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행 결심한 '22살 풀백'의 꿈…"파리 올림픽 뛰고 싶습니다"
[스포티비뉴스=상암동, 박대현 기자 / 이충훈 영상 기자] "4부리그지만 템포가 정말 빠르고 기술적으로도 뛰어난 선수가 즐비하다."
울산 현대 유스 출신인 공은수(22)는 지난해 7월 독일 4부리그 로코모티브 라이프치히에 입단했다. 실전 형태로 치른 테스트에 합격해 유럽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열일곱 살에 맞은 유스 방출 아픔을 성장통으로 승화 중이다.
공은수는 울산 유스, 일본 고교축구를 거쳐 TNT FC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그렇게 모인 땀방울이 그의 발을 유럽으로 인도했다. 독일에서 청운의 꿈을 이어 간다.
"(방출 통보날) 처음엔 아무 느낌이 없었다. 그냥 어려서, 아직은 프로에 갈 때가 아닌가 보다 싶었다. 경험을 좀 더 쌓아야겠다 생각하며 자연스레 받아들였다."
공은수는 국내 유일 재기 전문 축구단인 TNT에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독일 진출의 공(功)을 돌렸다.
팀 훈련 루틴을 유지하면서 상위리그 팀과 연습경기를 풍부히 치렀다. TNT가 제공한 멘털 수업 역시 기량 발전에 큰 도움이 됐다.
"TNT 일원으로 (집단) 훈련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던 점이 참 좋았다. 아울러 상위리그 팀과 연습경기를 많이 경험한 것도 매우 큰 도움이 됐다. 축구 외적으론 멘털 수업이 인상적이었다. 해외에 나와서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동기부여를 유지하는 데 효과적이다."
공은수는 자신처럼 프로 입성이 무산된 축구계 선후배를 잊지 않았다. 신중한 위로를 건넸다.
"아직 나도 많이 부족하다. 무어라 말을 전할 입장은 아니다. 다만 (축구가 아닌) 다른 길을 찾으려는 분이 분명 계실 텐데 1년이면 1년, 2년이면 2년 정말 축구에만 몰두해 (한 번쯤은) 운동해보시면 어떨는지. 이 말만은 신중히 드려보고 싶다."
혹 자신처럼 독일에서 뛰는 길을 고려하는 동료들에게도 작은 팁을 건넸다. 공은수가 강조한 포인트는 언어였다. 독일어·영어 공부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며 완벽하진 않아도 외국어를 익힐 것을 권유했다.
"독일은 전술이든 클럽 적응이든 (소속팀과) 융화를 위해 독일어를 강조한다. 독일에 오기 전 독일어를 하나도 못해 초반에 애 좀 먹었다. 까칠한 시선도 꽤 받았다."
"그래도 조금씩 독일어를 공부하고 부족하게나마 말을 알아듣기 시작하면서 동료들이나 감독이 많이 좋아하는 걸 느꼈다. 적어도 1년 이상은 축구와 동일하게 언어 공부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못해도 부딪히려는 마인드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 만일 독일에 오고 싶어 하는 선수가 있다면 독일어는 어려울 수 있으니 영어라도 조금 준비하고 오면 어떨까 싶다. 자기도 편하겠지만 독일 축구에 적응하는 데 상당한 이익이 될 거라 생각한다."
언어 외에도 '사람'에 대한 중요성을 힘줘 말했다. 독일뿐 아니라 해외 어느 구단을 가더라도 해당 국가서 잔뼈가 굵은 에이전트를 선임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역설했다.
"독일에서 테스트를 보는 선수 중에 에이전트를 잘못 만나 돈은 돈대로 지불하고 제대로 된 테스트 한 번 못 받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경우를 적지 않게 봤다. (테스트 기회를 받더라도) 4부리그 이상 구단의 테스트는 못 보고 그보다 하부리그에 입단해 (유의미한) 경험을 쌓지 못한 케이스도 심심찮다. 그래서 독일을 포함해 해외에 나가는 친구들에게 꼭 하고 싶은 당부가 있다. 한 국가의 전반적인 상황을 꿰고 있는, 전문성을 지닌 에이전트를 만나는게 정말 중요하다."
공은수의 롤모델은 현역 시절 세계 최정상 풀백으로 군림한 필립 람(39, 독일)이다. 상대적으로 왜소한 신체조건(키 170cm)에도 독보적인 축구 지능과 적은 기복, 균형잡힌 공수 기량으로 2010년대 바이에른 뮌헨 황금기에 일조한 전설을 동경했다.
"포지션 이해도가 굉장히 높고 수비시 위치 선정이나 예측 수비, 라인 콘트롤 등 축구 센스가 탁월하다. 경기 전체를 읽으면서 조율하는 능력, 안정적인 리더십, 기복이 적은 점을 정말 닮고 싶다."
스스로 '풀백 공은수' 장단점을 꼽았다. 공수 활동량이 많고 끈덕진 대인마크를 자신의 강점으로 어필했다.
"수비할 때 독일 선수들은 지역방어보단 대인방어를 중시한다. 제껴지든 말든 자기가 맡은 선수라면 바로 가서 부딪히고 들이박는 수비가 많다. 선수끼리도 '제껴져도 뒤에 동료들이 또 수비를 할 것'이라며 무조건 덤비는 수비를 서로 권장한다."
약점으로는 피지컬을 꼽았다. 키 175cm 70kg의 공은수는 "독일에 오니 피지컬 열세가 더 확연하다. (확실히) 몸을 더 키워야 팀 내 입지나 더 높은 리그를 꿈꿀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선수로서 2024년 파리 올림픽,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을 꿈꾼다는 그는 약관을 막 벗어난 나이에도 성숙한 미래를 그렸다. 독일, 일본 등 풍부한 타국 생활 경험을 살려 축구인들의 해외 진출 조력자로서 장래를 꿈꿨다.
"아직은 축구선수로서 미래만 생각하고 있다. 다만 해외 경험이 (나이에 비해) 많은 편이니 나처럼 테스트를 보거나 시도하는 선수를 도울 수 있는 일이 혹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 적은 있다. 해외로 진출하는 길을 열어주는 조력자가 '인간 공은수'의 목표"라고 귀띔했다. 이 스물두 살 어린 풀백은 자신이 받은 도움을 잊지 않고 머릿속에 꾹 새겨 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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