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삼국지’ 저자의 CES 현장 분석… 삼성·하이닉스·인텔의 승부수는

박건형 테크부장 2023. 1. 12.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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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건형의 홀리테크 특별판] 반도체 전문가 권석준 교수 기고
/신화 연합뉴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5일(현지 시각) 개막한 CES 2023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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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IT전시회 CES 2023이 지난 8일(현지 시각) 막을 내렸습니다. CES에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어느 기업이 얼마나 훌륭한 신제품과 기술을 선보이느냐’, ‘미래 기술의 방향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일 겁니다. 하지만 기업, 그것도 글로벌 대기업 입장에서 CES는 조금 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흔히 CES는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와 유레카파크라는 두 곳의 거대한 전시장에서만 진행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라스베이거스의 초대형 호텔 곳곳에서는 일반 관람객이나 기업인은 모르는 비밀 회동이 수없이 열립니다. 초청장을 받은 일부 기업 대표와 전문가들만 들어갈 수 있는 기업 설명회, 전시장에는 공개하지 않은 첨단 시제품을 바이어에게 소개하는 미팅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미 수많은 언론이 CES 2023을 다뤘습니다. 디코드 2.0 CES 2023 특별판은 조금 색다른 CES 얘기를 전해볼까 합니다. CES의 주인공은 아니지만, CES 참가 기업과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가장 관심을 모으는 카테고리. 바로 반도체입니다. TV, 냉장고, 세탁기 같은 가전은 물론 모바일과 드론,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CES에 전시되는 모든 제품에 반도체가 탑재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반도체 기업 입장에서 CES는 글로벌 핵심 고객사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자리이기도 하죠. 이 때문에 반도체 기업들은 CES에서 고객사들을 초청해 다양한 컨퍼런스와 신제품 발표회를 열고 있습니다. 올해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인텔, 엔비디아, AMD 등 글로벌 주자들이 모두 출동했습니다. 모든 컨퍼런스가 만석을 이룰 정도로 뜨거웠다고 합니다. AMD의 리사 수 회장은 CES 2023 기조연설 무대에 서기도 했죠.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글로벌 반도체 경기 하향세가 반도체 설명회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도를 높였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디코드 2.0은 반도체 전문가인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의 기고를 여러분에 전달합니다. 저서 반도체 삼국지로 지난해 큰 화제를 모았던 권 교수는 이번 CES 2023를 찾아 거대한 전시장의 뒷편에서 반도체와 관련된 다양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읽기 전에 주의할 사항. 반도체 업계 종사자가 아니면 등장하는 각종 용어를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반도체 제품명이나 기술은 사실 풀어서 쓸 방법도 없습니다. 하지만 중간중간 건너 뛰더라도 글로벌 반도체 업계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으며, 각 기업들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는 분명히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다음 디코드 2.0은 예정대로 다음주 월요일인 16일에 게재 및 발송됩니다./박건형 드림

반도체 혁신의 속도가 늦춰지고 있다 / 권석준

세계 최대 가전·IT(정보기술) 박람회 CES 2023 개막일인 5일(현지 시각)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 마련된 LG전자 부스가 관람객들로 북적이고 있다./뉴스1

2023년 CES는 예년에 비해 참가 기업 숫자가 증가했으며, 특히 600여 곳의 기업이 참가했을 정도로 한국기업의 참여가 두드러진 전시회였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나는 양적인 팽창 이면에는 혁신의 속도가 늦춰지는 경향도 같이 관측되었다. 2012년부터 CES에 참석하고 있는 국민대 자동차학과 정구민 교수가 공유한 분석 자료에 따르면 올해의 주요 키워드는 예년에 비해 크게 바뀌지 않았다. 작년의 NFT가 올해 웹 3.0으로 업그레이드된 것, 그리고 작년에 포함되었던 우주기술이 빠진 대신 인간안보(보안)가 추가된 정도다. 그 외 5G, 스마트시티, 로봇, 인공지능, 드론, 디지털헬스, 메타버스, 모빌리티, 디스플레이, 스마트홈, 지속가능성, 푸드테크는 작년과 동일하다. 이 중에서도 스마트시티부터 스마트홈은 지난 2018년 이후 6년째 그대로 포함되어 있다. 키워드만 따졌을 때 2014년에 비해 바뀐 비율은 50% 정도에 불과하다. 혁신의 속도가 늦춰지는 경향은 반도체 산업에서도 더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자율주행, 로봇, 인공지능 등에 필요한 반도체는 여전히 시장의 큰 수요가 있고 앞으로는 사이버보안, 5G 이후의 통신용 반도체, 메타버스 구현을 위한 APU 등에 대한 수요도 창출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당장의 시장 수요 대부분을 차지하는 메모리반도체와 AP, GPU, NPU 등의 혁신은 적어도 컨퍼런스에서 공개된 것으로 판단컨대 상대적으로 더디다. 이는 글로벌 반도체 경기가 2022년 하반기부터 시작되어 2023년 내내 불경기로 갈 것임이 예측되면서 반도체 관련 기업들의 투자는 주춤하고, 새로운 기술보다 현 시장의 점유율을 잃지 않는 방향으로 기업의 운영 방향이 정해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CPU는 TSMC, GPU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용하는 AMD

/UPI 연합뉴스 리사 수 AMD 회장이 CES 2023 기조연설 무대에서 신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이번 컨퍼런스에서 가장 두드러진 투자 계획과 미래 혁신의 방향을 보여주고 있는 반도체 기업 중 한 곳은 AMD다. AMD가 컨퍼런스에서 발표한 주요 키워드는 클라우드 컴퓨팅, 게이밍, 인공지능, 헬스케어, 자율주행용 반도체, 하이브리드 플랫폼 등이다. 2020년대 들어 AMD가 추구하고 있는 방향은 고성능 및 적응형 컴퓨팅인데,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에 대해 전략적 선점 효과를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AMD는 이를 위해 기존의 ZEN 시리즈를 이을 ZEN4 기반의 라이젠 7000 시리즈 PC용 CPU를, 라데온 시리즈를 이을 RX 7000 GPU를 소개했다. 소비자용 CPU와 GPU로, AMD가 내세우는 기술은 3차원 수직증축 캐시 기술(3D-Vertical Cache)인데, 이는 게이밍용 고성능 작업 처리를 노린 것으로서 3차원 수직캐시가 있는 다이에서는 게이밍 작업을, 나머지 작업은 일반 다이에서 분업하여 이뤄지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AMD의 라이젠 7000시리즈 CPU는 TSMC의 5 나노, 이후 4 나노 공정으로 생산될 것으로 보인다.

흥미로운 지점은 CPU와는 달리 AMD의 차세대 GPU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SF4X(4HPC) 공정을 활용할 것이라는 점인데, 이는 TSMC의 5 나노 공정 단가가 2023년에 대폭 상승할 것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AMD가 내놓은 칩 중, 더 주목할 부분은 데이터센터 전용의 APU라고 불리는 MI300 APU다. APU는 CPU와 GPU 코어를 HBM3 메모리와 같이 패키징 한 하이브리드칩인데, HBM3 같은 고대역 메모리칩을 128G까지 장착함으로써 시스템메모리를 대체하는 효과를 누리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AMD가 택한 방식은 3차원 다이스태킹(3D Die Stacking) 방식으로, 멀티코어 CPU와 GPU를 통합하기 위해 4개의 6 나노 공정 칩렛과 9개의 5 나노 공정 칩렛을 적층하는 방식이다. AMD 주장에 따르면 이렇게 트랜지스터 집적 밀도가 다른 칩렛을 같이 3차원으로 쌓아 만든 구조는 세계 최초이며, 이를 위해 패키징 공정의 완성도가 높은 파운드리 공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AMD “인텔보다 게이밍 성능 21% 높다”

데이터센터 전용만 아니라, 일반용 APU도 같이 공개되었는데 그것은 라이젠 7040 APU시리즈다. 앞서 언급한 데이터센터용 APU와 비슷한 방식으로 CPU, GPU를 통합하였고, 특히 게이밍 성능 개선에 초점을 맞췄는데, 자사 주장으로는 인텔에 비해 21% 개선된 벤치마크 성능을 보인다. 모바일 CPU와 GPU로 AMD가 공개한 시리즈는 라이젠 7045HX와 RX 7000 모바일 GPU로 각각 TSMC의 5 나노, 삼성 파운드리의 5 나노 공정을 이용하여 제조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CPU, GPU, APU 외에, AMD가 신사업으로 진출할 것임을 예견하는 신제품도 있다. AMD는 자사의 자일링스 FPGA 반도체칩을 이용하여 의료영상 라이브러리 전용 Vitis 플랫폼과 전용 SoC칩인 Versal SoC 반도체를 공개하였으며, AI 가속기 전용 칩으로 XDNA AI 엔진인 ALVEO V70 AI 가속기를 공개했다. 특히 AI 가속기는 엔비디아의 T4에 비해 벤치마크 성능에서 70-80% 수준의 성능 향상을 보였다. AI 가속기는 자율주행 자동차, 우주산업, 금융산업 등의 다양한 산업을 타깃으로 적용될 수 있는데, 각 산업에 대해 CES에서 AMD가 공개한 파트너 벤더사들 리스트를 살펴보면 이들 산업으로의 특화된 AI 가속기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AMD의 계획을 볼 수 있다.

AMD의 응용 산업 다각화 및 AI 가속기 성능 강화 방향은 인텔, 엔비디아, 애플 같은 경쟁사와의 경쟁이 격화될 것임을 예고한다. 다만 AMD가 공개한 다양한 SoC칩이나 가속기, 플랫폼 기술 등은 실제 사용자 경험과 벤더사 제품에서의 최적화가 이루어지는 방법을 구체화하지 않았으며, 소모전력 면에서도 경쟁사에 비해 압도적인 개선을 보이고 있지는 않다는 것은 조금 더 살펴보아야 할 부분이다. 특히 AI 가속기의 자율주행 전기자동차나 클라우드 컴퓨팅, 의료영상 기기 등으로의 확장은 고성능에 대한 요구 조건은 물론이고 소모 전력 관리가 중요한 요소이므로, 경쟁사 제품에 비해 AMD가 내놓은 차세대 플랫폼과 칩의 혁신 주도 여부는 시장에서의 실제 평가가 누적된 이후 판단이 가능할 것이다.

◇로봇·자율주행 야심 드러낸 엔비디아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의 엔비디아 본사 로고

AMD와의 경쟁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이는 엔비디아 역시 이번 컨퍼런스에서 고성능 GPU와 AI 가속기 기술을 선보였다. 엔비디아는 점점 대세가 되고 있는 클라우드 기반 컴퓨팅 환경을 지원하기 위해 RTX 4080 슈퍼 POD 기반의 서버를 공개했으며, 타사의 GPU에 비해 더 특화된 레이 트레이싱(Ray tracing) 성능을 기반으로 지포스 NOW 네트워크 규모를 확장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엔비디아가 노리는 게이밍 시장이 클라우드 기반으로 더욱 확장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AI 가속기로 에이다 러브에이스 GPU를 공개했는데, 가속 성능을 강화하면서도 소모 전력을 줄이기 위해 딥러닝 기반 업스케일링 엔진(DLSS, Deep learning super sampling)을 탑재하였다. 딥러닝 방식의 업스케일링은 1080p 해상도의 영상을 4K, 8K까지 업스케일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게이밍 사용자 경험을 강화시켜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향후 의료영상 및 진단용 AI 가속기에서도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는 모바일 GPU RTX 4000 시리즈도 발표했는데, 특히 DLSS3 (Deep learning super sampling 3) 같은 AI 가속 알고리즘을 적극 채택해 자사 기존 제품보다 전력 소모량을 1/3로 감소시켰다는 것이 핵심 포인트로 보인다. 이는 모바일 게임환경에 특화된 GPU로 소프트웨어 레벨에서의 해상도 강화를 지원하는 것이 핵심 골자다.

GPU와 AI 가속기 외에 엔비디아 역시 AMD와 마찬가지로 본격적으로 새로운 산업으로의 응용을 개척하려 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엔비디아는 로봇 산업화 플랫폼 ISAAC를 공개했는데, 이는 로봇 개발 및 테스트에 최적화된 플랫폼으로 로봇 작업을 위한 데이터 생성, 트레이닝, 시뮬레이션 등을 지원한다. 특히 ISAAC 플랫폼은 클라우드를 지원하는데, 이는 시뮬레이션, 트레이닝, 현장에서의 배치 최적화 등의 작업이 동시에 여러 곳에서 이뤄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자율주행차에 대한 진출 역시 눈여겨 볼만하다. 엔비디아 드라이브라는 플랫폼은 중앙집중식 자율주행차 컴퓨팅 플랫폼으로서, 다양한 자율주행차용 컴퓨팅 요구 조건(인포테인먼트, 주차, 차량상태 모니터링, 환경 모니터링 등)을 하나의 칩(토르 컴퓨터)에서 관장하는 방식이다. 엔비디아 드라이브를 활용한 자율주행차 공식 파트너로 현대자동차 그룹과 3YD, 그리고 Polestar가 선정된 것도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이다.

◇CPU에 집중한 인텔

인텔의 로고.

인텔은 이번 컨퍼런스에서 주로 CPU에 집중했다. 인텔은 13세대 코어 프로세서로 최대 24 코어 32 스레드 구성이 가능한 intel core i9-13950 HX 같은 HX 시리즈 모바일 프로세서를 발표했다. 인텔 발표에 따르면 13세대 모바일 프로세서는 3차원 렌더링 성능에서 애플의 M1에 비해 2배, 멀티태스크 성능에서는 애플의 M2에 비해 3배 가까운 벤치마크 점수를 보이고 있는데, 이를 통해 모바일 게임용 프로세서 시장 점유율을 올리겠다는 전략을 살펴볼 수 있다. 다만 기본적으로 55-65W 수준에서 설정된 소모전력은 게이밍 터보부스트의 경우에는 219W까지 상승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인텔의 고성능 전략이 유효할 수 있을지는 더 지켜보아야 한다.

인텔의 전략은 CPU 코어 숫자를 늘리고 멀티스레드 지원을 강화하는 기존의 전략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미 인텔은 2022년 말, 게이머를 타깃으로 하는 GPU 사업부를 CPU 사업부 산하로 재배치하였는데, 엔비디아나 AMD 같은 경쟁 업체들이 GPU를 따로 분리하여 고성능 방향으로 개발하는 방향과는 정반대의 방향이다. 인텔의 모바일 코어 프로세서의 시장 경쟁력, 특히 게이밍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시장 경쟁력이 충분한 전력대성능비를 만족시킬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작이 여전히 유효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인텔이 GPU 관련 특별한 업데이트를 하지 않았는데, 이는 인텔이 다른 경쟁사에 비해 여전히 AI 가속기 및 그를 활용한 신산업 확장 잠재력을 낮게 평가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신산업 분야로의 AI 진출에 늦어지고 있다는 것으로도 풀이될 수 있다.

◇4D 낸드 플래시 들고 나온 SK하이닉스

충북 청주 SK하이닉스 M15 공장 전경. /조선DB

SK 하이닉스는 이번 컨퍼런스에서 기존의 3D 낸드 플래시를 넘어, 4D 낸드 플래시로 불리는 176단 낸드 플래시의 결합체인 기업용 SSD인 PS1010 E3.S를 공개했다. 고속 데이터 전송을 위한 차세대 인터페이스인 PCIe5를 지원하는 PS1010 칩은 이전 세대 대비, 읽기와 쓰기 속도가 각각 130%, 49% 향상되었는데, 지속적으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글로벌 서버용 메모리 시장을 타깃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 서버용 낸드 플래시 외에 하이닉스는 고성능 컴퓨팅 (HPC) 환경을 타깃으로 DRAM을 수직으로 연결하여 고대역폭 성능이 대폭 향상된 SDRAM(3D stacked synchronous DRAM) 기반 HBM(High bandwidth memory)인 HBM3, 데이터 저장과 연산을 동시에 할 수 있는 PIM(processing-in-memory)인 GDDR6-AiM(Accelerator in Memory), 메모리 성능의 확장이 용이한 CXL(compute express link) 메모리 등을 선보였다. HBM3 메모리 자체는 이미 2022년 6월에 양산이 시작되어 현재 엔비디아에 공급되고 있는 메모리칩으로, 하이닉스는 HBM3 혹은 그 이후 세대의 고대역 메모리칩을 통해 AI 반도체 시장 진출을 확장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2022년 8월, 자사의 AI 가속기 서버인 H100에 HBM3 5개를 결합하여 AI 가속컴퓨팅 성능을 끌어올리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하이닉스의 HBM3 메모리칩은 한 개의 메모리 당 용량 16GB에 초당 최대 819GB 전송 속도를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가속기 지원 성능은 최대 80GB 용량으로 초당 4TB 이상의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다(엔비디아의 성능 세팅은 80GB 용량에 초당 3 TB 데이터 전송). PIM 반도체의 경우 더 많은 용량의 데이터를 더 빨리 처리하기 위해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를 차례로 거쳐가는 기존의 방향을 탈피한 하이브리드 칩이다. 데이터를 메모리에 저장했다가 다시 그것을 CPU에서 읽어 처리하는 기존의 폰 노이만 아키텍처에서 피할 수 없는 데이터 처리 시간 지연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되었다. 메모리 반도체의 특성상 레지스터(register)-L1 캐시 (cache)-L2 캐시-L3 캐시-DRAM(메인 메모리)-SCM-SSD(NAND flash)로 갈수록 용량은 늘어나되 데이터 읽기/쓰기 속도는 느려진다. 따라서 CPU와 메모리가 큰 용량의 데이터를 주고받을 때 생기는 병목현상은 캐시 메모리가 아닌 메인 메모리와의 통신에서 발생하며 메모리가 소모하는 전력 대부분도 이 과정에서 쓰인다.

특히 고용량 데이터의 연산 과정에서 메인메모리에 저장된 데이터를 불러오는 것에는 더 큰 에너지와 시간 격차가 생기므로, AI 반도체 등에서 요구되는 고속 고용량 데이터 처리를 위해서는 이 병목현상을 해결할 필요가 있다. 하이닉스가 PIM 반도체의 고성능화에 초점을 맞춘 것은 특히 고용량 데이터를 학습하고 처리하고 유추(interference)해야 하는 AI 반도체 칩의 성능 요구조건에 대응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메인메모리에 로직 유닛을 일부 탑재함으로써 반복되는 연산에 필요한 데이터 입출입 과정을 줄이고 전력 소모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특히 행렬 형태의 데이터 처리에 특화된 방향으로 로직 유닛과 메모리 셀과의 집적이 이뤄지는 GDDR6-Ai는 다양한 딥러닝 전용 연산을 지원하는 PIM으로 각광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 성능·용량 2배 개선된 메모리 선보여

/연합뉴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미주총괄 사

삼성전자는 이번 컨퍼런스에서 DDR5 DRAM 기반 서버용 512GB 용량의 메모리칩인 RDIMM과 일반용 모듈칩인 48GB 용량의 UDIMM을 발표했다. 삼성의 발표에 따르면 이들 메모리칩은 전 세대에 비해 성능과 용량은 모두 2배 이상, 그리고 전력 효율도 30% 이상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칩과 더불어 삼성은 차세대 SSD도 공개했다. 메타버스와 AI 등의 신사업 분야로의 확장을 위해 차세대 SSD에 요구되는 성능은 고용량과 고대역폭이다. 이를 위해 삼성은 최대 15.36TB의 저장용량과 차세대 SSD에서 기존 대비 대역폭이 2배 늘어난 PCIe 5.0 규격을 채용하였으며, 초당 1.4 GB의 읽기 속도를 달성한 SSD를 공개했다. 서버와 개인용 컴퓨팅 환경과 더불어, 메모리반도체의 시장 확장을 위해 삼성이 공개한 제품 중 눈에 띄는 것은 차세대 차량용 메모리칩인 BGA NVMe AutoSSD AM991이다. 최대 1TB 용량의 SSD를 기반으로 초당 2300MB 읽기 속도, 초당 1150MB의 쓰기 속도를 지원하는 이 메모리칩은 특히 영하 40도에서 영상 105 사이의 넓은 온도 범위에서도 안정된 성능을 보이는 것으로 발표되었는데, 이를 종합해 볼 때 AM991 칩은 자율주행 자동차 메모리칩을 타깃으로 최적화된 것으로 보인다. 다른 메모리칩과 달리 자율주행차용 메모리칩은 다양한 종류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하여 차량 내부의 자율주행차 제어용 가속기와 데이터를 분담하여 처리하고 저장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고대역폭 데이터 전송을 지원할 수 있어야 하며, 고해상도 이미지 데이터를 가능한 오래 저장할 수 있어야 한다. 온도나 습도의 변화 같은 환경 변화 조건에서도 안정적 성능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하며, 클라우드 환경과도 호환되어야 한다. 삼성이 공개한 칩이 이러한 요구 조건에 대응하여 시장에 안착할 경우, 앞으로 고속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는 자율주행차용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점유율이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 AI스타트업 협력 주목

글로벌 반도체 경기 둔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2023년에도 전 세계 반도체 업계는 기존의 기술을 업그레이드하는 방향으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며, 시스템반도체 업계는 본격적으로 AI 반도체를 기반으로 하는 신시장 진출을, 메모리반도체 업계는 고용량, 고속 데이터 처리를 지원하는 메모리칩으로 시장의 확대와 AI 반도체와의 연결을 강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번 CES 2023에서 선보인 기술 개념은 이미 2022년에 공개된 기술들이지만 각 업체들은 자사의 신제품이 어떠한 방향으로 소비자 시장으로 연결될지에 대해 다양한 벤더사, 응용 사례, 플랫폼 공개 등을 통해 전략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번 컨퍼런스에 참여한 20개가 넘는 한국의 AI 관련 스타트업들이 AI를 주요 타깃으로 확장되는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방향에 맞춰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과 어떠한 경쟁과 협력을 펼쳐 나갈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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