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것은 없다, 기간테스[박희숙의 명화로 보는 신화](26)

2023. 1. 12.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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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기업, 국가는 이익에 따라 변한다. 어제의 적이 동지가 되고 동지가 적이 된다. 이념이 지배하던 세상은 사라진 지 오래고, 오로지 이익을 우선시한다.

‘기간토마키아, 기간테스의 전쟁’ (1526~1534년, 프레스코화, 팔라초 델 테 만토바, 이탈리아)



그럼에도 여전히 꿈을 꾸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만든 세상이 아름다울 것이라는 환상 속에 살면서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시도한다. 이익을 추구하는 현대 사회와 대치되는 행동이다.

그리스로마신화에서 힘을 믿고 신들에게 도전했지만 결국 신들의 계략에 의해 죽임을 당한 거인이 기간테스다.

기간테스는 대지의 여신 가이아의 자식들로 거대한 체구에 엄청난 힘을 가진 거인족이다. 그들은 신들처럼 영원불멸의 존재는 아니었다. 기간테스의 몸통은 거인이었지만 다리는 뱀처럼 가늘었다. 죽이려고 하면 몸집이 엄청나게 커져 쉽사리 죽일 수가 없었다.

신들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기간테스는 어머니 가이아의 말을 듣고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올림포스 신들을 공격했다. 끊임없이 신들과 격렬히 싸우면서 기간토마키아(기간테스와 올림포스 신들과의 전쟁)가 시작됐다.

번개로 무장한 제우스, 포세이돈, 승리의 여신 니케가 함께했지만 기간테스를 이길 수 없었다. 그때 신들에게 신탁이 내려졌다. 기간테스는 신들에 의해 절대로 죽지 않으므로 그를 이기려면 인간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가이아는 신탁을 듣고 기간테스가 영원히 살 수 있는 약초를 찾아 나섰다. 제우스는 가이아의 약초 발견을 막기 위해 태양의 신, 새벽의 신, 달의 신에게 세상을 비추지 말라고 명령했다. 그리고는 약초를 먼저 캤다. 결국 제우스는 신탁에 따라 아테나를 보내 인간 헤라클레스를 불러오게 한다. 헤라클레스는 기간테스의 우두머리인 알키오네우스를 화살로 죽였다. 그러나 기간테스를 완벽하게 처치하려면 헤라클레스를 하늘로 올려보내야 했다. 기간테스는 땅에서는 절대 죽지 않는 불사신이었기 때문이다.

기간테스와 올림포스 신들과의 전쟁을 그린 작품이 줄리아 로마노(1499~1546)의 ‘기간토마키아, 기간테스의 전쟁’이다.

화면 중앙 구름 위에 있는 사람이 헤라클레스다. 헤라클레스가 화살을 들고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 구름에 걸터앉은 그의 자세는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적극적으로 싸우고 있음을 나타낸다. 상단의 구름이 어두운 건, 신들이 기간테스를 이기지 못했음을 암시한다.

줄리아 로마노의 이 작품에서 하단 기간테스는 영웅 헤라클레스의 화살을 맞고 차례차례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 기간테스가 기둥을 잡고 있지만, 돌덩이가 하나둘씩 무너지고 있다. 기간테스가 전쟁에서 패하고 있음을 뜻한다.

영원한 건 없다. 누군가에게 항상 지게 돼 있다. 지나간 것에 미련을 두면 둘수록 추락의 속도가 배가된다.

박희숙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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