기한을 훨씬 넘긴 수정안에는 민주당이 반대하던 세법개정안의 내용 상당 부분이 담겼다. 통과된 세법개정안은 과연 우리 경제에 필요한 내용인가. 더 나은 대안은 없었나. 그리고 오래 유지될 수 있는 내용일까.
첨예하게 대립했던 법인세는 기재부가 법인세 최고세율은 25%에서 22%로 줄이기를 원했지만, 여야는 법인세 전체 과세표준구간의 4개 세율을 1%포인트씩 낮추는 법인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세율로 보면 마치 정부 원안의 내용이 3분의 1 정도로 축소돼 관철된 것처럼 보이겠지만 세수효과로 보면 다르다. 정부 원안의 2027년까지 법인세 감세효과는 기재부 추산 17조2000억원이지만 통과된 세법개정안의 감세효과는 같은 기간 13조7000억원으로 기재부의 원안은 80% 정도 관철됐다. 원안 수정을 통해 3000억원 이상의 과세표준을 가진 대기업에 집중될 수 있었던 감세 혜택을 전체 기업에 분산시킨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다만 법인세율 인하와 동시에 통과된 반도체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6%에서 8%로 올린 것의 효과를 같이 고려할 필요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세법개정안 통과 직후 세액공제율 상향조정의 목표를 대폭 높여 요구했다. 세액공제율 인상의 감세효과는 반도체 분야에 종사하는 대기업에 집중될 것이고 투자의 규모에 따라서 감세 규모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세액공제 확대와 추가 세율인하의 비합리성 세법개정안에 대한 공방이 지속되는 동안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법인세율 인하가 필요하다는 기재부의 주장과 세율인하가 기업의 투자증가를 유도하는 효과가 미약하기 때문에 필요 없다는 야당의 주장은 수없이 반복됐다. 그런데 세법개정안에는 법인세의 세율인하안과 동시에 반도체 투자에 대한 법인세 세액공제 인상안이 동시에 담겨 있다. 기업의 투자유도를 위해 세액공제 인상을 요구하면서 왜 추가적으로 세율인하가 필요하다는 것인지 그 논리의 취약성에 다시 한 번 놀라게 된다. 법인세율 인하는 기업의 투자 여부와 상관없는 세금 감면 제공이다. 세액공제 인상은 투자를 조건으로 세금을 감면하는 것이니 투자에 대한 효과 측면에서 세액공제 인상안이 압도적으로 우월하다.
기업의 투자 증가를 원한다면 기재부는 법인세 세율인하가 아니라 세액공제 인상을 반도체 분야에 국한하지 않고 전체 분야에 제공하라고 주장해야 맞다. 다음 연도에는 반도체 분야뿐 아니라 자동차나 배터리 분야에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인상도 필요하다고 주장할 것이다. 결국 세액공제와 법인세율 인하의 동시 제공은 법인 분야에 대한 지나친 감세로 이어져 국가재정을 어렵게 할 것이고, 꼭 필요한 정부지출을 옥죄는 효과를 가져온다. 비효율적이고 경제 전체에 부정적이며 지속가능하기 어려운 정책이다.
법인세와 함께 종합부동산세도 여야 간 논의의 중심에 있었다. 당초 다주택자 종부세 중과세율 폐지, 다주택자 9억원 그리고 1주택자 12억원으로의 기본공제액 상향, 종부세의 일반세율 0.5~2.7%로의 인하 등 정부안에 대해 여야는 과표 12억원 초과 3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종부세 중과제도는 유지하기로 했다. 기재부가 추계한 수정안의 감세효과는 2027년까지 향후 5년간 6조3000억원으로 기재부 원안보다 3조원 정도 감소했다.
윤석열 정부는 세법개정안을 제출하기 이전, 이미 100%에 도달해 그 한시적 역할을 종료한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시행령 개정을 통해 60%로 낮췄다. 여야 간의 합의된 종부세법 개정안과 공정시장가액비율 60%로의 하향조정 효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종부세 효과는 완전하게 형해화됐다. 1주택자와 2주택자의 경우 기준시가 12억원으로 기본공제액이 조정됐는데 여기에 공정시장가액비율 60%가 추가로 작용하면 시가로는 30억원 정도의 부동산을 소유하는 사람들에게도 종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종부세를 납부하던 이들 중에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하던 시가 18억원에서 30억원 정도의 가치를 가지던 부동산 보유자들이 과세대상에서 제외되면서 극히 소수의 납세자만 과세대상자로 남게 됐다.
부동산 쏠림 현상으로 인한 금융 리스크가 국가 전체의 경제위기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문제다. 가계부채를 통해 금융위기로 악화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원이 부가가치 창출효과가 낮은 부동산 분야에 묶이게 돼 국가의 장기 성장을 저해하게 된다. 종부세는 금융위기 발생의 사회적 비용을 개인들의 부동산 보유 행태에 반영하도록 하는 기제이며 현재의 한국 경제 상황은 그 필요성을 다른 어떤 시기보다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종부세가 최소한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이미 주어진 기능을 완료한 공정시장가액비율의 폐지가 수준이다. 국회는 정부가 나서지 않더라도 앞장서야 한다.
개정세법, 직면한 경제위기 해결 어려워 금융투자소득세도 정부가 원하는 대로 2년 유예됐다. 증권거래세는 단계적으로 인하되며 5000만원 이상 국내 상장주식의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는 2025년부터 실행된다. 기재부가 바라던 대주주 기준 100억원으로의 상향조정은 민주당의 반대로 무산돼 종목당 10억원의 기준이 유지됐다. 하지만 가족의 지분을 합산하지 않고 개인별로 판정하도록 해 고액자산가들에게 유리하도록 개정됐다. 상속세법의 개정도 자산가들에게 유리하도록 가업상속공제의 한도를 확대했다. 소득세법도 결과적으로 소득 상위계층에게 감면 혜택이 더 크게 나타나도록 개정됐다.
국회 수정을 통해 확정된 세법개정안의 전체적 내용이 한국이 직면한 경제상황에 적절한 것인가. 한국은 다층적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커지는 소득과 자산의 격차로 인한 양극화 문제, 인플레이션 및 에너지 위기에 직면한 소득 하위계층 및 소상공인의 위기는 필요계층을 정확하게 겨냥한 지원책을 필요로 한다. 기후위기는 기후재앙을 통해 우리의 생존을 어렵게 하며 에너지위기의 근원이다. 기업들에는 통상압력으로도 작용할 것이다. 에너지전환은 결국 정부의 선제적 투자를 요구한다. 정부 역할이 더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작은 정부론과 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하리라는 실용적이지 못한, 이념에 치중된 정책이 채택되고 있다. 시장과 정부는 각각 고유의 역할이 있다. 양자의 기능은 국가경제 전체에 보완적으로 작용하는 관계다. 국회를 통과한 세법개정안은 지속가능하지 못하다. 한국 경제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김유찬 홍익대 교수·포용재정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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